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라크츠는 이집트 주간 <알 아흐람> 최신호에 게재된 이 기사에서 부시 대통령에 대한 국내 지지율 추이와 이란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비난의 강도를 시간 순으로 분석하면서, 부시의 지지도가 떨어질수록 이란을 향한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군의 이라크 점령이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도 추락을 거듭하자, 이라크 상황이 안정되지 않는 모든 원인을 이란에게 떠넘기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의 집권, 레바논 무장조직 헤즈볼라의 활동 등도 모두 이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트라크츠는 결국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빌미로 이란에 미운 털을 박아놓고 자신의 중동 패권 장악에 필요한 전략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사의 원문은 http://weekly.ahram.org.eg/2006/792/in2.htm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이라크 침공 초기 드러난 미국과 이란의 '뜻밖의 우정'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예상되던 2003년 2월, 이란에 있던 수천명의 시아파 민병대들이 이라크로 침투해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오자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의 군사조직이자 이데올로기적·재정적으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던 무장 조직인 바드르 여단이 이 민병대 전위조직에 합세했다.
바드르 여단의 이라크 침투는 사담 후세인이 축출되기 전까지는 이라크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아야톨라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2003년 8월 사망)과 미국과의 협정을 사실상 깨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아무런 불만도 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이란이 이라크 시아파를 통제하고 안정화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희망으로, 이란 정부에 대항하는 무자히디 칼크 반군의 위협을 무력화함으로써 이란에 극적인 양보를 하게 되었다.
사담 후세인의 암묵적인 지원 아래 테헤란의 신정(神政)에 반대하는 공격을 준비중이었던 무자히디 칼크는 무장해제되고 해산됐다. 그들의 기지는 미군과 쿠르드족에게 넘어갔다.
이란(일부는 시리아)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이라크 출신 시아파 지도자들(Ayatollahs)과 성직자들은 일거에 이라크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이란의 군부 작전가들은 물론이고 이란으로 망명해 있던 수만명의 이라크 출신 전직 군인들도 '해방된' 이라크에서 안보와 관련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성직자들은 이라크가 샤리아 율법(이슬람법)을 따르는 이슬람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의 각급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수천명의 민병대원들이 거리를 순찰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법률과 규정, 규약을 다시 제정했다.
보복 살인이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인권 단체들은 여성과 소수자들에 대한 탄압을 비난했다.
미국은 알리 알 시스타니 같은 시아파 지도자들과 이란이 이라크의 질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같은 상황에 침묵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이란의 그 기괴한 연대는 뒤죽박죽이 됐고 이라크에 대한 이란의 개입을 비난하는 언어들이 미국의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미국와 이란의 뜻밖의 우정은 어떻게 뒤집히게 되었나?
부시 지지도 떨어지자 이란 비난하기 시작
2003년 이라크가 미국의 침공을 받았을 때,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68%였고 미국인 대다수는 석유 부국인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을 찬성했다.
2005년 1월, 57%였던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그해 8월 45%로 떨어졌다.
이라크에 대한 이란의 개입이 미국 군부 지도자들과 싱크탱크에 의해 주목받기 시작했던 것은 그 즈음이었다.
대통령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면서 이란을 겨냥한 비난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4일 이스라엘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모든 옵션들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이란의 "테러 지원"과 핵 프로그램을 상대하는 데 있어 군사적 옵션도 배제될 수 없음을 암시했다.
부시는 "어떤 대통령이든 무력 사용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여러분도 알고 있다시피 우리는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해 무력을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그 언급은 부시가 이란에 대해 그때까지 했던 말 중에서 가장 호전적인 것이었다.
사우드 알 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이 지난해 9월 21일 워싱턴에서 했던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은쟁반에 얹어 이란의 손에 고스란히 넘겨줬다'고 연설했을 때 부시의 지지도는 42%로 또 떨어졌다.
파이잘 장관의 옆에 앉아있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인들에게 "가벼운(soft)" 경고를 했었다.
그에 앞서 2005년 1월 라이스 장관은 "중동은 변하고 있다. 이란의 지도자들도 그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들은 주위에 만연한 개혁의 에너지가 어느날 이란인들에게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요구하도록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이란 국민들의 편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파이잘 장관의 열변은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나?
그게 아니었다. 파이잘의 연설은 오히려 이라크의 치안이 악화된 것이 이란 때문이라고 직접 연계시키는 말과 정책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게 하는 길을 닦았다.
10월 1일, 라이스 장관은 "권력을 갖지 않은 채 민주주의의 원칙만을 옹호한다면 억압받는 이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3일 여론조사에서 부시의 지지율은 37%로 다시 떨어졌다. 10월 6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미군과 영국군을 희생시켰던 고성능 폭발물의 배후에는 이란이 있었을 수 있다고 암시했다.
