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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初心을 버렸는가?"

한반도 브리핑〈3〉동북아 정치경제구도와 한미FTA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이어 한미FTA 협상 시작을 선언하면서 한국 외교부는 한미동맹이 정치ㆍ군사동맹에 경제동맹이 결합된 관계로 한 단계 더 강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미동맹은 대북 억지력으로서 여전히 냉전적 적대관계를 상정하는 20세기형 동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동맹도 적을 상정하는 관계일 터인데 한편에서는 세계화 속의 무한경쟁시대를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동맹이란 것이 성립하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무역상대로 제1, 2, 3위가 중국, 미국, 일본이고, 북한은 지속적인 교류ㆍ협력의 대상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경학적으로는 유럽연합(EU)은 아닐 것이고 미국을 제외하고 이 중 어느 나라를 적으로 상정해야 할 것이니 경제동맹이란 발상은 넌센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도 경제적으로는 한국과 엄연한 경쟁관계에 있으며, FTA협상은 치열한 이해관계의 다툼이 될 것이란 점에서도 그러하다.

다만 외교부의 설명에는 FTA로 한미 관계를 정치ㆍ군사 관계에 이어 경제 관계에서까지 더욱 밀접한 일체화 수준으로 가져간다는 의도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치경제적 구도는 이러한 발상과는 반드시 합치하지 않는 흐름 속에 있으며, 그 속에서 이 지역의 국가들이나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이 확대되어 왔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최근 한미FTA나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중국영향력 확대설'이 주요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2년 전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대북 투자를 가지고 '북한의 동북4성화', '북한의 중국 식민지화' 등 우려를 부채질하는 기사가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미일동맹 강화에 맞서기 위해 중러 관계가 강화되는 추세를 가지고 '북ㆍ중ㆍ러' 대 '한ㆍ미ㆍ일'의 냉전적 구도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해석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으나, 이는 이보다 훨씬 큰 흐름과 구도가 동북아시아에 형성되고 있음을 간과하는 것이다.

***북한의 대중국 의존심화, 북미ㆍ북일관계 타개로 풀어야**

중국의 대북투자로 향후 중국의 5개년계획 기간 중 50억 달러가 약속되었다고 알려졌다. 1년에 평균 10억 달러 규모다. 현재 북중 교역 관계는 1년에 약 15억 달러 수준이다. 무상지원을 포함해도 2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남북 교역액은 약 10억 달러로 남한의 대북 교역규모는 중국 다음으로 제2위다. 반면 한중 교역액은 작년에 1000억 달러를 넘어서 북중 교역의 60배를 훨씬 넘는다. 남한의 대중국 투자액수도 북중 투자 관계를 압도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대중투자를 유치하기 이전 DJ정부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요구했던 것이 남한의 에너지 지원,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경제협력이었음을 잊기가 쉽다. 중국의 대북투자로 편중되고 만 것은 남한이 핵문제 등으로 대북 투자에 한계를 보인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다만 미흡하기는 해도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협은 진행 중이다. 한중 관계가 정치군사적으로는 북중 관계에 미치지 못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압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차원은 서로 엇갈리며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냉전적 구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체제전환을 한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는 정치, 경제 어느 면에서도 북러 관계에 앞서고 있음은 더 이상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6자회담 등 외교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는 중국이 위와 같은 경제관계 이외에도 남북한과 동시수교국이란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90년대 초 냉전 해체 당시 한소,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도 북미, 북일 관계가 냉전적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따른 불균형의 산물인 것이다. 1, 2차 북핵위기도 북미, 북일 사이의 냉전적 대치에 근본 원인이 있다. 6자회담에서 중국에 이어 한국이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꾸준히 진전된 남북간의 화해ㆍ협력이 있다.

이 점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지적하기 이전에 90년대 초 이래 미, 일과의 관계 개선에 좌절을 거듭해 온 북한의 외교적 한계를 동시에 보아야 한다. 북중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이전에 북한이 납치문제를 고백하며 일본과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북일 수교에 공을 들였던 것은, 무엇보다도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절실히 원했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탈냉전으로 가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서 이는 북미, 북일 관계 타개, 남북 경협의 확대와 같은 냉전해소로 해결할 일이지, 냉전적 해법을 구할 일이 아니다.

