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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高 졸업, 그런 면에서 노 대통령과 연대의식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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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商高 졸업, 그런 면에서 노 대통령과 연대의식 느낍니다"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03/28] 신작소설 '보이지 않는 손' 펴낸 작가 복거일씨

소설가 복거일씨가 최근, 한국 정치와 사회현실에 대해 지식인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고 있는 장편소설 〈 보이지 않는 손 〉을 펴냈습니다. 이 책에서도 역시 복거일씨는 자본주의, 자유주의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긍정을 보내고 있는데요. 나이 마흔에 소설 〈비명을 찾아서〉로 등단한 이후 환갑을 맞은 지금까지.. 우리사회 대표적인 보수적 자유주의자로서, 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긍정과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온 작가 복거일씨.. 영어를 공용화하고,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자는 등 논쟁적 글쓰기를 해온 그의 소신과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무엇인가..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소설가 복거일이 말하는, 주변부 지식인의 고뇌와 의무는 무엇이며, 논쟁적 글쓰기를 통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의 소신들을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소설가이자, 시인, 그리고 사회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복거일씨입니다. 소설가이자 시인, 사회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복거일씨는, 장편소설 〈비명을 찾아서〉를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고, 그 이후, 〈높은 땅 낮은 이야기〉, 〈역사 속의 나그네〉, 평론집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등의 논쟁적 글쓰기를 통해서 주목 받았던, 우리사회 보수적 논객 중 지식인 중한 사람입니다

박인규 : 복거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복거일 : 네. 안녕하세요.

박인규 : 오랜만에 소설을 내신 것 같아요? 김대중 정부를 비판적으로 풍자했던 〈목성 잠언집〉이 최근 소설이었는데 4년 만에 내셨습니다. 그 동안 소설이 뜸했던 이유가 있으십니까?

복거일 : 여러 가지 다른 활동들을 하다 보니까 늦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소설이 회임기가 길거든요.

박인규 : 구상을 하시고 작품이 나올 때까지는 좀 많은 생각과 성찰이 필요하시다는 말씀이신가요?

복거일 : 네. 그렇게 볼 수 있겠죠.

박인규 : 이번 소설 제목이 〈보이지 않는 손〉,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서 차용하신 겁니까?

복거일 : 그렇습니다. 그런데 실은 이 제목은 출판사에서 정해준 것입니다. 제목을 정할 때 권한이 대개 출판사에 있거든요. 작가가 원하더라도 출판사에서 독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섹시한 타이틀로 정한 것이 그것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혹시 복거일 선생께서는 이번 소설을 구상을 하시면서 제목은 이것으로 해야겠다고 따로 해 놓으신 것은 없습니까?

복거일 : 제일 뒷장에 나오는 구절로 제가 영국시인의 시구를 인용했는데 그것에 '알들이 작고 귀한 곳'이라는 구절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썼더니 수필집 제목 같다고 출판사에서 단번에 거절했습니다.

박인규 : 줄거리는 보니까 데뷔작이신 〈비명을 찾아서〉가 영화의 한 모티브가 됐잖아요? 〈로스트 메모리즈〉인가요? 그것과 비슷한 어떤 자신의 소설이 영화로 사용되고 그것을 가지고 법정 소송이 되는 것이 줄거리가 됐던데요. 그것이 최근에 제가 알기로는 그 부분을 가지고 법정 소송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이 모티브가 되신 겁니까?

복거일 : 소설을 쓰게 되면 그것을 이끌어 나가는 줄거리가 필요한데 그것으로써 한 번 사회를 둘러 볼 수 있고 제 생각을 펴낼 수 있다고 해서 썼지만 실제 소송과는 무관합니다. 소송은 특히 민사소송은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니까 일단 소송에서 지든, 이기든 그 다음에는 얘기가 끝나야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완전히 허구이고 제가 실제 겪었던 소송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박인규 : 어쨌든 줄거리는 지적 재산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을 중심으로 가는데 이 긴 소설을 한 마디로 해서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 상당히 무리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서 작가가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랄까, 메시지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복거일 : 주제는 한국이라는 전통적으로 문명의 주변부였던 사회에서 지식인이 자라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제목으로 드러나듯이 그 지식인이 섭취한 영향을 통해서 얻어낸 그 세계관이 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겠죠.

