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고삐 풀린 소비욕구, 못 따르는 공급능력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고삐 풀린 소비욕구, 못 따르는 공급능력

'2006년 북한은 어디로?' 경제편 〈1〉7.1 경제개혁조치

7.1조치는 경제단위들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분권화, 화폐화, 시장화를 의도하는 경제개혁정책으로서 국영기업 및 협동농장의 경제관리체계, 분배제도, 가격제도, 재정, 대외경제제도 등 전 경제분야에 걸쳐 시행된 경제개혁조치였다. '계획'에만 의존했던 경제운용체계를 '시장'의 기능도 병존적으로 같이 활용하고자 하는 개혁조치였던 것이다.

토지개혁 이후 최대의 경제개혁조치

북한 당국자가 7.1조치에 대해 북한이 해방 후 반봉건적 지주경제를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전환시키고자 처음 추진했던 토지개혁에 버금갈 정도의 경제정책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장기적으로 북한경제체제의 이행을 유도할 수도 있는 획기적인 개혁조치였다. 7.1조치는 한 마디로 북한체제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폭탄성을 안고 있는 경제개혁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7.1조치는 지난 3년간 북한경제에 엄청난 변화와 충격을 몰고 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모든 개혁정책이 다 그렇듯이, 개혁의 "쓴 맛"과 "단 맛"을 동시에 가져와 지난 3년간 경제개혁의 손익계산서를 쉽게 제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북한경제에 격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농업·유통·지방부문은 성장, 공업·국영부문은 침체

그러면 우선 7.1조치 이후 북한경제에 나타난 거시경제적 현상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북한경제는 잘 알다시피 90년대에 일명 '고난의 행군시기'라고 일컬을 정도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의 행진을 경험했었다. 총국민소득이 80년대 후반에 비해 약 절반 정도 감축될 정도로 축소재생산을 경험하다가 99년부터 플러스 성장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세계의 대규모 지원이라는 수혈에 힘입은 것으로서 자체 경제동력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 경제활동의 성과를 모두 국가가 가져가기만 했던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경제성과와 개인의 보수체계를 연계한 7.1조치는 노동의욕의 제고와 생산성 증대를 가져왔다. 그래서 7.1조치는 비록 자본 및 원자재의 부족으로 생산증대에 여전히 애로를 겪고 있지만,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주어진 경제여건 내에서 최대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내도록 유인함으로써 미약했던 플러스 성장세를 선순환적인 구조로 전환하도록 만들었다.

▲ 자료 : 통계청, <남북한 경제사회상 비교>, 각 년도.

식량생산량이 2002년 이후 3년 연속 400만 톤대를 넘어서고 80년대 후반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가 하면, 도소매업이 2003년 9.8%, 2004년 21.7%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무역규모도 2003년 5.7%, 2004년 19.2%로 급증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최근 이러한 경제의 활성화에 고무되어 93년도 이후 최초로 올해 '기간공업 및 농업개발 3개년' 중기계획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7.1조치로 해결할 수 없는 에너지 및 원자재난은 여전하기 때문에 공급경제의 애로는 아직 심각하다. 2004년도에 경공업생산이 -0.2%를 보이는가 하면 중화학공업도 불과 0.7%의 성장세에 머무르고 있다.

7.1조치는 생산경제보다는 유통경제와 소비경제에, 그리고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경제 부문보다는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지방공업 부문에 더욱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이유는 원자재교류시장 및 종합시장의 허용으로 잠재되어 있던 교환행위가 활발해지고 억눌려 있던 소비의욕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칙을 지키면서 실리를 추구한다"는 실리사회주의 논리에 의해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산업부문은 계획경제체계에 묶어두고 지방공장들은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상당부분 허용했기 때문이다.

