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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신문과 방송이 한미 FTA에 찬성만 하는 이유는?

[화제의 책] 노암 촘스키와 에드워드 허먼의 〈여론조작〉

출범 초기 '언론과의 건전한 긴장관계'를 표방했던 노무현 정부와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은 여전히 '극도의 긴장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을 둘러싸고 열렸던 위헌 공판은 둘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칭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노무현 정부와 -만약 '좌파 신자유주의'가 존재한다면- '우파 신자유주의'라고 불려야 할 이들 신문은 이러한 정치적 대립구도를 지속하면서도 한미 fta 체결을 두고는 철저한 밀월관계를 맺어 왔다. 언론노조의 이재희 부위원장이 지난 2일 열린 '침묵하는 미디어, 잠을 깨라' 토론회에서 제시한 언론보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이들 신문은 철저히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만을 기사로 냈으며 fta에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는 거의 담지 않았다.

"언론의 편파적인 선택은 특정한 신념을 지닌 사람들의 사전선별, 내면화된 선입견, 그리고 소유주•조직•시장•정치권력의 제약에 대한 직원의 순응에서 생겨난다. 검열은 대부분 자기 검열을 통해 이루어진다. 자기검열의 주체는 정보원과 언론 조직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자와 논평자들, 그리고 소유자로 대표되는 시장과 정부 권력자들이 부여한 제약을 이행하도록 선택되고 이를 내면화한 언론 조직 내의 고위 간부들이다."

이는 한미 fta를 다루는 한국 언론의 양태를 분석한 글이 아니다. 노암 촘스키와 에드워드 허먼이 책 〈여론조작- 매스미디어의 정치경제학〉의 2002년도 개정판 서문에서 내놓은 미국의 언론에 대한 분석이다. 1988년 초판이 발행된 이 책은 미국의 미디어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선전(프로파간다) 모델'을 내놓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모델은 2006년 한국의 언론 현실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
"선전모델의 기본 요소, 다시 말해 뉴스를 여과하는 장치들을 큰 항목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규모, 집중된 소유권, 소유자의 부, 거대 언론기업의 수익지향성 △언론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 △정부, 기업. 그리고 이들의 일차적인 정보원이자 권력의 대리인들로부터 자금과 인정을 받는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언론의 의존 △언론을 훈육하는 역할을 하는 '강력한 비난(flak)' △국가적인 종교이자 통제 메커니즘으로서 '반공주의'.

이 요소들은 상호작용을 하면서 서로를 보강한다. 이 여과장치들은 뉴스의 원료를 연속적으로 걸러내어 인쇄하기 좋게 세탁한다. 또한 담론의 해석과 전제를 규정하고, 뉴스가치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아울러, 선전캠페인의 원칙과 역할도 설명한다."

(〈여론조작-매스미디어의 정치경제학〉 p. 76)

선전모델의 첫번째, 언론 기업의 소유권 집중


<여론조작-매스미디어의 정치경제학> (노암 촘스키· 에드워드 허먼 지음, 정경옥 옮김, 윤선희 감수. 에코리브스 펴냄. 2006). ⓒ프레시안

〈여론조작〉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abc, cbs, nbc 등 3대 텔레비전 네트워크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뉴스 코퍼레이션(머독) 등 29개의 초대형 언론기업이 신문 발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잡지•방송•단행본•영화의 매출과 독자, 관객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언론사간 인수•합병을 통해 군소 매체들이 점점 대형 매체에 통합되고, 때로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거대 조직으로 확대된 결과다. 또 "미국의 많은 언론사들은 기존의 분야를 탈피해 성장 영역으로 점쳐지는 다른 분야로 눈길을 돌리고 있으며 신문을 주축으로 했던 많은 언론사들은 텔레비전의 영향력과 탁월한 광고 수익 효과에 자극을 받고 서둘러 광고와 케이블 tv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여론조작〉은 "대대적인 시장 시스템 통합을 향한 이런 움직임은 소유권 집중, 공동 소유권, 타 기업에 의한 언론사 소유 등을 제한하는 법규가 완화되면서 더욱 가속화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언론의 독과점화가 진행될수록, 언론 매체가 시장에 더욱 깊숙히 종속된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작〉은 "거대 언론기업들은 소유주와 여타 시장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과 깊이 연계된 경영자 또는 일부 갑부들에 의해 운영"되며 "이런 언론기업은 다른 대기업, 은행, 정부와 긴밀하게 얽혀 상당한 공통 관심사를 갖고 뉴스를 선택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거대언론기업 따라할래' 보채는 한국의 신문들

현재 진행중인 조선•동아의 신문법 위헌 소송은 '미국과 같은 초대형 언론기업으로 성장하기'라는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현 방송법의 규정을 준용해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금지한 조항이나 1개 신문이 전체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거나, 3개 신문이 60% 이상을 점유할 때 이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신문 발전기금 우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조항 등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시민단체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실질적으로 중소언론에 대한 우선 지원과 같은 맥락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는 신문들에 대한 직접 규제는 아니"라고 보지만, 해당 언론들은 평등성에 위배되며 과잉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위헌소송의 보다 본질적인 목표는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허용케 해 보도전문채널과 지방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들 언론이 한미 fta에 대해 찬성 일변도의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목적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보수신문은 한미 fta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목표인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쉽게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는 것 아니겠느냐"며 한미 fta에 대한 이들 신문의 편파보도를 비판한 바 있다.

편중된 취재원, 선전모델의 또다른 여과장치

한미 fta로 인해 방송 시장이 개방되면 타격을 입을지언정 별다른 혜택을 얻으리라고 보이지 않는 방송도 한미 fta에 대해 찬성 일변도의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마친가지다.