박인규 : 제가 조금 넘겨 짚은 것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제대로 된 지식인을 키우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불비하다, 미비하다 그런 말씀을 하시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까?

복거일 : 네. 그런 면도 있죠. 실제로 그런 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문명의 주변부이기 때문에 그 문명의 중심부로부터 지식이 거세게 몰려 들어 옵니다. 여러 가지 형태를 통해서..그것은 책으로도 들어 올 수 있고, 우리가 텔레비전을 통해서 얻는 여러 가지 풍물일 수도 있고요. 그런 것을 지식인이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에 천착해 봤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주변부 지식인, 주변부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제가 느끼기에는 예전에 최인훈 작가가 쓰신 〈회색인〉이라든가, 이런 작품도 사실은 주변부 지식인으로서의 어떤 비애라고 할까, 한탄..이런 것을 많이 했는데요. 그렇지만 요즘은 사실은 최인훈 작가가 글을 쓰실 때보다는 경제 성장이라고 할지, 요즘 한류라는 말도 나오고 하는데요. 아직도 우리나라를 주변부로 보시는 겁니까?

복거일 : 네. 주변부라는 것은 지식의 유입이 많은 사회를 뜻하거든요.

박인규 : 아직은 생산보다는 유입되고 소비하는 쪽이 강한 나라라는 말씀이시죠?

복거일 : 현실적으로는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요. 왜냐하면 지식의 생산이 워낙 과속되기 때문에 중심부에서 그러니까 미국과 서유럽에서 생산되는 지식의 양이 점점 늘어나니까 우리사회에서 자생적으로 나오는 지식의 양이 상대적으로 더 줄어드는 현상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보는 관점은 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 최인훈 선생 같은 경우는 어떤 중요한 지적 모험이라고 할까, 작업들을 이른바 중심부에서 모두 했기 때문에 주변부 지식인들이 할 것이 없다, 그래서 난 좀 슬프다..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복거일 선생께서 보시기에는 우리가 만약에 지적인 주변부라고 본다면 주변부의 지식인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겁니까?

복거일 : 저는 제 스승인 김현 선생님과 생전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제가 등단하기 전 입니다. "우리는 주변부 지식인이라서 할 일이 참 많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래서 저는 주변부 지식인의 입장을 그렇게 정리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독특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주변부 지식인이 독특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제 지식인으로서의 여정은 그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받쳐졌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젊었을 때 의식한 것은 아닙니다. 이제 와서 돌아서 생각하면 그 점이 이내 눈에 뜨입니다.

박인규 : 복거일 선생께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 또는 원화 대신 달러화로 쓰자..라고 해서 상당히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는데, 아직도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신 겁니까?

복거일 :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논의는 주로 실용적 측면에서 이뤄졌거든요. 영어를 공용어로 삼아서 국어와 동등한 지위를 주는 것이 과연 옳으냐, 그르냐를 판단할 때 주로 실용적인 효과를 주는 측면으로 다뤘는데 요즘에 와서 제가 느끼는 것은 그것에 도덕적인 측면까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말로만 세계인이라고 하고 세계가 하나의 커뮤니티가 됐다고는 하는데 우리 도덕적인 자세는 그것에 따라가지 못해요. 우리가 만일에 세계인이라면 세계의 공동의 규범, 그리고 그것에서 나온 표준..이것을 쓸 도덕적인 책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해서 민족적, 특수적인 것을 내세우거든요. 그래서 표준적인 거부합니다. 영어는 세계의 표준 언어입니다. 실질적으로 모든 가장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영어가 의사 소통으로 쓰이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세계성의 시대에 세계인으로서 최소한으로 갖춰야 할 덕목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영어 공용에는 도덕적 측면도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나죠. 저는 그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달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러를 우리 통화로 삼자는 얘기는 환차손이 엄청나게 나서 지금 우리 경제가 흔들리고 국가재정의 많은 부분이 환율방어에 투입되기 때문에 저는 그것은 현실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얘기를 했지만 그것에 도덕적인 측면도 있기는 있습니다.

