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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5% 싸움…오세훈도 정신 바짝 차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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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결국 5% 싸움…오세훈도 정신 바짝 차려야"

[인터뷰]윤여준 선대위원장 "지방선거는 현정권 중간평가"

5·31 지방선거까지는 20일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가에선 한나라당의 '대승'을 점치는 말들이 심심치 않다. 특히 '강금실 효과'를 기대했던 여권의 계획이 '오세훈 고공비행' 앞에 좀처럼 맥을 못 추면서 최대 관심지역인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대한 다소 성급한 예상도 없지 않다.

하지만 11일 <프레시안> 과 만난 오세훈 후보 캠프의 윤여준 선대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는 결국 5%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될 것"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양강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는 초반에 한쪽으로 지지율이 쏠리면 어떤 식으로건 그 반작용이 나타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다만, 윤 위원장은 이 같은 효과가 "대세를 가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강금실 후보의 강점인 개인 인기가 열린우리당 지지율에 발목이 잡혔고, 현 정권에 대한 심판적 성격일 수밖에 없는 지방선거의 속성에 비춰보면 민심이반의 무게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양보발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그는 "민족문제를 늘 정략적으로 접근해 온 정치권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남북문제를 어떻게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크게 열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위원장은 또한 "열린우리당이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유리하다"면서 "야당 후보다운 공격적인 모습을 바라는 주문이 있지만 우리가 갑자기 여당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어떠한 네거티브 공격에도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엄살처럼 들린 "5% 싸움"이라는 그의 말은 아무래도 지방선거 이후를 염두에 둔 발언 같았다. 최종 목적지인 정권탈환을 위해선 '오세훈 효과'가 한나라당 내에 미친 "변화의 충격파"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녹아 있었다.

그는 "6개월 이상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해 온 두 정치인(맹형규 홍준표)을 16일 만에 뒤엎은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권탈환을 목표로 삼는 한나라당은 빨리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시점에선 한나라당 정권탈환에 근접"

윤 위원장은 한편 "지방선거 이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한나라당에서는 7월 전당대회에서 대권경쟁의 가열로 균열이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것. 그는 특히 "한나라당의 상황도 예측하거나 장담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은 윤 위원장, 그는 '책사', '장자방'이란 평가에 "과분하다"며 "권력자 주변에 있는 일반 시민일 뿐"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그는 내년 대선 전망과 관련해 "먼 미래의 일"이라면서도 "지금 지지도로 안심할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본다면 여당보다 한나라당이 정권탈환에 가까운 것은 사실 아닌가"라고 조심스레 낙관했다.

이유는 상대적인 것 같았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총체적인 상황인지라 여권의 대선 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노 대통령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딜레마는 자신이 추천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현재 거론되는 사람이 당선되기 어렵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겠지만, 강금실 후보와 마찬가지로 '누구냐'는 것보다 '어느 쪽 후보냐'가 좌우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과 더 어울리는 분"이라고 평가한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선 "정치에 몸담은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야당 쪽에 서 본 적도 없다. 그런 차원에서 그 분이 야당 후보를 할지 모르겠다"고 다소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정권 탈환을 위한 개인적 역할을 묻자 그는 "나는 백수가 제일 좋다. 5월31일 결과가 나오면 원위치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전략가', '책사', 심지어 '장자방'이라는 말까지, "칭찬의 의미로 사용하는 줄은 알지만 나는 참 듣기가 난처하다"고 토를 달았음에도 여야 정치권에서 두루 인정받는 그의 역량을 한나라당이 그냥 놔둘지는.