그로부터 3일 후 이라크에서 암살부대가 운영되고 있다는 혐의에 대한 보도가 미국 언론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타임스>는 "22명이 희생된 바그다드 부근의 살인사건은 이라크 정부 핵심 세력 및 이란과의 연계 속에 매수된 경찰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장을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라크에서의 폭력과 이란을 연계함으로써 블레어 총리의 말을 확인시켜주면서, 또한 이란의 영향력이 이라크 정부에까지 침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월 12일 미국 정보기관은 알카에다의 지도자인 아이만 엘 자와히리라는 사람이 요르단 출신의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에게 보낸 것이라며 편지 한 통을 공개했다. 그 서한에는 알카에다 스파이 몇 사람이 이란에 머물면서 이라크를 오가고 있다고 써 있었다. 알카에다는 그 편지가 날조라고 주장했다.
10월 15일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0월 19일 라이스 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21일 조그비 여론조사에서 부시의 지지율은 다시 45%로 올랐다. 10월 26일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인 잘메이 칼릴자드는 이란에 대한 공격적 언사를 높이기 시작한다. 칼릴자드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물론 우리는 이란의 대 이스라엘 정책과 핵 정책, 테러 지원, 이라크에서의 부정적인 정책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0월 이후 이라크에서의 폭력 사태는 놀라운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군은 미군에 대한 핵심적인 위협 요소로 사제폭발물(IED)을 꼽았다. 100명 이상의 미군이 사망하면서 미군 사망자가 2000명을 돌파해 미국 언론의 표현대로 "우울한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면서 주로 수니파들로, 온몸이 결박된 채 죽임을 당한 시체 수십구가 이슬람 사원 부근의 시궁창에서 발견되기 시작하는 기이한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10월 15일)가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은 줄어들지 않았고 종파간 전투가 급증했다.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려야 한다고 말했던 10월 말 이후 블레어 총리는 "만약 이란이 그같은 길을 계속 간다면 사람들은 이란이 이 세계의 안보와 평화에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7일 블레어는 이란이 이라크에서의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라크가 강력하면서도 세속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무슬림 국가가 된다면, 이란과 시리아는 자국 국민들도 '우리도 이라크 같은 민주주의를 가져서는 안 되나? 우리도 정당한 시민권과 인권을 갖고 있지 않나'라는 주장을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라크의 상황을 불안케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14일 부시의 지지율은 35~37%로 떨어졌다. 2001년 같은 시기에는 87%였다. 11월 17일이 되자 암살부대가 시아파 민병대와 협력하고 있고 따라서 이란과 협력하고 있다는 보도들은 어느덧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시애틀타임스>는 "이라크 정부 관리들과 바그다드에 거주하는 서방국가 사람들은 이란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이라크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시아파 민병대인 바드르 여단의 영향과 통제 하에서 볼카노 여단(Volcano Brigade) 같은 집단이 암살부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미군이 이라크 내무부 소유의 건물에서 운영되고 있는 몇곳의 구금 시설들을 공습한 후에 나온 것으로, 그곳에서는 수십명의 수니파들이 바드르 여단에 의한 고문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수척해졌거나 고문을 받았거나 살해된 수니파들의 사진이 마치 미디어공습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수많은 언론과 블로그 등에 게재됐다.
비난의 화살은 이란을 향했다. 11월 27일 이라크 과도정부에서 국방장관을 했던 하짐 알 샤란은 이란이 이라크 상황에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까지 부시에 대한 지지도가 추이와 이란에 대한 비난 수위를 한 그래프에 그려보면, 지지율이 떨어지면 이라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비례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부시행정부 내심 흐뭇, "잘못된 건 모두 이란 탓이야"
그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연관성은 맞아 떨어진다. 지지율이 32%로 떨어진 지금 군사 공격에 대한 얘기는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칼릴자드 대사는 이라크의 종파간 폭력 사태에 대해 이라크에 있는 이란의 동맹세력을 비난하고, 폭력사태는 이란이 안사르 알 수나를(미군이 이 조직을 이라크의 주요 테러 조직으로 보고 있다) 고성능 폭탄으로 무장시켰기 때문이라고 두 세력을 직접 연계시키며 이란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시아파인 이란이 이라크의 수니파 전사들-시아파들을 공격 목표로 삼고 있는-을 무장시키고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엉뚱하고 말도 안 되는 것이다.(안사르 알 수나는 수니파 무장조직이다-옮긴이)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그 얘기는 사실처럼 들린다. 미군들이 사제폭탄으로 사망할 때마다 미국인들의 분노는 곧바로 이란을 향한다.
이란이 이라크에 간섭하고 있다는 주장과 더불어, 지난 2년간 미국 언론들의 과도한 억측과 망상증의 원천이 돼왔던 것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다. 이들에 따르면 이란은 앞으로 2년 안에 핵폭탄을 만드는 수단과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고 선언한 후 지난 2주 동안, 미국측 전문가들에 의해 그 기간은 놀랍게도 16일로 줄어들었다.
