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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서울시가 박살낸 전동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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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서울시가 박살낸 전동휠체어

중증장애인들, '활동보조인 제도화' 요구하며 노숙농성

지난해 12월 19일 경남 함안군에서 근무력증 장애인인 조모(지체장애 5급) 씨가 홀로 거주하던 집에서 동사한 채 발견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조 씨의 시신은 경남 함안군 자활후견기관 도우미에 의해 발견됐으며, 조씨가 자던 한 평 남짓한 방은 수도배관이 강추위에 동파되면서 터져나온 물로 이불과 바닥이 흥건히 젖은 상태였다. 오래된 보일러가 터져 수돗물이 방 안으로 흘러들었지만 조 씨는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변을 당한 것이다. 조 씨의 장애는 구조요청 전화조차 할 수 없는 정도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조 씨의 죽음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보장 정책에 소홀한 국가에 의한 타살"이라고 규탄하고 "중증 장애인들을 위해 '활동보조인'을 제도화하라"고 촉구했다.

활동보조인은 식사나 외출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기본적인 활동을 도와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조모 씨의 죽음은 중증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갖고 기본적인 생활을 해나가기 위해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필수적임을 웅변해준다.

하지만 해가 바뀐 현재까지도 이런 요구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답변은 나오지 않고 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장애인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

지난 20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중증장애인들이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텐트도 없이 침낭만 덮고 추위를 이겨내며 농성하고 있는 이들은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생존권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활동보조인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서비스 제공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1)

보건복지부는 현재 자립생활센터 시범사업의 일부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사업은 2007년 말까지 계속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서울시 등 3개 지역 자립생활센터에 예산을 지원했으나, 서울시는 올해 들어 활동보조인 예산은 그대로 두고 집행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임으로써 실질적으로 절반으로 삭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전장연의 박홍구 활동보조 제도화 투쟁위원장은 "그렇지 않아도 2007년 이후의 제도화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시범사업인데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중증장애인이 몇 명인지,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활동보조인 파견의 객관적 기준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단지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 사업비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면피해 왔다"며 "이런 상태에서 서울시가 활동보조인 예산을 삭감하기로 한 결정은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적 생활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도 정부는 장애인복지 예산 중 385억 원을 시설 예산으로, 6억 원은 자립생활 예산으로 편성했다. 이는 장애인의 '생활보장'보다는 '수용시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 정부 복지정책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종종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지는 장애인 수용시설의 문제를 생각하면 수용시설 일변도의 정책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지닌다.

이원교 전장연 활동보조 제도화투쟁위원장은 "장애인은 집안이나 시설에 격리되어 죄인처럼 혹은 짐승처럼 살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한데…"**

박홍구 전장연 활동보조 제도화 투쟁위원장은 "활동보조인 서비스의 제도화에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요구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이양된 문제라 소관사항이 아니다"라고 하고, 지자체는 "복지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주지 않아 할 수 없다"며 서로 떠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활동보조인 서비스 문제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경상남도의 경우 48억 원의 예산을 들여 활동보조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서울시장 역시 중증장애인의 현실과 활동보조인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시청은 이들의 요구를 듣기는커녕 경찰을 동원해 농성장에서 몰아내려 했다. 그 와중에 농성하던 장애인의 전동휠체어 한 대가 부서졌다.

(사진2)

이원교 투쟁위원장은 부서진 전동휠체어를 가리키며 "서울시는 활동보조인을 보장하기는커녕 장애인들의 손발과 같은 전동휠체어를 박살냈다"며 "장애인에 대해 이 정도의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서울시장이라는 것과, 그런 이가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 자리를 노린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다"고 규탄했다.

***"당사자와 가족이 모든 부담를 떠안아야 하는 무책임한 구조"**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도 21일 성명을 내어 "국가나 사회로부터 너무도 오랜 세월 외면받고 배제되어 온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위해 활동보조인 제도화는 최소한의 요구"라며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와 관련해 전장연이 주장하는 '모든 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활동보조인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 대한 기준 마련' 등을 실현하는 일에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당은 ":우리 사회 장애인의 문제는 당사자와 가족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무책임한 구조로 되어 있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장애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 있는 자세로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서울시는 시청 앞에서 농성 중인 중증장애인들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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