박인규 : 반론을 하는 쪽에서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 말하자면 자기의 정체성을 가장 진솔하게 찾을 때 오히려 세계적 보편 기준에 갈 수 있다..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복 선생님께서 주장하시는 것은 너무 자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냐.. 그런 반론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복거일 : 그것은 두 가지 문제이네요. 가장 한국적,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것은 그것은 수요에 대한 반응이니까 본질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시장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대부분은.. 주변부이니까 중심부에서 흡수한 거 아닙니까? 그것을 우리가 그냥 내 보내면 수요가 없죠. 그러니까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 또는 받아들인 것을 우리 나름으로 가공해서 내보내면 그것이 수요가 있다는 얘기이니까 본질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제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우리 나름으로 가진 것을 세계적인 것에 투입시켜서 그것을 세상에 내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하려면 우리는 세계화를 받아 들여야 하죠.

박인규 : 지난해에 친일인사 명단이 발표되면서 상당히 논란도 많고 했는데요. 복거일 선생께서는 친일인사 명단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이미 해방 직후에 반미특위에 의해서 단죄가 된 것이 아니냐..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친일청산, 과거청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정적으로 보시는 겁니까? 부정적이시라면 왜 부정적으로 보시는지요?

복거일 : 네. 부정적입니다. 그 이유는 첫 째 출발 자체가 정치적인 목적에서 출발을 했고 그러기에어차피 왜곡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 어려운 문제입니다. 철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그것은 전문가들이 해야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은 역사학자들입니다. 역사학자들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어렵다고 하는 주제입니다. 따라서 제가 청산이라는 얘기를 떠나서 연구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는 거죠. 그 뒤에 청산을 하든지, 말든지 해야 할 게 아닙니까? 지금 연구를 학자들에게 맡겨서 해야 할 일인데 지금 정치권에서 나와서 정치적인 이득을 겨냥해서 일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박인규 : 그렇다면 잘못된 과거가 있다면 그것을 청산하는 일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정치적 동기에 의해서 정치권에 의해서 되기 보다는 무언가 제대로 아는 지식인이라든지, 전문가가 하는 것이 옳다..그렇게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복거일 : 저는 과거는 청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는 이미 우리의 일부입니다. 그러니까 뒤틀린 거죠. 그것을 우리 후대에는 좀 덜 뒤틀리게 만들려면 그것을 우리 스스로 우리 몸을 깎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미래 지향적으로 우리 사회를 좀 더 바로 잡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청산의 대상이라고 지칭되는 사람들도 우리 시민사회의 한 부분입니다. 그 사람들을 어떻게 배척할 수가 있습니까? 벌을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죠. 지금 친일파 청산문제, 과거사 청산문제에서 제가 가장 아프게 여기는 부분은 벌을 엄하게 줄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줄수록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하는 그 생각이 깔려 있거든요. 그것은 틀릴 뿐만 아니라 해롭습니다. 저는 작가로서 당연히 지적해야죠.

박인규 : 과거는 단죄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를 알 필요는 있는 거죠?

복거일 : 네. 그렇죠.

박인규 : 복 선생께서는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라는 책도 내시기도 하셨는데요. 어떻습니까? 최근에 신자유주의 얘기도 나오고 우리가 더 자본주의화가 진행될수록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과연 자본주의가 정의로운 체제이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복거일 : 사람들이 실제로 자본주의이다, 자유주의이다, 시장경제이다..라는 말들을 많이 씁니다만 실제로 공부를 하지 않아요.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캐고 들어가 보면 자유주의는 개인들에게 되도록 많은 자유를 주자는 주장이거든요. 그것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죠. 자본주의는 자기가 만든 것은, 자기가 생산한 것은 자기가 처분할 권리를 가져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어떤 목적을 위해서 정부나 국가가 가져가는 것에는 그만큼 무리가 따른다..그러니까 본질적으로 자본주의는 정의롭다..그 얘기입니다. 자본주의라는 것은 인간의 제도인 이상 당연히 불안정하죠. 그 불안정한 것을 채우고 바로 잡는 장치가 필요하지만 자본주의 자체가 우리가 고안해 낸 체제들 중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정의롭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죠.

