하지만 축구 외적인 측면에서는 단연 이란이 관심의 초점이다. 미국 유럽 등의 외부세계에 대해 비타협적인 언행으로 문제를 야기하곤 했던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월드컵 참관 차 독일에 오게 해도 되느냐는 논란은 독일 정부나 월드컵 조직위원회로서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이란 대통령의 독일 월드컵 관람 논란 재점화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지난 2월 "나치가 유태인을 집단 학살했다는 홀로코스트는 날조된 신화에 불과하다. 또한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독일 정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는 4월 "이란 대통령이 월드컵 대회 기간 중 독일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논리보다 월드컵이 지구촌 축제의 한 마당이라는 점에 비중을 둔 선택이었다. 때맞춰 모하마드 알리 다드칸 이란 축구협회 회장도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 축구 팬 4000여 명과 함께 뉘른베르크에서 열리는 이란과 멕시코 전을 관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일단락 된 것 같았던 이 문제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독일 정치인들은 이란 대통령의 독일 월드컵 관람 문제가 유럽 외무장관들에 의해 조용히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이란 핵문제 협상에 관계된 영국, 프랑스, 독일이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독일 입국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독일 일간지 <라이니쉐 포스트>도 "영국, 프랑스, 독일이 유럽연합에 이란 대통령의 독일행 금지를 요청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FIFA(국제축구연맹)가 나서서 이란 대통령의 독일 월드컵 참관 문제를 중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FIFA가 국제사회의 첨예한 문제에 섣불리 끼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란 대통령의 독일 입국 금지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월드컵 개막까지 남은 시간이 절대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란 대통령 방문을 둘러 싼 뉘른베르크 시의 고민
'앙숙'인 이스라엘을 겨냥해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 학살)는 조작된 것'이라는 말을 했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6월 11일경 뉘른베르크를 방문한다.
뉘른베르크는 첫번째 나치의 전당대회가 열렸던 곳이며 2차 대전 뒤 연합군이 나치 전범들에 대한 재판을 열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란과 멕시코의 경기가 펼쳐질 뉘른베르크의 프랑켄 슈타디온은 히틀러를 위해 건설되다 중단된 초대형 집회 및 사열장과 가깝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나치의 굴절된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뉘른베르크를 찾을 경우, 신나치주의자들의 환영 집회와 인권단체들의 항의 시위가 동시에 펼쳐질 가능성이 많다. 이 점이 바로 뉘른베르크 시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소문난 축구광이다. 이란 대표팀의 훈련장에 나타나 공을 차기도 할 정도다. 이란 축구협회 다드칸 회장도 "우리 대통령은 너무나도 축구를 사랑한다"며 월드컵 참관을 기정사실화 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지난 4월 '여성의 축구장 입장 허가' 방침을 천명했다. 이제는 이란에서 열혈 여성 축구팬이 남장을 하고 경기장에 들어 올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슬람 고위 성직자들은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여성의 축구장 입장허가는 '여성이 다른 남자의 맨살을 보면 안 된다'는 이슬람 율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이란 축구 선수는 많다. 아시아 최고의 테크니션 가운데 한 명인 알리 카리미(바이에른 뮌헨)와 메흐디 마흐다비키아(함부르크 SV)는 소속팀에서도 주전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선수 이상으로 독일 월드컵에서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킬 이란인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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