7.1조치 이후 북한의 기업소, 협동농장, 상업기관들은 국가가 지령한 생산량 달성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윤을 더 많이 올릴 것인가, 시장을 보다 많이 확보할 것인가, 외자를 유치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각 경제단위의 지배인들은 수익을 내지 못하면 해고될 수도 있고 근로자들은 기업소가 이윤을 내어야 보다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록 북한경제가 '빈곤의 함정'에 머물러 있다 할지라도 선순환적인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개혁의 부메랑'…심각한 인플레와 양극화, 암시장의 확대

그러나 7.1조치는 다른 한편, 이른바 '개혁의 부메랑'도 발생시켜 7.1조치 이후 북한경제를 '인플레 경제'로 바꾸어 놓고 있다. 북한은 7.1조치를 단행하면서 각 경제단위들의 독립채산제를 강화하고 시장경제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을 당시 시장가격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가격개혁을 실행했었지만, 이러한 급격한 가격개혁은 곧바로 초인플레를 야기하고 말았다.
▲ ⓒ프레시안

예컨대 쌀 1kg의 국정가격은 44원이지만 시장가격은 800~900원에 거래되고, 돼지고기 1kg의 국정가격은 110원이지만 시장에서는 2500원이며, 운동화 1컬레의 국정가격은 180원이지만 시장가격은 1만5000원(중국산) 정도 한다. 노동자 한달 평균 임금 3000원으로 돼지고기 1kg을 사면 그만이고 다섯 달치 임금을 합해야 겨우 운동화 1켤레를 살 수 있다. 연평균 300~400%씩 상승하는 살인적인 물가에 북한주민들은 한숨만 푹푹 나온다고 한다. 음성적 거래로 존재했던 교환경제를 양성화한 7.1조치는 억눌려 있던 소비 욕구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풀어놓았지만, 공급의 애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 경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7.1조치는 또 다른 '개혁의 부메랑'으로서 양극화 현상도 야기하고 있다. 외화벌이를 통해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외경제부문과 대내경제부문, 계획경제종사자와 시장경제공간을 일부 활용할 수 있는 부문의 종사자 등 사이에 극심한 소득격차를 낳고 있다. 과거에는 엄격하게 제한된 기업소, 기관만 외화벌이를 할 수 있었지만, 7.1조치 후 허가받은 모든 기업소, 기관들에 외화벌이가 가능해지면서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재산축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종합시장이나 거리의 매대에서 개인상업활동이 허용되면서 대·중·소규모의 상인계층도 등장하고 있다. 대외시장이나 국내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소, 기관들은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되면 타기업소보다 월등히 많은 월급을 지불하기도 한다. 실리경제를 잘 활용하고 장사수완이 좋은 사람은 개인적으로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 새터민들에 따르면, 7.1조치 후 북한 주민들은 정해져 있는 직업보다 돈벌이가 되는 또 다른 경제활동에 열심인 이중직업(two-job)활동이 급증했다고 한다.

▲ 평양어린이과자공장에서 빵을 만들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아마 북한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개혁의 '쓴 맛'은 부패경제의 확산을 통한 관리되지 않은 시장경제, 즉 암시장이 상당한 규모로 확대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7.1조치는 이러한 현상도 야기하고 있다. 7.1조치 이후 각 기업소, 기관들은 독립채산제에 의해 스스로 자본을 조달해서 경영을 해나가야 하고 주민들은 살인적인 인플레 경제하에서 월급만으로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결국 국가가 정한 생산량 조달과 이윤의 납부를 위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비법적인 경제행위를 조장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북한은 90년대 계획경제기능의 마비로 인해 자구책 차원에서 비법적인 경제행위가 구조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실리추구를 공식화한 7.1조치는 관리되지 않은 시장경제공간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는 것같다.

북한 고위관리 "우리는 반드시 성공한다"

7.1조치 이후 북한경제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같다. 앞에서 살펴본 양면적 현상들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경제상황은 보다 더 시장화의 방향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고,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경기상승세'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한 고위당국자는 방북기업가에게 "7.1조치 후 3년간은 과도기적 상황으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지금 그에 대한 평가작업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반드시 성공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따라서 아직은 7.1조치가 가져온 북한경제상황에 대한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개혁은 성공을 위해 스스로 또 다른 개혁을 요구한다고 볼 때 북한경제의 변화는 향후 더 가속화되어 나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 '2006 북한은 어디로?' 시리즈는 <프레시안>과 <북한연구학회>의 공동기획으로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발행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