다음은 서울 시청 부근에 위치한 오세훈 캠프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아직 공식 선거운동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 지금까지의 경과만 놓고 보면 이미 지방선거 결과는 나온 게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선거는 그렇지 않다. 특히 양강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는 초기에는 지지율 격차가 벌어져도 시간이 갈수록 균형이 잡히는 추세가 생긴다. 균형이론(equilibrium theory)라고 한다. 확 쏠렸던 지지율이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가는 것이다. 약자효과(under-dog effect)라는 것도 있다. 사람은 괜찮은데 아깝다는 식으로 동정심이 생길 수도 있어 앞으로 강금실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추세가 만들어질 것이다. 과거 선거를 보더라도 초반 분위기는 완전히 기울어진 것 같아도 막상 결과를 보면 10% 이상 차이가 나기 어려웠다. 10% 차이라는 얘기는 결국 양자가 5%를 두고 싸움을 벌인다는 것이다. 절대 선거는 방심해선 안 된다. 아직 공식 선거운동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다만, 지방선거는 정치적인 쟁점을 두고 다투는 싸움이 아니라서 지지율이 우세한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고 기초단체장까지 정당공천을 하면서 바닥에서부터 선거운동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 그간 한나라당에 몇 가지 악재가 있었음에도 여론의 동향에는 별로 수렴이 안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어느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한나라당보다 열린우리당이 더 싫어서라고 나왔더라. 내가 보기에도 그런 면이 있어 보인다. 그만큼 집권당에 대한 민심의 이탈이 심하다는 얘기 아니겠나."

- 그것은 정부 여당에 대한 실망이 이미 누적될 대로 누적된 상태라는 말인데, 열린우리당 후보에 대한 동정론이 발생한다고 해서 위협적인 상황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대세를 뒤집을 정도는 못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은 할 것이다."

- 최종적으로는 몇 % 차이의 싸움으로 전망하나?

"잘 해 봤자 10% 격차밖에 안 난다고 보면 최대 5% 안에서의 싸움이다. 5%를 빼앗아 오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는 얘기다.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하자고 오늘 아침 회의에서도 얘기했다."

- 위원장으로서 오세훈 후보 개인에게는 어떤 당부를 주로 하나?

"시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어렵고 답답한 부분이 많은데 야당 후보답게 공격을 해 주지 않고 너무 점잖지 않냐는 의견이 있다고 해서 후보에게 전하라고 했다. 야당 후보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기를 바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만을 알더라도 우리가 갑자기 여당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후보가 유념은 하되 선거 기조를 바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금실 개인 인기, 민심이반의 무게 못 견뎌"

- 1개월 동안 지켜본 강금실 후보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나는 강 후보를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 그러나 먼발치서 보기에 강 후보는 법대를 나와 법조계에만 있었던 탓에 경험의 폭이 좁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의 전문 분야 이외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심이 많았거나 소양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서울시를 경영하는 것은 웬만한 나라 경영과 맞먹을 정도로 복잡한 일이다. 이에 서울 시민들이 법만 아는 강 후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것 같다."

- 그런 면에서라면 오세훈 후보도 조건은 비슷하다. 또한 초기 강금실 개인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히 높았던 것에 비춰보면 단지 인물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강 후보의 경우 열린우리당 후보로 구체화되기 전에는 개인의 지지도가 높아 개인과 정당의 분리가 가능하다고 예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강한데 분리가 되겠나. 개인의 인기로는 민심이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지지율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오 후보는 정당 지지도가 높은 데다가 개인의 인기도 높아 처음부터 지지도가 높았고 고공행진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사실 오 후보가 결과적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되느냐도 관심이지만 오세훈을 후보로 만들어낸 힘 자체가 한나라당의 변화된 모습이라는 의미부여를 하는 평가가 많다.

"경선이 끝났을 때 언론들은 민심이 당심을 누른 결과라고 보도했다. 심지어는 시민이 선택한 후보라고까지 했다. 6개월 이상 준비해 온, 개괄적으로 봐도 훌륭했던 두 정치인을 16일 만에 뒤엎는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는 한나라당이 잘 읽어야 할 부분이다. 민심이 당심을 눌렀다는 부분은 뒤집어 보면 당심과 민심의 거리가 원래는 멀었다는 뜻이다. 정권 탈환을 목표로 삼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현상의 의미를 빨리 읽어야 한다."

- 20일 남은 기간 중에 변수가 될 요인이 있다면 어떤 점을 가장 우려하나.

