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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골고루 살기 좋은 한국,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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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국이 골고루 살기 좋은 한국, 가능할까?

'국가 균형발전과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심포지엄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출범 3주년을 맞아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가 균형발전과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정부, 시민단체, 재계, 학계 등 각계 전문가 50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국가 균형발전'에 관한 공약을 내걸었고, 당선된 뒤 이 공약에 따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행정복합도시 건설,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미래형 혁신도시 개발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한 방법인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의 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 자리였다.

김병준 "어떤 대선후보도 '행복도시 그만두자' 못할 것"

그간 참여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추진해온 행정복합도시나 혁신도시 건설사업은 언론 등으로부터 숱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앞으로 중앙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이며, 이 정부에서 균형발전이 완벽히 이뤄질 수는 없겠지만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새로운 물길을 하나 만들고, 쉽게 무너지거나 앞으로 변질되지 않을 정책을 내놓고 그것을 밀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어떤 대선 후보도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그만두자는 얘기를 못할 것이고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공공기관 이전 문제도 그만하자는 얘기를 못할 것이고, 오히려 더 '강화하자'는 얘기는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LG 필립스 LCD 파주공장 준공과 관련해 "일각에서 '균형발전 정책이 뒷걸음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다이어트를 한다고 밥을 한 그릇도 안 먹을 수 있느냐, 최소한의 영향은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에 공장 설립을 허용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로 가겠다는 기업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그런 기업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면서 균형발전 정책을 꾸준히 변함없이 몰고 가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방향으로 정립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의 핵심은 주민의 참여"
▲ '국가 균형발전과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심포지엄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는 토론자들. ⓒ 프레시안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에 대한 한국사회의 기억은 1970년대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에 "잘 살아 보세"를 부르짖었던 '새마을운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날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국가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돤 새마을 운동과는 크게 다른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도시 연구센터 박용남 소장은 "사업 초기부터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를 '범국민 운동'으로 추진한다는 계획 아래 무리하게 중앙부처에서부터 마을 단위에 이르기까지 위계형 조직을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를 직접 주도하지 않고 방향 제시와 제도 개선, 그리고 행정· 재정 지원을 하는 수준에서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에 주민 참여가 핵심적이라는 것은 박재길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생각도 같았다.

박재길 선임연구위원은 "영국, 미국, 일본에서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성공한 사례를 보면 주민이 주체가 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원센터를 만들거나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의 일을 하고, 정부는 주민 주도의 도시 만들기를 지원하는 형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주민 참여에 의한 도시 만들기를 지원함과 동시에 주민들이 살고 싶은 곳에 계속 머물러 살 수 있도록 사회여건을 형성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정부, 지자체는 살고 싶은 곳임에도 머물지 못하게 하는 외부 환경적 요인인 토지 이용이나 세제 등에 관한 정책 및 제도개선 방안도 함께 마련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참여 없는 농촌 정책의 결과는?

사실 농촌이야말로 그동안 주민의 참여를 배제하는 하향식 정책의 폐해가 도드라지게 나타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촌의 경제기반을 강화하고 정주 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그동안의 농촌정책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성과를 거두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비판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미령 연구위원은 "중앙정부가 농촌개발 사업을 정책화하고 지방에 지침을 내려주어 집행하는 방식으로 제도화하다 보니, 지방은 각자의 창의와 특성을 발휘할 여지 없이 그저 중앙정부가 기획한 사업을 대행하는 역할만을
▲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연 심포지엄에 참가한 각계 전문가들 ⓒ 프레시안
수행하게 되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한 일률적, 획일적, 표준화된 모습과 문화가 농촌을 도배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중앙정부 부처별로 추진하는 농촌개발 사업이 양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예산집행에 따른 실적 파악에 용이한 물량 위주의 사업으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가게 되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농촌의 환경 관리, 소득 개발, 주민 교육 등의 과제와는 괴리된 가운데 도시화, 생활의 편리성 향상을 위한 개발사업이 농촌 정책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또 이러한 주민 참여의 배제는 비효율적인 정책을 양산했다. 그는 "농촌정책을 통해 물리적 정주 여건은 개선됐음에도 농촌 인구는 감소했을 뿐 아니라 농촌정책에는 농촌의 환경, 경관, 문화적 자원 등을 향유하고자 하는 도시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내용이 담겨 있지 못했다"면서 "이는 농촌정책의 효과와 소비자 참여에 대한 평가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상생활의 공간부터, 공동체 복원과 함께"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앞으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의 추진 방향과 대상 자체가 예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재길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능이나 구조 차원의 고도화보다는 오히려 커뮤니티 단위의 생활환경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면서 "지금까지 도시를 보는 눈이 '새의 눈'에 의존해 왔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이를 보완하여 '개미의 눈', 즉 생활자의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실천하는 공간적 범위는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친숙한 범위를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면서 "일차적으로 커뮤니티의 거주환경 정비를 전제로 주택, 공공시설, 교통관련 시설, 경관 등 주요 시설별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앞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면 그 성패는 사실 지역사회의 공동체가 얼마나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은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그 자체가 공동체 복원 운동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정 전북대 교수는 공동체 복원과 지역 활성화의 문제가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김영정 교수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선 시티(Sun city)'와 일본 누카타 산촌지역의 마치즈쿠리 운동을 공동체 복원을 통해 지역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로 제시한다..