박인규 : 실제 운영에서 문제이지 이념형으로 자본주의는 정의롭다는 말씀이시군요. 현재 우리 정치권력에 대해서 사회주의적이다..이런 말씀도 하셨는데요. 어떻습니까? 약간은 시사적인 얘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김대중 정부라든가,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복거일 선생께서 신봉하시는 자유주의 이념에 비춰봐서 어떤 것들이 문제라고 보시는 겁니까?

복거일 : 지난 8년간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자본주의에 호감을 가지지 않은 것은 분명하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라고 부르는 그런 종류의 이념과 정책들을 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 국민의 다수가 좋아한다는 것에 사실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다수가 그것을 반대한다면 그런 정책이 널리 받아들이지 않겠죠.

박인규 : 그런 정책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복거일 :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민중주의적이라고 부르는 정책이죠. 요새 양극화 문제 때문에 세금을 많이 매기겠다는 것, 어느 사회나 세금이 무거운 것이 결국 문제입니다. 세금을 많이 가져간다는 것은 개인이 얻은 자기의 노동으로 얻은 것을 국가가 강제로 빼앗아 가서 정치에 참여한 사람들의 가치 체계에 맞춰서 다시 쓰겠다는 얘기이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이 어느 정도이면 모두가 인정 할 수 있지만 사회를 유지하는데 그것이 이념에서 나와서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면 그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 자유주의자의 얘기죠.

박인규 : 최근에 보면 노무현 대통령께서 스스로 좌파적 신자유주의자로고 말씀하시고 또 어떤 논객은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됐든,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됐든 별로 정책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똑같다, 별로 진보적이지 못하다..이런 비판도 나오거든요?

복거일 :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노무현 대통령 말씀은 상당히 옳은 얘기인 것 같아요. 대통령 자신이나 보좌하는 사람들이나 대개 좌파인데 이분들이 정권을 잡아서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정책에는 실은 이념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책을 추구하다 보니까 원래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한 정책과 비슷하게 나왔죠. 저는 그 현상을 노 대통령 자신께서 그렇게 표현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노무현 후보나 이회창 후보나 어느 분이 됐든 정책엔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바로 제가 조금 전에 말씀 드린 것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그런 민중주의적, 사회주의적 정책을 실은 즐깁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다수이기 때문에..그래서 그 얘기도 일리가 있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좀 그런 복 선생님이 바라는 그런 자유주의적인 것으로 더 나아가지 않을까요? 여러 가지 상황이 그렇다면요?

복거일 :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때로는 자기의 생각을 추진할 힘이 빠지면 어차피 이익의 속성에 따라서, 관성에 따라서 흘러가게 마련인데 그러면 자연히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자유주의적인 색채가 많이 드러나고 아마 그것이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고뇌의 큰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지금 사태가 흘러간다고 판단하는 것이 그분이 그렇게 가끔 격정적인 토로를 하는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닌가 전 작가로서 그렇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복거일 : 네.

박인규 : 지금부터는 어떻게 불혹의 나이에 작가가 되셨고 그 작가 이후에 어떤 길을 걸어 오셨는지 말씀을 여쭤 볼까 합니다. 그 인터넷에서 프로필을 보니까요. 중소기업은행 예금계장..이런 프로필도 나오고요. 40세에 〈비명을 찾아서〉라는 소설로 등단을 하셨는데요. 그 전에는 오히려 소설보다는 시를 많이 쓰시려고 하셨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김현 선생을 만나셔서 떼를 쓰셨다고도 하셨는데요. 상대를 나오시고 이른바 샐러리맨을 하시다가 작가로 올 때까지는 무언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굉장히 많으셨던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셔서 샐러리맨에서 작가로 변신하시게 되셨는지..어떤 욕구가 있으셨는지 궁금하네요?

복거일 :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시인이든, 소설가든 다른 논객이든 간에 그것은 타고 태어나는 것입니다. 저는 일찍부터 지식인이 되려고 했지..문인이 되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지금 저를 규정할 때 지식인으로 규정하지..

박인규 : 문학작가라기 보다는 지식인이다..?