"우려할 만한 변수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열린우리당 쪽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시작한 것 같은데 오 후보 자체가 결정적인 약점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시민들이 이제는 그런 행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혁과 혁신을 한다는 사람들이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일이다. 자기네들도 겁이 나서 검증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검증은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서 하면 된다. 열린우리당이 그런 수를 쓰면 쓸수록 우리는 유리할 것으로 본다."

"지방선거는 자신에 대한 중간평가…대통령이 무심할 수 있겠냐"

-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양보발언이 지방선거에서 변수가 될 수 있을까?

"당연히 정권을 심판하는 성격의 선거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그 목적이 의심받는 것 아닌가."

-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권의 대북접근법이 선거에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그렇다. 2000년 총선에도 남북 정상회담 계획을 선거 사흘 전에 발표했다. 자기들로서는 완벽하게 효과를 보겠다는 욕심 때문이었겠지만 결국 그 욕심이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목적을 드러내는 격이 됐다. 민족적인 일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목적이 고스란히 유권자들에게 전달됐고 오히려 별 효과를 못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차피 남북관계를 두고 무슨 일을 하든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6·15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지 6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국민들은 민족 문제에 대한 많은 인식을 갖게 됐다. 북한은 관념 속에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라 실체가 됐고 국민이 북한을 눈으로 보고 판단하게 됐다. 그런 만큼 북한 문제를 건드린다고 해서 선거 결과에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민족 문제를 늘 정략적으로 접근해 온 정치권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남북문제를 어떻게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크게 열광하지는 않는다."

- 노 대통령이 스스로 말하기도 했지만 이번 지방선거 자체에는 좀 무심하다는 말이 있다. 이번 대북 양보발언도 정치적으로만 따지자면 지방선거 이후를 염두에 둔 의미가 더 강하지 않을까?

"합리적이지 않다. 물론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은 불리한 선거 국면에서 대통령과 선거를 분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래서 형식적으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어떤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에 의연할 수 있겠냐. 자신에 대한 평가가 고스란히 나올 텐데 무심할 수 있는 대통령이 누가 있겠냐."

"레임덕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레임덕 신호"

- 전국적인 상황을 봐도 20% 이상 한나라당이 앞서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쯤 되면 지방선거 전체 판세도 굳히기 단계로 들어갔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전국적인 지지율 격차로 알 수 있는 것은 민심이반 현상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집권당으로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떻게 했으면 집권 3년 만에 전국적으로 고르게 민심이 돌아서나. 왜 그런지를 찾아서 겸손하게 성찰하고 반성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잘 안보이고 오히려 더 오만한 모습을 보이니까 국민이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 전국적인 민심 이반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거창한 얘기 할 것 없이 국민들이 먹고 살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위기를 겪으면 여기까지 왔지만 그때마다 우리가 뭉쳐서 힘을 합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장 가까운 예가 IMF 사태다. 자신감이 있으니 금을 모아서라도 이겨낸 것이다. 사회가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감을 갖고 있으면 이겨낼 수 있다. 지금은 당장의 어려움 보다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위기다. 사회가 활력을 잃었고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넘어 공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집권자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이런 심각성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면 심각하게 느끼는 모습이 없는 것 같다."

- 현 상황을 레임덕으로 볼 수 있겠나?

"레임덕은 노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벌써 레임덕 얘기가 나오지 않나. 그건 자연적인 현상이다. 다만, 얼마나 심하게, 얼마나 빨리 오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레임덕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테지만 민심 이반이 심하면 빨리 올 수도 있고 심하게 올 수도 있다. 청와대가 레임덕이 아니라고 자꾸 강조하는 현상 자체가 레임덕이 왔다는 신호다."

- 상황이 그래서인지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인 임기 후반기를 맞게 되는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변화를 꾀하려는 여러 모습들이 있었다.

"겪어본 적이 없는데다가 진폭이 심한 사람이라 잘 모르겠다. 한미 FTA 협상을 열성적으로 추진하려고 하고, 여당에게 사학법을 양보하라고 하는 현상들만 보면 사태를 파악하고 임기 후반기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는 판단도 가능하겠지만 아직까지는 본심이 무엇인지 판단하기가 참 어려운 사람이다.

