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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대는 갔는가?"

김민웅의 세상읽기 〈224〉

헐가리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문예이론가이자 혁명가인 게오르크 루카치는 1885년, 바로 오늘인 4월 13일 태어납니다. 그는 부다페스트와 베를린 등지에서 당대의 지식인 게오르그 짐멜, 그리고 막스 베버 등에게서 사사하고 방대한 지적 체계를 구축하게 됩니다.

루카치는 20대 중반에 헝가리 공산당에 입당한 이후, 마르크스주의 지식인이자 행동가로서의 공적 생애를 출발합니다. 그의 사상이 스탈린주의에 비판적이었다는 점에서 곤경에 처하기도 했지만 역사는 그가 옳았음을 입증하게 됩니다.

마르크스주의 혁명이론에서 정신의 중요성을 주목한 〈역사와 계급의식〉이라는 저작과 함께, 현대 문학이론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소설의 이론〉은 1920년대, 그러니까 그가 40대가 되기 전에 서구 부르주아 문학이 갖고 있는 특성을 치밀하게 파헤친 역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훗날 〈역사소설〉이라는 저서를 통해 개인과 역사가 하나 된 문학의 의미를 정리해낸 기초가 되는 작품입니다.

〈소설의 이론〉에서 그는 서구 부르주아 체제, 즉 자본주의 사회가 개인의 의미와 가치에 주목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반론을 폅니다. 즉 부르주아 사회에서 소설은 부르주아 사회가 해체해버린 현실에서 잃어버린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일종의 '부르주아적 오디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부르주아 사회는 개인을 신분이라는 봉건적 굴레에서 해방시켰지만 자본이 마련해주는 지위와 경쟁의 논리 속에서 다시 그 개인의 참된 자아를 매몰시켜버리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소설은 하나의 자아 모색의 돌파구가 되었고 그러한 맥락 속에서 소설은 독자에게 그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독자가 동일시되어가는 체험을 제공하면서 부르주아 사회가 단절해버린 고리를 되찾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르주아 소설은 중대한 한계가 있다고 얘기됩니다. 문학이, 그런 개인이 자신의 진정성을 잃어버리게 된 역사적 현실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줄 때 비로소 실제의 삶에 변화의 힘을 부여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발자크나 빅토르 위고, 찰스 디킨슨은 당대의 현실과 마주하여 정치경제적 체제나 사회의 구조 또는 종교와 문화 이데올로기의 지배에 희생당하는 존재가 자신을 힘들게 하는 현실의 모순을 하나씩 인식하고 이를 돌파해나가는 힘을 길러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개인이라도 그 개인이 역사의 무대에서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사이 '소설의 시대는 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TV 드라마나 영화, 또는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가 시간과 노력이 특별하게 요구되는 책 읽기를 멀리하고, 또 그에 더하여 영상문화로 속도감 있게 파악하려는 습성이 소설 읽기를 비롯하여 이른바 문학 독자 공동체 전체를 해체시키고 만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물론 뛰어난 소설이 있어야 독자도 있게 되는 법이지만, 좋은 문학이 있어도 독자의 존재와 반응이 없게 되면 문학이 설 자리는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당대의 현실 속에서 자신을 되찾고 역사의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을 보여주는 문학, 그래서 그 개인의 실존적 고뇌도 담아내고 역사의 과제도 함께 풀어나가는 그런 광활한 대하드라마 같은 소설의 시대는 정녕 끝나고 만 것일까요?

문학의 시대와 결별하는 사회는 개인과 역사 그 모두에 대한 성찰의 능력과도 동시에 결별하게 된다는 것, 무섭게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은 〈프레시안〉의 편집위원인 김민웅 박사가 교육방송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민웅의 월드센타'(오후 4-6시/FM 104.5, www.ebs.co.kr)의 5분 칼럼을 프레시안에 동시에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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