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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로비, '이란 공격'도 성사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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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로비, '이란 공격'도 성사시킬까

은밀하지만 신속한 행보로 위기감 부추겨

'이스라엘 로비'는 중동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또다시 관철시킬 수 있을까.

이란이 '핵클럽 가입'을 선언하며 미국과의 긴장을 한단계 높이면서 미국 내 유대 단체들과 인물들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이들이 다시 힘을 합쳐 미 행정부와 의회를 전쟁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내 친(親)이스라엘 단체들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뚜렷이 포착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간의 활동 양상과 로비의 '은밀한 성격'으로 볼 때 이미 '작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회의·광고로 로비와 여론몰이 본격화**

우선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진영의 주요 인물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라크 전쟁 당시 국방부 국방정책위원장이던 리처드 펄과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은 지난해부터 공격의 칼날을 이란에 집중시키며 이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정권 교체(regime change)'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필요시에는 군사 공격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들은 미국 내 유대 단체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며 미국의 대외 정책이 이스라엘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게 했던 대표적인 인물들로 향후 이란과의 충돌에 있어서도 행정부와 의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유대 단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대인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익위원회(AIPAC)'는 지난달 연례 회의를 개최해 적극적인 활동을 결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네오콘의 대부 딕 체니 부통령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지 않을 경우 "의미있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단체가 설립한 〈근동정책연구소〉의 패트릭 클로손 부소장은 최근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위기가 고조될 경우 이란을 상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AIPAC는 이미 지난해 연례 회의에서 이란의 핵무기 실태와 대응책에 대한 대규모 전시회를 연 바 있다. 또 이란의 체제 전환을 촉진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 활동을 적극 펼쳤고, 백악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투자한 해외 기업에 대한 재제를 주장해 오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학 대학원(SAIS)의 중동 전문가인 트리타 파르시는 독립 매체인 〈인터프레스서비스(IPS)〉와의 인터뷰에서 "체제 전환 촉진 법안은 거의 전적으로 AIPAC의 압력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유대 단체인 미국유대인위원회(AJC)도 지난 주 한 유력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실어 이란에 대한 공격 여론을 부추겼다. "핵 무장한 이란은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는 제목의 이 광고에는 미국이 폭격해야 할 이란 핵시설의 위치가 나타난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이란이 어느날 테러리스트들에게 핵무기를 준다면 어디에 있는 누가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며 위기감을 조장했다.

***이란 반체제 인사들조차 군사행동 반대하는데…**

네오콘들이 이스라엘과 유대 단체들을 등에 업고 이란에 대한 공격을 주장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고 있던 2003년 초 빈야민 벤 엘리저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아리엘 샤론 총리 등 이스라엘 정치인들은 최대의 위협 국가를 이라크가 아닌 이란이라고 지목했는데, 그 뒤 미국내 유대 단체들은 그해 4월 바그다드 함락 직후부터 대미 로비의 핵심 과제를 이란 공격으로 삼아 왔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논리를 제시하는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 윌리엄 크리스톨은 2003년 5월 초부터 "이라크 해방은 중동의 미래를 위한 첫 번째 중요한 전투였지만 다음에는 이란과 맞붙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후 체니 부통령을 위시한 네오콘들과 워싱턴 매파들은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 관해 당시 진행되던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중단시키며 그나마 있던 미-이란 소통 채널마저 막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명시적으로 주장하는 세력은 유대 단체와 그들의 후원을 받는 네오콘밖에 없다는 게 〈IPS〉의 분석이다. 〈헤리티지 재단〉같은 강경 성향의 보수 단체들조차 이란에 대한 강경책을 주문하면서도 군사 공격은 매우 위험하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망명 이란인들로 구성된 이란 반체제 단체들조차 군사 행동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망명 인사들은 군사 공격이 오히려 현 이란 정권의 입지만 강화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교수는 〈IPS〉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월트 교수는 "미국의 석유회사들조차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석유 회사들은 폭력이나 정치적 위기 혹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월트 교수는 지난달 13일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유대인들과 유대 단체들이 느슨히 연합해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스라엘에 절대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고 있다는 개념인 '이스라엘 로비'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을 몰고 온 인물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유대 단체의 협박이 두려워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왔던 이스라엘 로비의 실체를 미국 주류 학자들로는 처음으로 주장해 충격을 주었던 이들은 이라크 침공에 있어서도 이스라엘의 압력과 로비가 결정적인 동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로비가 이란과의 대결에서 또다시 위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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