복거일 : 네. 그리고 제가 들어선 길이 장사 쪽이었기 때문에..제가 상고를 나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과도 인간적으로 굉장히 연대의식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상업고등학교를 나온다는 것이 주는 제약과 핸디캡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분들이 자라온 과정이 그분들의 현재 모습을 많이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난하고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그것을 극복하려고 하면 입지전적인 인물이 됩니다. 대표적인 분들이 김 전대통령과 노대통령이신데 그런 분들은 대게 가난을 이기고 권력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니까 정치가가 됩니다. 그런 사람들은 여건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식인이 되기가 좀 힘듭니다. 저는 지식인이 되었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죠.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을 평가할 때 그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 상황 때문에 제가 작가로서 입문하는데 좀 늦었습니다.

박인규 : 그러면 글을 쓰신 것은 20대부터 계속 글을 쓰신 겁니까? 개인적으로라도..

복거일 : 어릴 때부터 썼죠.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써서 백일장 같은 것에 많이 나갔습니다.

박인규 : 이번 소설의 발문을 보면 문학 평론가 김현 선생에 대해서 상당히 큰 애정과 존경을 보내시면서 말미에 가서는 '이제 김현에게 빚은 없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말하자면 스승이라면 스승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테고요. 김현 선생에게서 만약에 배운 것이 있다면, 빚 진 것이 있다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복거일 : 그분이 지식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신 분이니까 그런 면에서 그런 얘기도 주로 그분과는 얘기를 했고요. 그분은 가슴이 따뜻해요. 지금 우리 사회에 평론가들이 많지만 모든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은 김현 선생만큼 가슴이 따뜻한 사람은 없었다고 하는 것이 일치된 견해입니다. 그래서 평론가가 되려면 자기도 그렇지만 가슴이 따뜻해야 해요. 저는 지금도 그분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면 무명의 문인 지망생을 따뜻하게 거둬준 그 모습이 지금도 또렷합니다.

박인규 : 빚은 이제 다 갚았다..라고 말씀하실 때는 어떤 의미일까요? 말하자면 지적으로 더 이상 그분에게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그런 의미일까요?

복거일 : 선생님께서 저에게 건 기대를 이제는 갚은 것 같아요. 그거죠. 빚이라면 평생을 가는 거죠. 스승의 빚을 어떻게 갚겠습니까? 그런데 빚이 없다라고 하면 선생님께서 기대하셨던 것 만큼은 내가 했다..그런 생각이죠.

박인규 : 약간은 주제를 바꿔서 요즘 뉴라이트 운동이 상당히 활성화 되고 있는데요. 뉴라이트 운동이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는 공감하십니까?

복거일 : 네. 저와 생각이 비슷하니까요. 그리고 뉴라이트 운동을 바라보는 우리사회가 좌측 이동을 많이 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동안에 우리사회가..60년대 이후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왼쪽에서 많이 옮겨져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것을 교정하는 과정으로 보면 되거든요. 이념의 뿌리가 어떻고, 내용이 어떻고, 정책이 무엇이냐를 떠나서 우리사회가 한쪽으로 치우쳤던 것이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교정과정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좌측으로 갔다는 것은 좀 지나치게 평등주의적이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까요?

복거일 : 그런 면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너무 크게 부각시키고 부작용이죠. 그러니까 근본적 중요성 대신에 그 부작용들이, 부족한 점들이 눈에 많이 뜨인 겁니다. 그것에 대한 교정수단으로 좌파 이념을 젊은 세대들이 받아 들였거든요. 그것이 젊은 세대들이 자라나서 이제는 실제로 사회를 담당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이념적인 편향이 두드러졌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것이 이제는 다시 지나치다 싶어서 교정되는 과정이니까 제가 볼 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런 면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제 올해 환갑을 맞으셨는데요. 요즘 환갑은 사실 그때부터 청춘이라고 하니까요. 지식인으로서 앞으로 좀 더 어떤 일을 하시고 싶으십니까?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 드리겠습니다.

복거일 : 나이가 들면 물러나야 됩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자유주의를 내걸었을 때는 80년대 말인데요. 주위를 둘러봐도 동지가 없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자라났으니까요. 그 사람들에게 조언해 주는 역할로 그쳐야겠죠. 제가 이제 앞에 나설 때는 지났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계속 글은 쓰시겠죠?

복거일 : 물론이죠.

박인규 : 여러 가지 지식인의 성찰을 담은 좋은 글을 계속 쓰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복거일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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