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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이 미국을 구원할 것인가?

이강국의 '격동, 세계경제'〈15> 세계적 불균형을 둘러싼 논쟁 (상)

최근 원화 환율이 달러화에 대하여 급속히 하락하고 있어서 한국경제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900원 선까지 위태위태한 지경에 이른 환율. 환율의 급변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둘러싼 엄청난 불균형을 반영한 것이며 임박한 거대한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연 세계경제에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적자와 빚더미, 미국경제

달러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는 불안한 외환시장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많은 이들은 중장기적으로 달러화의 가치가 어떻게든 더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물론 미국경제의 무역수지 적자가 역사상 최고수준까지 급등하고 있고 다른 지역들의 자금이 이를 메우기 위해서 미국으로 계속 이동하는 현상인 소위 전 세계적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숫자를 살펴보자. 2005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약 7258억 달러로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얼마나 많은 액수인지 잘 실감나지 않지만, 달리 말하면 미국은 1년에 거의 한국경제 규모만큼의 적자를 국제무역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4년의 6176억 달러보다 무려 17.5%나 증가한 수치이며 4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수치는 미국 GDP의 5.8%나 되는데 이 정도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된다면 다른 나라라면 벌써 외환위기의 전야가 될 만한 엄청난 액수이다. 2005년 무역적자의 급등은 역시 유가급등으로 인한 석유수입액이 늘어났고 자동차와 전자, 섬유 등 소비재의 수입도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의 적자가 무려 2016억 달러로 늘어나서 2004년보다 24.5%나 증가했고 일본, 유럽 그리고 남미 등 거의 대부분 지역과의 거래에서 적자가 늘어났다.

이렇게 적자가 마구 늘어나도 되는 것일까? 무역을 통해 본 손해는 고스란히 외국인들이 미국에 빌려준 자금이나 투자한 자금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해서 벌어간 엄청난 달러가 우습게도 안정적인 미국 재무성 채권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도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돌아온 돈은 고스란히 빚이 되므로 미국은 역시 자랑스럽게도 세계최대의 채무국이다. 2004년 현재 GDP의 약 22%인 2조 5천억 달러의 순부채를 다른 나라에 지고 있으며, 아직 통계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2005년에도 무려 1조 달러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 세계최강의 경제대국 미국이 들여다보면 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지출하고 수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수입을 하며,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미국에 빌려주거나 투자하는 어마어마한 달러에 기초하여 하루하루 연명해가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일 20억 달러 정도가 미국에 유입되어야만 하는 현실이며 게다가 부시의 집권과 함께 정부의 재정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을 보면 외환위기로 혼쭐이 났던 우리에겐 제국의 힘이 부럽기까지도 하다. 하지만 적자와 빚더미에 깔린 미국에 혹시 무슨 일이 생겨서 이 아슬아슬한 상황이 박살난다면 어찌될 것인가, 달러화의 몰락과 미국의 파산, 그리고 전 세계경제의 붕괴?

미국경제의 운명

언제나 그렇듯 호들갑 떠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높기 마련이지만 이제 점잔빼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위태로운 상황에 대해 우려가 펴져나가고 있다. 이것이 소위 전 세계적인 불균형 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이다. 대체 이 큰 나라가 이리도 많은 적자를 내고 있는데 어찌 된 일일까, 이 위태로운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까.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대부분의 합리적인 경제학자들은 얼마 전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계속 지적해 왔다. 뉴욕대의 루비니와 하버드대의 펠드스타인 등 저명한 국제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불균형은 지속불가능하며 따라서 어떻게든 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많은 이들은 수지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의 달러가 지금보다 30-40% 더 하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 그림은 중장기적으로 달러의 가치와 미국의 무역적자는 비슷하게 움직이며 현재의 세계적 불균형의 조정을 위해 달러화의 하락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 달러가치와 무역적자의 변화.