***일본, 대미 정치ㆍ군사관계는 강화하지만 경제부문에선 독자성 확대**

미일동맹 강화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정치ㆍ군사적으로는 미일동맹을 강화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매우 신중하다. 밀접해지는 정치ㆍ군사적 동맹관계도 기지이전 협상, 미군주둔 비용 부담 등 그 내용을 보면, 꾸준한 일본의 대미 독자성 확대임은 한미 협상과 대비되는 교훈이 된다. 나아가 이제까지의 군사적 동맹처럼 경제도 생각한다면 미일 FTA가 먼저 이뤄져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ㆍ일동맹은 정치ㆍ군사로는 강화되고 있지만, 경제에서는 미국과 일본 사이에 경쟁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IMF 금융위기 이전에 일본은 엔화의 국제화를 지향하는 아시아통화기금(AMF) 구상을 내세웠지만, 미국의 견제로 좌절된 적이 있다. 특히1998년에는 'Japan passing'이라고 해서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일본을 건너뛰고 중국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참여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동북아시아 시대를 내세운 주된 배경은 한ㆍ중ㆍ일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경제협력의 확대와 심화에 있었다.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기존 한일 경제관계를 포함하여 동북아시아 내 국제 분업 및 경쟁 관계에서 한국의 입지가 넓어진 측면을 적극 평가한 것이다. 이러한 3국 협력과 동아시아 경제협력의 진전으로 휴대폰, 가전제품 등에서는 '동(북)아시아 표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다. 동아시아에 확산되는 한국 대중문화의 '한류' 열풍은 경제현상을 문화적으로 뒷받침하는 흐름이다. 한일 관계에서 '욘사마' 현상은 국교정상화 이후 과거 60년동안 볼 수 없던 사건으로서 역사 문제로 인한 한일 정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정치ㆍ군사적 관계와 경제적 관계의 엇갈림이란 구도 속에서 한국, 일본 모두 미국과의 동맹관계로부터 일정하게 독자성을 늘려갈 조건이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2005년 12월 동아시아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중국, 일본의 주도로 동아시아의 경제협력이 진전되는 데 대해 미국은 내심 초조해 하고 있다. 미국이 1년에 700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내면서도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달러 기축통화국이란 점 외에 대미 수출에서 상위에 있는 중국, 일본, 한국, 대만이 미국 정부 채권을 구입해 적자를 상쇄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가 경제협력에 의거한 동아시아의 독자적 통화협력을 강화해 달러의 활용규모를 줄인다면, 미국으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움직임이 될 것이다. 최근 일본이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통해 가상의 아시아 공동통화 연구 구상을 발표한 것도 97년 AMF구상의 수정판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정치ㆍ군사적 헤게모니를 활용하며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으나, 이러한 지역경제협력의 흐름은 동아시아의 새로운 지역질서 수립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할 수 없게 만드는 균형추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다.

***한ㆍ중ㆍ일 관계 악화되면 미국 역할만 확대될 뿐**

물론 동아시아 지역경제협력에는 불협화음도 끊이지 않는다. 이는 각국의 국내 상황과도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일본도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일정한 국내경제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한국만큼 심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양극화의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통합의 수단으로서 국가 권력이 폐쇄적 민족주의를 활용할 위험성도 있다. 중국도 시장경제의 발전에 따른 사회적ㆍ지역적 불균형,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배외적 민족주의에 호소해 이 문제를 해소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세계화의 폐해에 공동 대처할 필요성은 한ㆍ중ㆍ일의 국내 사정에서도 점점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며, 이를 지역경제 및 문화협력을 확대, 심화시킴으로써 해결해 가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필요는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동남아국가연합(ASEAN), 메르코수르 등 다른 지역협력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한ㆍ중ㆍ일의 역내 경제협력은 정치ㆍ군사적 갈등의 취약성을 상쇄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이자 수단이기도 하다. 한ㆍ중ㆍ일 간의 갈등, 특히 중ㆍ일 간의 정치적 갈등이 확대될수록 동북아시아 지역 내 미국의 정치ㆍ군사적 역할은 커질 것이며, 한국ㆍ일본의 대미 동맹 의존도도 더욱 커질 것이다.

이처럼 동북아시아에서 정치ㆍ군사적 관계와 경제적 관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정치ㆍ군사적 갈등과 대립만이 주도하는 구도가 아니며, 경제협력과 경쟁이 서로 교차하는 복합적이고 중층적 구도가 되어 있다. 사실 출범 당시 노무현 정부는 DJ정부 이래 아세안+3(한ㆍ중ㆍ일)의 틀을 살리면서 한ㆍ일, 한ㆍ중 관계에서 FTA로 간다고 하는 구상이었다. 이것이 한ㆍ아세안, 한일FTA를 통해 지역협력의 기반을 다지고 한중과 한미FTA 간에 경쟁을 시킨다는 구상으로 부분 수정된 것이었다.

***느닷없는 '대미관계 올인', 과연 신중한 결정인가?**

그런데 갑자기 다른 것은 다 뒤로 미루고 미국에만 집중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위와 같은 동아시아의 추세와 관련시켜 보면, 협상자세에서 한국이 미국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실제 힘의 관계의 반영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정책적 선택의 문제점으로 여겨진다.

한미FTA와 관련된 여러 문제는 그 자체가 갖는 파장의 심각성도 심각성이려니와 그에 앞서 면밀한 준비와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동아시아 정치경제 구도 전반에 대한 비전과 분석이 전제되어야 할 거시적 사안이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노동자, 농민, 각 분야의 경제주체를 포함하여 국민 전체의 경제적, 문화적 삶이 걸려 있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성격을 좌우할 수 있는 절실한 문제다. 도식적으로 말하면, 자본주의의 3가지 유형, 즉 영미(앵글로색슨)형, 동아시아형(선진일본형, 발전국가형), 유럽형 자본주의 중 영미형 방향으로 본격적으로 갈 것인가 하는 국가백년대계의 정책이기도 한 것이다.

한미FTA가 정부 설명대로 2003년 8월부터 로드맵을 작성해 체계적으로 추진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동아시아 지역협력이나 한국경제의 진로와 관련해 정부가 심사숙고해 온 방향을 FTA협상 개시에 앞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제시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국자본주의 모델의 장ㆍ단점, 한국경제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불가결했다.

그러나 전문가, 정책결정자 간의 심층적 논의는 고사하고 이익단체, 시민단체까지 참여한 공론화 과정도 거의 없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OECD 국가로서, 아래로부터 민주화를 이룬 한국 국민은 이러한 논의에 참여할 이성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같은 논의를 일부 언론과 같이 동맹파 대 자주파의 대결 등 색깔론이나 이념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국민의 수준을 무시한, 전혀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다. 19세기적 상황을 가정하며 '중국이냐 미국이냐'의 선택과 같은 단순구도를 설정하는 방식도 숙명론적 질서관에 사로잡힌 여론 호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당초 발표한 협상 시한에 쫒기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나라의 진로와 각 분야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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