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쉬-아가치에서 30km 떨어진 이 마을은 바르부르가즤강과 끠즬쉰강이 만나는 지점에 생겨난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모두 알타이인들만 살고 있는데, 이 마을에서 꼬쉬-아가치로 가는 도중에 있는 떼벨레프에는 모두 카자흐인들만 살고 있다. 고르노-알타이스크에 갔을 때 방송국 사람이 내 명함을 보고 알타이에도 '고구려(Koguryo)'라는 마을이 있다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러고 보면 'Koguryo'와 'Kokorya'는 음이 많이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곳에는 병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나이 많은 여자 샤먼들이 있고, 아직 훈련 중인 샤먼들이 있으며, 작은 마을이지만 향토지박물관이 있는 재미있는 마을이다. 마을은 아주 한적하고 주변은 아름답고 꾸미지 않은 자연의 풍경들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는 멸종 위기에 있는 매도 살고 있다고 한다.
맨 먼저 향토지박물관을 찾아갔다. 그러나 박물관은 커다란 자물쇠로 꼭꼭 잠겨 있다.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그 마을 선생 집까지 찾아 갔으나 우리가 우코크에 갈 때 야영했던 그 온천에 가버려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곳 박물관에는 이 지방의 지리, 역사와 알타이의 민속학에 관한 흥미로운 유물들이 많다고 한다. 꾸바레프 교수 말에 따르면 이곳에 훈족(흉노족)의 머리와 손 미이라, 훈족이 사용하던 활통과 활 같은 것이 전시되어 있다고 해서 꼭 보고 싶었는데 허탕을 치고 만다.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 가에 허름하게 지은 박물관은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되어 있는 형편이라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작은 마을에 박물관이 있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고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마을 안에도 이곳저곳 꾸르간이 보인다.
아쉬운 대로 알타이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고 하는데 한 술 취한 노인이 계속 시비를 건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바로 오전에 샤먼선돌을 갈 때 들려서 대접을 받았던 유르타의 주인이라고 한다. 마침 마을에 약혼식이 있어 왔다는데 원체 술이 많이 취해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돌아섰다.
이곳에서는 왼쪽으로 꼬쉬아가치 가는 길과 오른쪽으로 사일류겜산(Sailyugem, 3411m) 아래 펼쳐진 사일류겜 스텝을 지나 투바 국경지대로 가는 길로 나누어진다. 만일 사일류겜 스텝 방향으로 가면 알타이에서 가장 발길이 뜸한 곳으로 가게 되는데 끝내는 신성한 줄루꿀(Dzulukul) 호수를 방문할 수 있다. 이런 마을에서 하루 저녁 묵으며 샤먼들도 만나보고 알타이인의 진면목을 보고 싶었으나 꾸바레프 박사는 사람이 있는 곳은 질색이다. 오늘도 어딘가 강가에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곳에 텐트를 칠 것이다.
이번 답사에는 빠졌지만 꼬꼬랴에서 동북쪽으로 강을 따라 올라가면 부구준(Buguzun)강이 나오는데, 강가에 많은 꾸르간과 제사 터가 있으며, 께렉수르도 6군데쯤 발견되었다(V. I. 소요노프(Soёnov) 외, 「부구준의 고고 유적」, 『고대 알타이』(10), 고르노-알타이스크, 2001). 우리가 지금까지 본 유스띄트, 바르부르가즤 강변의 유적들과 같은 형태의 유적이다.
자, 이것으로 코쉬-아가치 지역의 답사를 모두 마쳤다. 제법 잘 정비한 포장길을 따라 코쉬-아가치로 기분 좋게 달린다. 중간에 카자흐인들의 공동무덤 터를 잠깐 촬영하는 여유까지 부린다. 무덤도 마치 사람 사는 동네처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슬레이트와 나무로 지붕을 올려놓은 것, 양철로 이슬람사원의 지붕처럼 만든 것 등 다양하다. 무덤마다 집과 같이 나무울타리를 치고, 비석을 세워 죽은 자의 사진, 나고 죽은 해 같은 것을 기록해 놓았다.
6시 코쉬-아가치 도착하여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과일이나 채소를 사려고 했으나 찾기가 힘들고 있다고 해도 상품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의 물건들이다. 7시 10분, 강이 만나는 지점에 야영할 자리를 잡았다. 길 가에 빠지릭 시기의 꾸르간이 여기저기 보인다. 강가는 골짜기가 제법 깊어 차가 바닥을 보고 내려가야만 하는 언덕을 내려가서 다시 바로 합수머리 앞에서 텐트를 쳤다.
저녁밥을 먹고 나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지금까지 일정 가운데서 가장 빨리 도착한 날이라 모처럼 세수를 하는 여유를 가졌다. 모두들 돌아가는 길이라 가벼운 표정들이다. 비가 와도 러시아팀의 여유는 계속된다. 텐트의 한쪽 자락을 트럭에 묶고 다른 한 자락에는 기둥을 세워야 하는데 기둥이 없어 할 수 없이 내 사진기 다리를 쓰려고 했는데 우리의 특공대 플루스닌 교수가 큰 나무기둥을 구해와 도끼로 적당히 잘라 세운다. 훌륭한 식당이 된다.
저녁에는 컴컴해 할 일이 없어 밤 10시가 되기 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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