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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반란…트위터 '대나무숲' 속속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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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반란…트위터 '대나무숲' 속속 등장

분야별 불만 공감대 형성…익명 보장에 인기

최근 트위터에 '○○옆 대나무숲' 계정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옆 대나무숲'은 우리 사회에서 소위 '을(乙)'이라 불릴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평사원 등이 평소 상사나 시스템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불만을 익명으로 마음껏 쏟아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이다.

시작은 '출판사 옆 대나무숲(@bamboo97889)'이다. 출판업계 종사자들은 익명이 보장되는 이 공동 계정에 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속 주인공처럼 그간 불합리하다고 느끼면서도 참아왔던 말들을 쏟아냈다.

이 계정에는 "모 출판사는 육아휴직 길게 쓸까 봐 여직원의 임신과 출산을 싫어한다. 출판계에 노처녀가 왜 많겠냐"는 등의 글이 16일 현재 1천건 넘게 올라와 있다.

트위터에는 이와 비슷한 '촬영장 옆 대나무숲(@bamboo2412365)', '우골탑 옆 대나무숲(@bamboo1905)', '연구실 옆 대나무숲(@Bambooforlab)' 등 다양한 분야의 대나무숲 계정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학원생,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 연구자들을 위한 계정 '우골탑 옆 대나무숲'에는 "전임교수의 수는 적고 교수들에게 부과되는 업무량은 많다. 대학은 기이한 계급제 사회다"와 같은 글이 다수 올라있다.

트위터 이용자 상당수는 "대나무숲 계정을 4개 정도 팔로잉했더니 한국을 떠나고 싶다(@kindnessartist0)"거나 "대나무숲을 집약하면 '한국 사회는 한 줌 권력을 쥔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구조'라는 것(@PDtheripper)"이라며 공감하고 있다.

7만 팔로워를 보유한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사회적 약자의 집단행동"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비정규직, 대학원생 등 평소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SNS 효과를 빌어 사회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는 넋두리 차원을 넘어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바람이 포함돼 있다"며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측면에서 긍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위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갑'인 윗사람에게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함과 동시에 지지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힐링(healing) 효과'를 얻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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