지금 대통령의 문제는 신뢰의 문제다. 대통령의 행동은 누구에게 비판을 받고 욕을 먹을망정 믿음을 줘야 하는데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은 썩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문제다. 조심해야 할 일이었는데, 대통령이 말과 행동에 대해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오세훈의 충격파 계속적으로 한나라당에 영향 미칠 것"

- 여당의 자멸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한나라당이 승리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대선까지를 두고 보면 양날의 칼이 될지도 모르겠다.

"세상 모든 일이 양날의 칼이다. 한나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박근혜 대표가 얼마 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고 한나라당은 두 차례 아픈 실패 경험이 있어 이번 선거 결과가 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더라. 잘 하지 않겠냐. 한나라당이 이번 승리에 기대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승리가 독이 될 수도 있다."

- 오세훈 후보의 등장을 시대 흐름의 수용이라고 한다고 해도, 문제는 이 흐름을 지속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 같다.

"오 후보의 등장이 워낙 극적이기도 하지만, 당에 계신 많은 분들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간 것 같다. 오 후보 경선 현장을 관계했던 사람들의 말로는 대의원들과 당원들이 과거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주변에서 들은 민심에 예민하게 반응을 보이더라는 얘기다. 이번 경선을 통해 결과가 뒤집히는 것도 경험했기 때문에 당원들은 더 민심에 예민해 질 수밖에 없고 그런 식이 계속된다면 좋은 결과가 오지 않겠냐. 그런 충격파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시기적으로도 변화의 과정이 시작된 것으로 보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글쎄…."

▲ 윤 위원장은 "나는 선거가 끝나면 백수로 돌아갈 사람"이라며 당권 도전설을 일축했다.
- 7월에 있을 전당대회가 첫 번째 시험지가 될 것 같다. 흐름의 연장선에서 아주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것 같다. 윤 위원장도 거론되는 사람 중의 하나다.

"사람이 상상력을 동원하자면 무엇을 못하겠나. 현실성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많은 얘기를 하다보면 얘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나는 거론된다는 것만으로 과분한 영광으로 알겠다. 나는 선거가 끝나면 백수로 돌아갈 사람이다."

"고건, 야당 쪽엔 몸 담은 적 없는 사람"

-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지방선거 자체보다는 지방선거 이후에 맞춰져 있다.

"지방선거 결과가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니 큰 변화를 예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 지금의 당 구도가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계개편이 어떤 식으로든 오지 않겠나?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열린우리당의 참패가 예상되는 만큼, 그 책임을 둘러싸고 시끄러워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보다 높은 상황이다. 대통령 때문에 졌다는 소리를 하지도 못하게 됐다. 열린우리당에 본질적인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어차피 7월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대권 후보 진영에는 너무 치열하게 대리전을 치르다가 당의 균열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고 한다. 양쪽 모두 변화는 불가피한 것 같다."

- 정계개편의 시발은 여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여당이 권력을 쥐고 있는데 야당의 힘으로 여당을 개편하기는 어려운 일 아니냐. 개편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당내 사정으로 봐도 그 쪽에서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 한나라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보는 것 같다.

"전당대회로 대표를 바꾸는 것은 정계개편으로 볼 수 없다. 한나라당의 상황도 예측하거나 장담하기엔 어려운 일이다."

-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승리로 귀결될 때, 이명박 시장보다는 박근혜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그런 손익계산은 어렵다. 누구에게 특별히 유불리를 따지기 힘들고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박 대표도 6월에 그만두고 이 시장도 6월 말에 물러나면 두 주가가 같은 출발점으로 가게 된다. 단, 앞으로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다."