물론 옛날 경제학 모델대로 하면 미국의 무역적자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달러가 하락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경상수지보다도 국제적 자본이동이 환율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경제가 호황가도를 달리면 미국으로의 자본투자가 지속되어 달러화의 하락을 가로막을 것이고, 반면 일단 달러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해외투자자들은 급속히 미국을 빠져나가게 되어 조정이 아니라 달러는 급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현재 수준의 엄청난 미국의 수지적자가 결코 유지될 수 없고 무언가 조정이 필요하다면 소프트랜딩이건 하드랜딩이건 달러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한편, 2002년 이후에는 달러가 꾸준히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하이테크 제품의 적자마저 높아지고 있어서 더욱 심각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암흑물질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걱정과 우려를 날려주는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즉 엄청난 미국의 무역적자도 실은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고 미국경제는 의외로 튼튼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들 중 가장 인기 있는 버전 중 하나는 기존의 경제통계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요소가 있으며 이를 고려하면 미국의 적자문제는 거의 사라진다는 이른바 '암흑물질(dark matter)'이론이다.

하버드대의 하우스만과 스투제니거가 2005년 발표한 연구는 도대체 미국경제는 어떻게 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멀쩡하게 굴러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들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미국경제는 순부채국이지만 2004년 현재 해외투자로부터 얻는 순수입(미국이 해외투자로부터 얻은 수입 - 외국이 미국에 대한 투자로부터 얻은 수입)이 300억 달러나 플러스이다.

놀라운 점은 1980년 미국의 순해외자산은 3650억 달러였고 순이익이 300억 달러였으며 1980년에서 2004년까지 미국의 누적경상수지 적자는 4조 5천억 달러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04년에도 해외투자로부터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설명은 그 동안 미국 해외투자액의 가치가 올라갔고 미국의 해외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수익을 얻는 원천이라는 점에서 자산을 새로이 계산해 보면 미국의 해외자산 자체가 통계에 잡힌 수치보다 훨씬 더 커서 수지적자 문제도 거의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즉 일반적으로 자산의 수익률보다 미국의 해외투자의 수익률이 그보다 더 높다면 이 미국의 해외자산은 실제 통계보다 더 높게 계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대외부채가 훨씬 커서 2조 5천억 달러의 빚쟁이지만, 실제로는 해외투자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이 미국이 해외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수익보다 더 크기 때문에 약 6000억 달러의 순채권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이 수출을 통해 해외로부터 벌어들이는 무언가가 공식통계에는 숨겨져 있다.

미국은 구원될 것인가

이들은 물리학의 빅뱅 우주론에 나오는 개념을 사용하여 이 무언가를 암흑물질이라 부른다. 그 원천으로는 우선 해외직접투자 과정에서 미국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브랜드 등에서 얻어지는 지식 서비스가 있다. 이를테면 디즈니가 외국에서 5%에 빌린 돈 백만 달러로 유럽에 디즈니랜드를 건설하여 연간 20%의 수익을 낸다면, 디즈니의 해외자산은 통계에 잡히는 백만 달러가 훨씬 넘는다는 논리다. 미국의 수출로 잡히지는 않지만 아이팟을 생산하는 중국의 공장이 애플사에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면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밖에도 미국의 자산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기 때문에 얻어지는 보험서비스, 그리고 미국 달러가 세계통화라는 점에서 기인하는 유동성 서비스 등이 암흑물질의 원천에 포함된다. 해외투자자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의 수익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유로 계속 미국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적자 문제가 심각해진 2000년에서 2004년까지 미국의 누적된 경상수지적자는 2조 5천억 달러이지만, 암흑물질을 고려해서 계산된 미국의 순해외자산은 그동안 3000억 달러나 더 늘어났고 따라서 그동안 2조 8천억 달러, 즉 GDP의 평균 5.3%를 매년 더 수출했다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숫자이다. 마술 같은 이야기, 정체모를 암흑물질 하나로 아주 간단하게 세계경제의 골칫거리였던 미국경제의 무역적자 문제와 세계적 불균형 문제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아래 그래프는 암흑물질을 고려하여 계산된 미국의 누적경상수지 적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의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과연 이 투명인간과 같은 영웅이 미국경제를 구원하고 있다.
▲ 암흑물질을 고려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미국의 누적 경상수지적자 (10억 달러). 자료: Hausman and Sturzenegger, 2005.

이제 정말 미국인들과 세계인들은 걱정하지 말고 행복해도 된다(Don't worry, Be happy)는 것일까, 아니면 이는 그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어리석은 노력일 뿐일까? 다음 연재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비판과 현재 인터넷 등을 통해 열띠게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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