언론노조 이재희 부위원장은 신문, 방송을 포괄하는 언론들이 한미 fta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만을 내보내는 데 대해 △한미 fta에 대한 기자들의 무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정부 보도자료에 의존한 보도행태 △통상 관계자, 기업 ceo, 정부인사 등에 한정된 협소한 취재원의 범위 등을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

노암 촘스키와 에드워드 하먼 역시 〈여론조작〉에서 각종 언론이 정부와 시장의 선전도구로서 작동하는 중요한 장치 중의 하나로 뉴스 정보원의 편중을 꼽는다. 〈여론조작〉에서 이들은 "주요 뉴스의 출처인 대규모의 정부 및 관료조직들은 공적 정보에 큰 영향을 미치며, 언론에 대한 특별한 접근을 보장받는다"고 지적했다.

비영리조직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언론에 정보를 공급하는 곳은 정부만이 아니다. 〈여론조작〉은 "기업체 또한 정부기관의 규모로 공적 정보를 쏟아낸다"면서 "미국상공회의소와 같은 법인단체는 연구, 통신, 정치활동을 위해 1983년에만 65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기업 등 뉴스제공자들이 하는 일은 "해당 기관의 관점에 따라 생성된 자료로 기자들의 일정을 맞춰주는 것"이다. 또 "막강한 관료조직들은 언론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자료를 입수해서 뉴스를 제작하는 언론의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함으로써 특별한 친분을 유지"한다.

문제는 "권력과 정보제공의 관계가 정부기관이나 기업이 일일 뉴스를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전문가'를 공급하는 수준으로 확대된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작〉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많은 '전문기관'들이 속출했고 기업의 관점을 선전하기 위해 목표에 충실했으며, 수많은 지식인들이 이런 기관에 유입되었다"고 설명한다.

현재 한국에서도 흔히 보이는 것과 같이 이러한 기관에 속한 전문가들은 "지원을 받으며 업무를 하고, 그들의 성과는 해당 기업의 확고한 목표에 따른 세련된 선전전략을 통해 언론에 확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정부와 기업의 시각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절대적인 힘의 열세에 놓이게 된다. 이는 자연히 보도의 편파성으로 이어진다.

절대적인 열세…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반 fta 진영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각을 가진 미디어에서 겪는 곤란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인터넷 신문 〈레이버투데이〉는 지난 3월 15일 칼럼 '이러쿵 저러쿵'에서 "한미 fta 관련 취재를 하다 보면, 기자와 취재원이 모두 한숨만 쉬다 마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본적으로 '살벌한 주제'라 즐거운 대화를 하긴 어렵겠지만, 그에 따른 진보진영의 준비 정도와 실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한숨부터 나오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레이버투데이〉는 "특히 '한미 fta가 노동 조건에 어떤 변화가 오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날고 뛰는 진보진영 정책 활동가들조차 한숨으로 답을 하곤 한다"면서 " '그거 조사하고, 자료를 만들어야 하긴 하는데…'가 주로 나오는 답"이라고 말했다.

〈레이버투데이〉는 "활동가들 탓만 할 것은 아니"라면서 "진보진영 최대의 '싱크탱크'를 가진 민주노동당의 경우는 연구원 1명이 영어 원문의 관련 자료를 붙들고, 밤잠 못 자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한미 fta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한미 fta 저지 교수학술공대위'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미 fta저지 교수학술공대위는 지난 3월 7일 "한미 fta는 대통령의 진두지휘, 소수 재벌의 지원, 보수 언론이 장단 맞추면서 친미 관료, 친미 관변 학자들이 구색을 맞춰주는 5자 담합의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범국민적인 한미 fta 저지운동 속에서 이론과 정책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발족한 단체다.

인터넷은 과연 '선전모델'을 부술 수 있는가?

〈여론조작〉의 초판이 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 등을 통한 이른바 '대안 미디어'가 많이 생겨난 상태다. 이러한 새로운 통신 기술이 언론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지배체제를 파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암 촘스키와 에드워드 허먼은 "인터넷은 반대파와 저항세력에게 중요한 통신무기의 하나지만 결정적인 도구가 되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가장 시급하게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은 인터넷의 효과를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규모가 매우 큰 상업조직만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터넷 상품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히려 인터넷의 등장이 언론의 상업성을 강화시켰다고 본다. 이들은 "미디어 복합기업으로서의 기존 언론은 재빠르게 인터넷에 침투해 "상세한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프로그램의 특성과 광고를 개인적 특성에 맞게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난 10여 년에 걸친 정치와 통신의 변화는 결국 선전모델의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기업의 힘과 세계적인 진출범위의 증가, 언론의 합병과 증대된 집중화, 공영방송의 감소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선전모델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향한 희망"

이들은 인터넷 보다는 케이블과 위성통신이 증가하면서 늘어난 지역 단위 매체에 더욱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는 이미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방송 채널이 약 3000개에 달하고, 2만 시간의 지역 제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수백 개의 지역 공급사뿐만 아니라 위성을 통해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전국적인 제작사와 공급사들이 있다"며 "이러한 언론과 지역의 비영리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 등을 이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 환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노암 촘스키와 에드워드 허먼의 이러한 충고를 한국에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중이 나서 민주적인 정치질서를 위해 언론을 훨씬 더 폭넓게 통제하고 다룰 필요가 있으며 지역 공동체와 직장 단체, 자체 교육 집단과 이들의 네트워킹과 행동주의는 사회생활의 민주화와 의미 있는 사회적 변혁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다. 그러한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만날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깊이 새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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