김영정 교수는 이들 사례의 분석을 통해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방법론적으로 프로젝트 방식보다는 프로그래밍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리 예견된 사업성과를 정해진 일정 시기 내에 달성하는 '투입-산출' 방식의 프로젝트적 접근으로는 결코 참여형 주민사회가 형성될 수 없다"면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을 통한 공동체 형성은 밑으로부터 제기되는 수많은 요구들을 수렴하는 민주적인 합의 절차를 거치면서 그 방향이나 내용이 결정되는 '프로그래밍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속한 도시화로 병든 한국의 공동체

하지만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한국에서 공동체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젊은 인력의 유출이 급속하게 일어난 농촌 공동체가 먼저 침체에 들어갔으며, 도시 공동체는 급속한 산업화와 분화에 걸맞은 시민의식이 뿌리내리지 못한 삭막한 공간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재열 교수는 "공동체의 복원은 위로부터의 명령만으로 이루어질 수도 없고, 물리적인 기반에 대한 투자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없다"면서 "지역 만들기에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고 주민들이 참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계획과 구성을 종합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역량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서울 공동체의 특징은?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과연 도시민을 '공동체라는 고향을 잃어버린 도시의 이방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면서 "도시화는 전통적 마을 공동체의 혈연적 관계를 도시생활에 걸맞은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연고주의로 온존시킨 반면, 도시에서 시민사회의 미성숙과 사회적 자본의 미축적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이재열 교수는 "2002년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과반수는 연고집단에만 참여하고 동호회나 취미모임, 시민단체, 정당, 문화단체, 종교단체 등 자발적 결사체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반면 자발적 결사체에만 참여하고 연고집단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중은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재열 교수는 "이는 전반적으로 서울시민의 집단활동은 원초적이고 귀속적인 연고집단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주요 도시 시민들, 특히 유럽이나 미국의 시민활동과는 큰 대비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예로 "1인당 가입한 자발적 결사체 수의 평균치는 미국 1.74개, 스웨덴 1.59개, 독일 1.13개인데 비해 한국은 0.30개에 불과하다"면서 "연고형 시민들은 사회적인 이슈를 공적인 영역에서 이슈화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해결하거나 관공서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많은 반면, 결사체형 시민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개진하고 주위의 자원을 동원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지킬 것이 많은 지역일수록 결사체적 행동이 집단적 이기주의로 변질될 가능성이 많다"면서 "아파트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자체 점검, 재건축 용적률을 높이기 위한 집합행동 등은 모두 지역에 기반을 둔 공동이익 등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시민들의 공동체 경험은 사회의 발전에 걸맞은 시민의식이 형성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면서 "취약한 시민의식과 지나치게 강한 지역이기주의의 덫에서 벗어나 정책의 형성과 집행 과정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풍수지리 사상과 환경생태의 결합으로 생태도시 설계해보자"

이날 심포지엄의 참가자들은 주민들이 스스로 만드는 도시는 이전 시대의 천편일률적인 도시와는 전혀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참가자는 "유네스코의 보고서는'도시의 미래는 개별 도시의 정체성이 얼마나 잘 보존되느냐에 크게 달려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과연 앞으로 한국에는 어떤 도시들이 생겨날 것인가?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생태도시, 창조도시, 문화도시, 클러스터, 대학도시 등이 그 예로 제시됐다.

