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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판 힐러리, 끄리스띠나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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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판 힐러리, 끄리스띠나 여사

김영길의 '남미리포트'〈144〉'아메리카에 부는 여성 정치바람'

아르헨티나 정가에는 지금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재임시절 힐러리 영부인을 향해 "만약 당신이 나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당신은 동네 정비공의 아내가 돼 있을 것"이라고 하자 힐러리 여사가 클린턴을 향해 "오해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그 정비공은 지금쯤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돼 있을걸요."라고 응수했다는 농담이 회자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네스또르 키르츠네르 대통령과 영부인인 끄리스띠나 페르난데스 키르츠네르 상원의원 역시 클린턴-힐러리 부부 못지않게 두 내외가 정치적으로 스타기질이 아주 강하며 동시에 끄리스띠나 여사 역시 현직 상원의원이자 남편의 집권 이후 대권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페로니즘'이라는 특별한 현상 속에서 중도좌파를 표방하며 아르헨티나 최남단 깔라파떼라는 소도시에서 정치적인 꿈을 키웠다. 끄리스띠나 여사는 지난 1989년 산타끄루스 주 의회 의원을 시작으로 정치계에 투신한 후 95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중앙정치무대에 진출, 아르헨티나 정치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남편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편인 키르츠네르 현 아르헨 대통령은 지난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산타끄루스 주지사로 인구 17만 명의 아르헨티나 최남단 시골도시의 지방정부 수장으로 중앙정부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1년 예금동결이라는 악수를 둔 델라루아 정권이 쫓겨나고 디폴트가 선언되는 등 한 달 동안에 다섯 명의 대통령이 바뀌었고 페론당 고위당직자들은 서로 대통령 자리를 맡지 않으려고 눈치만 보고 있던 시절이었다. 키르츠네르 주지사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왔던 것이다.

석유와 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수려한 관광자원을 보유해 당시 아르헨 지방정부 중 유일하게 흑자 재정을 기록했던 산타끄루스 주는 디폴트가 선언된 아르헨에서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네스또르 끼르츠네르 주지사가 정치계와 국민들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여기에 한발 먼저 중앙정치무대에 교두보를 마련한 끄리스띠나 여사의 치맛바람(?)이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아르헨 중앙정부에서 인지도가 약했던 키르츠네르 주지사는 지난 2003년 대선에서 20% 수준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3선을 노리던 까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의 후보사퇴로 대권을 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80% 이상의 지지도를 유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만큼 리더십과 정치적인 수완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이들 부부는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연임은 물론 키르츠네르 대통령 이후 부인이 대권을 물려받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가 16년동안 아르헨티나 정치를 이끌고 가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곳의 정치평론가들은 "야당이 맥을 못쓰고 정치적인 리더부재 현상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치계에서 이들 부부의 꿈이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같은 꿈을 실현하려는 듯 끄리스띠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아르헨 최남단 도시인 산따끄루스 주를 떠나 지난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하는 일종의 도박을 감행했다. 그는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최고의 득표로 당당히 아르헨 정치 1번지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상원의원에 당선됨으로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끄리스띠나는 외교통상 관련 특위를 맡아 활발한 의정 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국방위 등 정치 전반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벌써부터 대권 수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이와 함께 매일 세계 각국의 경제 상황과 유명한 정치지도자들의 자서전 읽기에 몰두하는 등 정치지도자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대통령 영부인과 상원의원이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가진 그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동의 분쟁지역까지 두루 순방하면서 세계적인 정치지도자들과 안면 넓히기에 열중하고 있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대통령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포석임을 감추려고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칠레의 미첼 바첼렛 대통령에 이어 아르헨티나에서도 여성 대통령 탄생을 눈앞에 둔 형국이다. 미국을 비롯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여성 정치인 파워가 점점 더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최근 여성 정치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걸 보면 이런 경향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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