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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떨어질라"…한나라, 'X맨' 속출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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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떨어질라"…한나라, 'X맨' 속출에 전전긍긍

박계동-고조흥 '개인책임'…"박근혜, 침묵하면 그만?"

"한나라당의 상대는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우리 한나라당 자신입니다"
  
  5ㆍ31 선거가 꼭 한 달 남았던 지난 1일,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이토록 '여유만만'한 논평을 내놨다. 13개 광역단체장 자리 중 11개가 한나라당 몫이 될 것이란 예상 보도가 잇달았고,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 역시 5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납득이 가는 여유였다.
  
  그러나 이 여유는 사흘이 가지 않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사학법 재개정을 목표로 삼았던 4월 임시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연대에 고립돼 '닭 쫒던 개' 꼴이 됐고, 박계동 의원의 술집 추태 동영상과 고조흥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드러나면서 잊혀졌던 '부패정당' 낙인이 되살아났다.
  
  한나라당의 상대는 한나라당 자신이었다는 호언처럼, 한나라당의 적 역시 한나라당 안에 있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의 추태와 비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던 3일 저녁,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에 '엑스맨'이 있다"는 허탈한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비밀리에 자신의 팀이 지도록 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경기 도중 일부러 실수를 하는 선수를 '엑스맨'이라고 부른다.
  
  고비 때 마다 꼭 '표 떨어질 일'을 벌이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엑스맨'과 유사하지만, 지도부가 사건을 마무리 짓는 방법 또한 '엑스맨'과 유사하다.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물으며 당 혹은 팀에서 격리시키는 것으로 '게임'을 끝내는 것이다.
  
  박계동 펄쩍 뛰어도 윤리위에 회부되고 만 이유는…
  
  3일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박계동 의원이 술집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지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이날 오전부터 인터넷상에 급속도로 확산됐다.
  
  박 의원 본인은 '음해'라고 펄쩍 뛰었다. 자신은 종업원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을 뿐 가슴을 만진 적은 없고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세력이 오해를 살 만한 장면만을 편집해 악의적으로 유포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도부는 박 의원을 당 윤리위에 회부했다. 윤리위원회에 심사를 맡긴다는 자체가 박 의원이 징계대상임을 인정하는 행위로 볼 수 잇다.
  
  4일에는 당 클린공천감사단장인 김재원 의원이 직접 같은 당 고조흥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 의원이 지역구 시장 공천을 신청한 사람으로부터 3억 원을 받았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를 벌인 결과, 중상모략만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고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있었던 채무관계를 해소한 것을 공천비리로 몰아간 데 대해 당이 책임져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 이미지로 고착될라, 개인 '죄과'를 더 엄하게 물어
  
  이처럼 정신없이 고개를 드는 '사건'들 앞에 한나라당 지도부가 동료 의원의 '죄과'를 묻는 일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다. 지난달에는 이재오 원내대표 명의로 여기자를 성추행한 최연희 의원에 대한 '사퇴권고결의안'을 제출했고, 김덕룡, 박성범 의원을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 빠른 대처는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면 당 소속 의원 누구도 언제든지 출당하고 그들과 결별할 각오로 임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개혁 정신"이라는 한나라당의 해석과는 달리, 추태나 비리 사건이 '표'로 연결돼 악재가 되기 전에 사건을 봉합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에 앞서, 최연희 의원 사건 당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여론의 뭇매를 샀던 점, 김덕룡, 박성범 의원 비리에 즉각적으로 나서 호평을 받았던 점이 '학습효과'로 작용했다.
  
  박 의원의 추태나 고 의원의 비리 모두 전례가 있는 사건이기에 실수로 무마하고 넘어가기는 이미 늦었다는 판단 아래, 지도부가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가는 '제 식구 감싸기'란 비난만 커 질테니 개인의 죄과를 엄하게 묻는 것으로 당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 한 것이다.
  
  "꼬리를 잘라내면 몸통은 깨끗하냐?"
  
  이 같은 의도를 모를 리 없는 다른 당에서는 "선거를 의식한 한나라당의 꼬리 자르기"라고 반격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한나라당의 공천비리와 관련한 기자회견까지 열어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면 도마뱀 자체는 깨끗한 것이냐"며 "개인의 책임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정당의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 역시 "국민들은 한나라당에서 계속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어떤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것인지 묻고 있다"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아무 말 없이 회의시간에 고개 숙이는 것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한다면 국민들의 태산 같은 분노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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