생태도시는 이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용어다. 김귀곤 서울대 교수는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도시의 다양한 활동과 구조가 자연생태계가 지니고 있는 다양성 등의 원칙에 가깝도록 계획, 설계되어 인간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로서 녹색도시형, 물순환형, 생물다양성형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생태도시가 있다. 김귀곤 교수는 "하남시는 UN이 지정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도시"라며 "현재 조성 중인 하남 풍산지구 생태 주거단지는 도시 전체의 생물다양성 전략의 수립은 물론, 물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바람 통로를 확보하는 등 미래지향적 생태도시 구현을 위한 시범사업의 하나 "라고 소개했다. 그 외에도 경기도 의왕포일지구와 서귀포시 등이 국제적인 생태도시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김귀곤 교수는 "생태도시에 대한 많은 연구와 사회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생태도시 건설 노력이 아직은 부족한 상태"라며 "공간과 인간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체적 사유가 담긴 풍수지리 사상과 환경생태를 결합시켜 도시를 계획하고 개발의 기법화를 모색하는 노력은 녹색개발을 위한 하나의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곧 성장전략"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곧 성장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임상오 상지대학교 교수는 "21세기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경제활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창조형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경제가 창조성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창조적인 인력의 부상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임상오 교수는 "미국에서는 예술가들과 과학자, 그리고 창조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창조인력들은 일터는 물론이고 여가생활과 일상생활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면서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지역으로 급속히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상오 교수는 "이들은 어디에 살 것인가를 결정할 때 직업보다 생활양식을 우선시하며,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개성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공간의 질과 삶의 질을 모두 높여 창조적 인력들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재창조함으로써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성장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의 한국에서는 현실성이 부족한 주장일 수 있다. 박재길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들이 지금 현재 살고 있는 곳을 선택한 주된 이유는 자연환경(4.5%)이나 근린환경(1.0%) 등의 장소적 매력이 아니라 경제능력(48.8%)이나 사업상 · 직장상의 이유(16.6%) 등 비장소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박재길 선임연구위원은 "이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거주지 선택에 사업 및 직업상 등의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일상적 거주와 관련된 주택 요인, 자연환경 요인, 교육 요인, 주거 · 근린환경 요인 등은 결국 소망으로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주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나 언론도 이를 깨닫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실제로 '국민들이 살고 싶은 도시가 바로 이것이다'라고 공감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또 살고 싶은 도시를 선택하여 계속 거주하도록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도시 만들기 방식으로는 어려운 일"이라며 "거주환경의 질적 수준만 제고하는 것으로 부족하며, 살고 싶은 도시로 이주하거나 살고 싶은 도시에 계속 머물러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여건을 동시에 형성해 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이 걸려도 괜찮아요" 일본 누카타의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 운동

김영정 전북대 교수가 공동체 복원과 지역 활성화의 성공적인 사례로 소개한 누카타는 일본의 중부 연안 내륙지역의 산촌이다.

누카타는 우리 말로 '마을 만들기'에 해당하는 '마치즈쿠리' 사업을 가장 모범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누카타에서 진행되는 마치즈쿠리 사업은 촌장에 해당하는 쵸쵸(町長)인 스즈키 히로요시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기초하여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다. △오다산 숲 만들기 사업 △가야부키 야스키의 복원과 시골마을 만들기 사업 △녹색사막 되살리기와 오토강 유역연대형 지역재생 프로젝트 등이다.

이중 오다산 만들기 사업은 어찌보면 무모한 사업이다. 누카타 주변에 있는 오다산은 2001년만 해도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던 황폐한 산이었다.

쵸쵸인 스즈키는 2001년 산을 가꾸고 손질한다는 조건 하에 이 산을 소유자로부터 무상으로 빌리고 주민들의 참가로 벚나무와 단풍나무를 심는 작업을 시작했다. "봄에는 산 전체를 온통 하얀색으로 물들게 하고, 가을에는 산허리 전체를 붉은색으로 채색할 것"이라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누카타는 주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로부터 참가비를 받으면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참여 열기는 매우 뜨겁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가 달성되기까지는 앞으로 수십 년의 세월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스즈키는 "이 사업은 누카타의 100년, 1000년 후를 내다보는 사업"이라면서 "이 사업은 다음 세대까지 지속될 것이며 우리 고장은 '지속가능한 산촌 마을'의 전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의 진정한 효과는 "오다산의 숲 만들기가 다양한 면에서 주민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데 있다. 김영정 교수는 "사실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경제적 생산력을 높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 유치였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들은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일종의 저성장의 발전 전략을 채택했고 이는 느림의 철학에 기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정 교수는 "이는 현재 대부분 일회적 사업으로 끝나버리는 우리나라의 '주민 참여형 지역공동체 형성 운동'에 주는 교훈이 매우 크다"면서 "정부는 동별 주민자치센터를 조직하여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시책을 펴고 있지만 주민참여형 지역사회 형성을 압축성장의 방식으로 이루어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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