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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매체는 비판을 넘어 대안을 이야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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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매체는 비판을 넘어 대안을 이야기해야"

[대안 미디어 포럼] 지넷, 리벨리온, 인미디어 등 참여

대안미디어(alternative media). 이 단어에는 전세계에서 소위 '비주류 매체'에 종사하는 모든 언론인들의 고민이 응축되어 있다. 고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과연 '대안'이 있는가"라는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미디어로서 대중에게 얼마나 전파력을 가지느냐"의 문제다. 대안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이 모순된 두 가지 과제를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에 달려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에 걸쳐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배움터에서 진행된 포럼 '미디어, 민중의 꿈을 품다-변혁의 세계화와 대안미디어'에는 각국의 대안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이 모여, 대안미디어의 현재를 짚어보고 대안미디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이 포럼에는 미국의 〈지넷(Znet)〉의 마이클 앨버트 편집장과 스페인어 최초의 대안언론인〈리벨리온(Rebelion)〉의 까를로스 마르티네스 공동편집장, 홍콩 〈인미디어(Inmedia)〉이 오이완 공동편집자, 그리고 지난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반대 투쟁에서 출발한 독립미디어센터(IndyMedia Center)의 에반 헨쇼 활동가가 참가했다.

***"반세계화에 동의하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행동하는 이들은 없다"**

마이클 앨버트 편집장이 운영하고 있는 〈지넷〉은 영어를 기반으로 한 가장 대표적인 진보언론이다. 노엄 촘스키, 제임스 페트라스 등 미국의 저명한 진보인사들의 칼럼을 게재하고 있으며, 매주 30만 명의 사람들이 이용한다.

마이클 앨버트 편집장의 고민은 사람들이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데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열린 개막토론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변혁의 세계화'에서 세계화에 대한 반감은 증대하고 있으나 반세계화 운동은 약해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전쟁에 반대한다, 신자유주의가 빈곤을 가속화시킨다, 빈곤과 성차별에 반대한다'는 등의 주장에 대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반전운동이나 반세계화 운동 등은 규모나 실천적인 면에서나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구조적 모순을 인식하고 반대와 저항의 정당성은 인식하면서도 실제 행동에는 냉소적이고 운동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사상, 운동의 힘, 계획이 더욱 약해지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진보운동이 "기업세계화에 반대하고 빈곤에 반대하고, 성차별에 반대하고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반대의 연속일 뿐 대안을 제시하고 어떤 제도가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앨버트 편집장은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거듭 가파른 산 위로 밀어올리는 시지프스를 이야기하면서 "많은 이들이 점차 현재의 상황이 비도덕적이고 반인간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굴러떨어진다"면서 "우리가 과연 승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1)

그는 "국제적인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IMF나 WTO 등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국제관계에 개입해서 새로운 가치와 균형을 강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와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국제관계란 자본주의의 확장에 불과하다"면서 "우리가 만들 새로운 기관은 빈곤한 사람들과 약한 사람들을 돕고 각 지역의 자율성을 키우고 생태적 균형을 맞추며, 국제무역에서 노동자를 대변하는 등 보다 인간적인 국제관계를 만들수 있는 국제기구"라고 주장했다.

또 마이클 앨버트 편집장은 새로운 경제체제인 파레콘(Parecon, Participatory Economics의 줄임말)을 제안했다. 우리말로 '참여경제'로 번역되는 이 경제체제는 평등한 소유권과 노동자와 소비자들의 평의회, 균형적 직무체계 등 공평성과 연대, 다양성에 기초해 경제정의를 구현하는 제도다.

그는 "바람직한 미래로의 경로는 반자본주의로 이동하는 것"이라면서 "비전을 설정하는 사람 따로, 실천하는 사람 따로인 구시대 방식을 철폐하고 대안을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미디어의 콘텐츠는 유통, 배급, 재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인터넷 진보언론 '참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유영주 편집국장은 진보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도 소통, 배급되지 못하는 현실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유영주 편집국장은 1일 열린 '인터넷과 대안언론' 토론회에서 "결론적으로 말해 진보적 사회운동의 맥락에서 볼 때 인터넷 환경은 좋지 않다"면서 "쌍방향 소통과 정보공유, 대안 네트워크 형성 등을 위한 공간이자 수단으로 거론되던 인터넷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인터넷 환경은 표현의 자유는 국가의 감시검열 기능에 따라 제약되고, 정보공유는 상업 서비스망에 의해 구속되었다"며 "무엇보다 대안적 네트워크로서의 인터넷에 대한 모든 기대를 포털이 앗아가 버렸다"고 말했다. 즉, 포털 자본이 콘텐츠의 배급과 유통을 독점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콘텐츠를 생산해도 유통, 배급, 재생산되지 못하는 구조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3)

이어 그는 "현재 인터넷 환경에 있어 자본이 장악한 영토는 거의 절대적이라, 그것을 반전시킬 계기란 사회주의 혁명을 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고 어두운 진단을 내리면서도 "사회구성원들 간의 네트워크와 소통, 연대의 전략을 가질 수 있다면 포기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도메인과 특정 제호의 권위에 의존한 콘텐츠 유통은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자리잡기 어려운 상황이 곧 도래할 지도 모른다"면서 진보매체들이 각자 진보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방식에 우려를 표현했다.

그는 "네트워크와 소통을 위한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진보적인 콘텐츠 유통의 인터넷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간 경험과 관심을 공유하라"**

대안미디어에서 일하는 언론인들의 고민은 국내에서 멈추지 않았다. 1일 '인터넷과 대안언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오이완 〈인미디어〉 공동편집자는 국제적 연대를 위한 지역간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오이완 공동편집자는 WTO 반대투쟁 등으로 한국을 두 번 방문한 활동가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에게 '홍콩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기대하는 바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면서 "국제적인 연대를 하고 싶으면 자신의 이슈에 대해 지원받는 것에만 관심 갖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이완은 자신이 제안한 '지역간 협력 프로젝트'는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네트워킹이라는 상투성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은 다른 사람들과 더 쉽게 네트워크할 수 잇도록 하는 것처럼 보이나, 네트워크는 그 자체의 가치로부터 멀어져 하나의 형식이 되었으며 사람들은 접속되어 있으나 연결은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2)

오이완은 "현재 중국은 시장개방이 되면서 10여 년 전에 한국이 겪었던 것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지역적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은 중국 농민운동의 방향 등에서 도움을 주고 과거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국제적인 연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야 한다"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무엇을 관계하고 있는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TV 드라마 '대장금'을 예로 들어 "어떤 사람은 대장금 등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지역적인 역사를 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인 연대는 단순히 운동가들만의 소통에서 그쳐서는 안 되며 대중 전체에서 소통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다수의 운동가들이 민중운동의 선두에 선다고 생각하지만 민중이 참여하는 세상은 운동가들의 그것과 달리 합리적인 설명이 아닌 매일 경험하는 일상적인 세계"라면서 "일상생활 속 경험을 사회 운동에 어떻게 포함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이완은 한국 활동가들의 편향된 국제적 시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태국 활동가들이 반 자유무역협정(FTA) 투쟁을 활발히 하다가 한국이 반 FTA 운동에 나서자 지지발언을 해주었는데도 한국의 활동가들은 이런 태국 활동가들의 지지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고 미국의 시민사회에 대해서만 지지를 보내주기를 원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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