이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백악관과 이라크 공격을 기획했던 사람들을 조롱하고 비난케 하는 곤란한 상황에서 눈을 돌리게 하는 것으로, 부시 행정부에게 있어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 몇 주 동안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전직 미군 고위급 장성들의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따라서 이란을 비난하고 겨냥하는 것은 미국의 중동 지역 전략에 필요한 요구사항 몇가지를 충족시켜 준다.
첫째, 신문 기사와 "전문가" 평론을 통해 거론되는 핵무기에 의한 대량학살의 위협은 대중들의 관심을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게다가 명확해진 것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빠져나오는 분명한 철수 전략이 없다는 것이고, 반대로 이라크에서 미군 주둔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모순된 말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군은 올해가 가기 전해 이라크에서 나올 것인가 아니면 십년 이상 남아있을 것인가?
이라크 전역에 걸쳐 건설중인 미군 기지와 야영지, 활주로가 확대되는 것을 따져 본다면 그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있다.
이라크 발라드에 있는 알 아사드 기지의 확장을 위해 미군은 74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49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기지를 돌아보려면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미군 엔지니어들은 F-16기(機)를 착륙할 수 있게 하는 등 미 공군의 사용이 가능토록 이라크의 낙후된 활주로를 보강하고 있다. 이 공사는 이라크에서 현재 확장하고 있는 유사한 미군기지 중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은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미국이 치안과 군사 통제권을 가급적 빨리 이라크인들에게 넘겨주면서 이라크에서 철수하고자 한다면 왜 기지를 건설하는가?
가장 분명한 답은 이란이다. 이란이 테러를 후원하고 이라크의 종파간 폭력을 조장한다면, 미국과 영국의 관리들이 주장하듯, 미국이 이라크에 반영구적으로 주둔하면서 이란의 개입을 막는다는 논리가 가장 그럴듯하다.
또 이란의 반체제 활동가들도 이란의 비참한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국제사회가 이란에 들어가 사악한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해 억압받고 있는 페르시아인들을 구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최대의 일간지인 <카이한>의 전 편집장이자 유럽에 망명해 있는 아미르 타헤리는 지난주 이란이 중동지역을 지배해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 지역에서 가진 이해관계를 위협하고, 석유 자원에 대한 완전한 지배를 통해 세계경제를 주무르기 위해 앞으로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의 계획은 뻔하다. 부시 대통령이 레임덕에 들어가 군사 행동을 할 수 없게 되는 향후 2년간 외교적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란은 이라크의 모든 난관을 조성하는 주된 원인제공자가 됐으며 미군 주둔 연장을 합리화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란은 또 "깡패 국가"의 표상이 되어 미국의 선제공격 개념을 유용하게 하고 있고 (미국에 의해) 전술 핵무기가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쓰일 수 있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미국이 핵 옵션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 13명은 즉시 부시 대통령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전술 핵무기는 "미국과 세계 안보에 재앙적인 결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앞으로 있을 가장 무시무시하고 임박한 위협으로 이란에 주목하는 전략은 부시의 시들시들해지는 인기를 만회하고 부시를 역사에 남는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그러나) 프린스턴 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숀 윌렌츠는 미국의 잡지 <롤링스톤스> 기고문에서 부시는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강력한 후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인들을 백악관 중심으로 뭉치게 했다고 할 수 있는 9.11 테러의 질서 위에서 정치적 대변동을 막은 상황에서, 이 행정부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하위급으로 평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전쟁처럼 한 국가를 지도자 주변에 결집시킬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란은 바로 그 경우인데, 특히 미국에게 중동의 충실한 민주주의 동맹인 이스라엘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접국인 이라크에 민주주의가 꽃피는 것을 방해하는 악령처럼 행동할 때 더욱 그렇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2002년 10월의 한 칼럼에서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9.11 때문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란을 타깃으로 삼기 위해 9.11을 이용하고 있다. 이라크와의 새로운 싸움은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다. 그것은 문화 전쟁, 그리고 신이 명시한 미국의 숙명(Manifest Destiny)이라는 미국의 인식을 부활시키는 보수적인 꿈을 실현하는 최후의 단계의 싸움이다"라고 썼다.
이란이 가지고 있다는 핵무기 프로그램의 위협은 9.11의 두려움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이란이 핵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면 미국의 한 도시에서 (핵폭탄에 의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를 것이라는 두려움은 일반적인 미국인들의 머릿속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 수렁을 정당화하는 데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대한 무장해제 압력,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 등도 정당화시켜주고 있다.
이란의 위협은 또 이란, 하마스와 더불어 이스라엘이 중동의 '악의 축'이라는 딱지를 붙인 시리아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을 가능케 한다.
불행히도 이란은 이처럼 미국의 모든 중동 정책을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그리고 목표)가 됐다.
(번역 : 황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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