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쪽 팔의 문신을 아래부터 보면, 맨 아래 몸을 뒤로 확 젖힌 당나귀가 있고 그 옆에 고양이 꼬리에 날개가 달린 괴상하게 생긴 짐승이 그려져 있다. 그 위에 궁둥이를 비꼰 산양이 있고, 그 옆에 독수리 부리에 긴 뿔을 가지고, 새 대가리를 길게 마무리한 사슴을 그렸다. 사슴 위에 날개가 없고 엄니가 돋은 육식동물이 있다. 맨 위에 어깨에는 긴 뿔이 둥그렇게 휘고 새의 부리를 가진 사슴을 그렸는데 네 발은 발굽이 분명하고 몸이 완전히 180° 뒤틀려 있다. 왼팔의 문신은 보존 상태가 가장 나빴다.
그림은 3가지가 각각 독립되어 있는데 두 마리의 사슴과 한 마리의 산양이다. 오른쪽 다리에 새긴 문신은 분명하게 식별할 수가 있는데 반해 왼쪽 다리는 도굴꾼에게 심하게 난도질을 당해 그림을 그려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다. 오른쪽 다리의 무릎에서 말목까지 문신한 바탕 그림은 물고기다. 물고기 아래는 고양이 꼬리에 이빨이 나고 뿔이 달린 괴수가 발목 앞쪽에서 뒤꿈치까지 휘감았는데 목에 새 대가리가 3개 달려 있다.
문신은 검은색을 피부에 넣기 위해 아마 검댕 같은 검정색소를 바늘로 뜨거나 찔러 새겼을 것이다. 이런 문신은 나이 들기 전, 젊었을 때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피부 바로 밑에 있는 지방층에는 문신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생 동안 문신을 한 검댕이나 검은 것은 항상 하얀 바탕에 약간 밝은 파란색을 띨 것이며, 거무스레한 피부에는 짙은 파란색을 띨 것이다. 발굴할 때는 문신이 몸통의 회색 피부에 거의 검은색으로 나타났다.
알타이의 빠지릭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몸에 이런 문신을 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발굴을 담당했던 고고학자들에게도 커다란 의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비슷한 시기 그리스·로마시대의 저서에 나온 여러 가지 기록들을 열거하고 있다.
헤로도투스(역사의 아버자라고 불리는 BC 5세기 그리스 학자)는 『트라키아사람(Thracians)』에서 "피부에 새기는 것은 고귀한 탄생을 뜻하며, 그것이 없으면 고귀함이 없는 것이다"고 했고, 크세노폰(그리스의 철학자)은 『부유한 Mossynoeci 의 아들』에서 "그들의 몸에 그림을 그렸는데 앞 부분은 색깔을 넣어 문신을 하였다."고 하였다. 뽐뽀니우스 멜라(1세기 로마 지리학자)은 『아가띠르시(Agathirsi)』에서 "얼굴과 몸에 얼마나 (구멍을 뚫어)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고귀한 피의 등급이 높은가 낮은가 결정된다."고 했다. 후대에 이런 습관은 딘-린(Din-Lin)과 그 후손인 키르기즈에 이어졌는데, 문신은 아주 용감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보고서는 빠지릭의 문신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빠지릭 꾸르간 2호에서 나온 남성의 문신은 고귀한 탄생을 나타내거나 사나이다움을 나타내거나 두 가지를 모두 나타내는 표시일 것이다. 심장이 있는 가슴에 그려진 사자나 그리핀의 머리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모든 문신의 기본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다수를 차지한 것이 호랑이, 사슴, 독수리, 뱀 같은 꼴을 한 괴수들이다. 이러한 형상들은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어떤 마법적인 기색을 띄고 있는데, 아마 마귀를 쫒는 부적 같은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한편 산양이 뛰어다니는 것을 표현한 것은 단순히 장식으로 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에서 본 우코크 고원의 빠지릭 꾸르간에서도 문신이 나왔다. 당시 발굴했던 고고학자들은 문신은 일반 여자와는 다른 삶을 산 샤먼이라는 해석을 하였다. 여러 사람에게 특별한 신비감을 주기 위해 샤먼이 문신을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해석들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은 5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① 샤먼이다. ② 고귀한 탄생을 나타낸다. ③ 사나이다움을 나타낸다. ④ 마귀를 쫒는 부적 같은 것이다. ⑤ 단순한 장식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진실일까?
모두가 가능성이 있고 모두 다 틀릴 수 있다. 그렇다면 알타이의 빠지릭 사람들은 왜 온 몸에 그처럼 정교한 문신을 했을까? 다시 한 번 솔직하게 대답한다면, 정답은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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