- 두 사람과 손학규 경기지사까지 포함한 기존 주자 외에 새로운 대권 후보가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이론적인 가능성만 따지자면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국가 지도자가 평지에서 돌출해서 되기는 힘든 면도 있지만, 노 대통령도 단기간에 된 사람 아닌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 비교적 안정적인 한나라당 상황에 비해 지방선거 후면 여권의 대권구도는 대단히 복잡해질 것 같다. 돌발변수라면 그쪽에서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멀리서 관찰하기는, 노 대통령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딜레마가 자신이 추천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사람이 당선되기 어렵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찾아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사람으로는 누구를 하든 어렵고, 히든카드를 내놓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강금실 후보와 마찬가지로 '누구냐'는 것보다 '어느 쪽 후보냐'가 좌우하는 측면이 크다."

- 너무 먼 일이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한나라당이 정권 탈환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 본다면 당연히 그렇다. 그러나 앞으로 1년 반이나 남았고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감안해 본다면 그 안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다만, 지금 지지도로 안심할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본다면 여당보다 한나라당이 가깝다는 것은 사실 아니겠나."

- 현재의 정당구도에선 거리를 두고 있는 고건 전 총리는 어떤 변수가 될 수 있겠나. 원론적인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박 대표는 한나라당과 더 어울리는 분이라고 하던데….

"고 전 총리는 지금까지 정치에 몸담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야당 쪽에 서 본 적도 없다. 그런 차원에서 그 분이 야당 후보를 할지 모르겠다."

- 지금처럼 혼자로 남을 수는 없지 않겠나.

"그 분의 의지와 상황 판단에 걸린 것이니 지금 누가 이렇다 저렇다고 할 것인가라고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시대에 진' 한나라당, 자기성찰 없이는 실패 되풀이하기 쉬워"

- 얼마전 윤 위원장은 한나라당은 대선에 두 번이나 패배하고서도 백서 한 권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권 탈환을 위한 반성의 요체를 정리해 본다면 어떤 것일까?

"2002년 선거 직후 당시 박희태 총재 권한대행이 '한나라당은 노무현 후보에게 진 것이 아니라 시대에 졌다'고 했다. 그 이상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 없다고 본다. 그 말에 국민과 당이 모두 공감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한나라당이 시대에 졌다는 말의 의미를 꼼꼼히 따지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냉철한 자기 성찰을 하지 않고서는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기 쉽다. 그런 우려에서 백서 한 번 안 냈다는 비판을 한 것이다."

- 최근 사학법 투쟁 등을 통해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이 지나치게 강경보수화 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얘기가 많다고 들었는데 박 대표가 개인적으로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한 당의 대표가 되면 자기 마음대로 당을 운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 내 대부분의 의견이 그러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이념적 요인은 점점 희석될 것이라고 보지만 쉽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 현대사가 모두 이념의 산물 아닌가. 어차피 우리 사회에는 이념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봐야 한다."

- 내년 대선에서도 이념의 대립이 상당부분 불가피하다는 판단인 듯하다. 하지만 점차 기존 보수의 입지가 줄어드는 시대흐름이 아닌가? 이에 대한 대응은…?

"오른 쪽에 있는 당을 강제로 끌어다가 중앙으로 데려오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지금 시대가 극좌나 극우보다 가운데 사람이 많은 시대이니 한국 사회의 이념 지향이 변하는 대로 한나라당도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해야 한다. 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정권을 잡을 수 있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 그런 면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본인 스스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내용은 대단히 강경했다. 한나라당에 의미 있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 전 총재를 뵌 지 오래돼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그저 보도를 통해 본 바로는 사회 원로의 한 분으로 현실 정치를 떠나서도 국가 운명에 관한 일은 목소리를 내겠다는 얘기 같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보고 그 이상은 모르겠다."

- 여전히 나오는 얘기다.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글쎄…. 알기 어려운 일인데, 전에 내가 지켜봤던 경험으로는 그 양반 성격상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쉽게 뒤집거나 할 분은 아니라고 본다."

- 윤 위원장 스스로는 차기 정권을 만드는 데에 역할을 할 계획이 없나?

"내가? 나는 백수가 제일 좋다. 나는 5월 31일 결과가 나오면 원위치로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는 이럴 일이 또 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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