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곡물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
세계곡물 가격과 유통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미 시카고 곡물시장에 맞서 중국과 아르헨, 브라질이 공동으로 생산과 판매가격 등을 독자적으로 조절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이는 세계곡물시장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겠다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세계 대두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이 시장의 영향력을 키우고 시카고 메이저들의 횡포를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차세대 대체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는 에탄올(에틸알코올) 연료개발의 현주소를 진단해본다.
중국과 아르헨, 브라질 3국 대표들은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대두 및 식용유 생산과 유통을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데 합의하고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대두의 세계최대 소비국 중국과 세계 최대 생산국인 아르헨과 브라질이 미 시카고 곡물시장의 간섭을 받지 않고 유통 가격을 따로 정하겠다는 일종의 반란인 셈이다.
중국은 연간 2660만톤의 이상의 대두를 소비하며 여기서 얻어지는 콩 비지는 돼지사료로 활용하고 있어 명실공히 세계최대의 대두 소비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동안 브라질과 아르헨 대두 생산업자들은 시카고곡물시장의 눈치만 살피면서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거래를 해 왔다는 게 아르헨 측 생산업자들의 주장이다. 이번 3개국간의 협정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상호 보호하는 상생 조치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카고 곡물시장은 지난 14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대두 가격을 하향조정했으며, 이에 따라 아르헨 생산업자들은 판매를 중지하고 내년 생산량을 대폭 줄이는 등 가격폭락에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식용유생산을 자랑하는 아르헨 로사리오 생산업자들은 "세계 대두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아르헨과 브라질이 이제 더 이상 시카고곡물시장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면서 연간 1500만 톤 이상의 식용유를 소비하는 중국과의 이번 협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들 3개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쇠고기와 닭고기, 과일, 채소 등의 생산을 대폭 늘리고 이의 안정적인 시장확보를 위해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현지 전문가들은 "중국이 연간 1억 톤 이상의 남미산 대두를 독점해 세계곡물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나아가 남미의 전체곡물시장을 장악해 시카고 시장이 누려온 권위와 특혜를 나누어 갖자는 도전장을 던진 형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르헨과 브라질 양국은 향후 중국과 인도 등 소비시장이 대폭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해 노동자 확보를 위해 이민문호를 개방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추세다.
브라질 정부는 전통적으로 농업에 강한 2000만 명 이상의 일본-브라질 혼혈계와 수백만에 달하는 중국인들을 포함한 동양계 이민자들이 거주하고 있어 일손과 경작지는 넘쳐 나는 상황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아르헨 역시 볼리비아인을 비롯한 주변 빈민국가들에 문호를 개방해 제한 없이 영주권을 발급해주면서 농업을 비롯한 3D업종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양국 정부는 판매시장만 안정되면 생산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차세대 연료인 에탄올 고급화에 주력'**
한편 인구1억8000만이 넘는 삼바와 축구의 나라 브라질이 석유개발과 알코올연료산업에서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브라질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Petrobras)는 해저 석유탐사 분야에서 최고수준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알코올연료인 에탄올 생산에서도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석연료인 석유에 비해 식물성이라 인체에 해로운 온실가스 배출이 적으며 상대적으로 가격까지 저렴한 에탄올은 차세대 연료로 서방 선진국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오죽했으면 미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미국도 차세대 연료인 에탄올 생산에 전념하라고 했을 정도일까.
그러나 미국은 옥수수를 활용한 녹말을 통해 알코올을 생산하다 보니 생산과정이 복잡하고 단가 역시 석유에 버금갈 정도여서 시장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브라질은 지천에 널린 사탕수수를 이용한 알코올 생산이 보편화돼 있다. 생산 원가가 휘발유의 절반수준도 안돼 차세대 연료로 각광을 받고 있어 브라질 최대의 전략산업으로 키울 전망이다.
브라질이 알코올연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 70년대 세계적인 에너지파동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정권을 잡은 군부는 자동차회사들과 협력해 알코올 전용차량 생산에 주력하고 에탄올연료 활용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또한 사탕수수 농장주들에게 무제한의 저금리를 적용한 금융지원과 면세혜택 등을 부여하고 사탕수수 경작을 장려하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30여 년 동안 이렇게 축적한 에탄올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선진국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에탄올연료의 온실가스방출을 최소화시키는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위해 2012년까지 100억 달러를 투자해 저렴하고 공해 없는 대체연료를 공급한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교토의정서 발효를 앞두고 세계 각국에서 무공해 에탄올연료 수요가 천문학적 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따라서 브라질 정부는 사탕수수 경작지와 에탄올 생산공장 증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벌써부터 브라질산 대체연료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대체에너지 구입경로와 합작투자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브라질 정부는 밝히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FTA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동안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남미와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과 유럽은 남미를 활용한 이익방안이 무엇인가를 간파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남미는 남미대로 식량과 에너지자원을 통해 피폐해진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태세다.
한국 역시 미래를 위해 남미의 각종 자원에 주목하고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