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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논란, 앞으로 3가지 갈등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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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만금 논란, 앞으로 3가지 갈등 해결해야"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03/21] 환경분쟁연구소 신창현 소장

지난 16일, 대법원이 공사 계속 판결을 내린 새만금 사업.. 이 사업이야말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국책사업이, 오랜 세월..얼마나 많은 논란과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루지 못해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오는 일들은,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 지면서 더욱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분쟁과 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하는 일들이 중요하게 됐는데요. 새만금 방폐장 부지선정, 천성산 터널 공사 등, 주요 환경분쟁을 지켜보면서, 이제 우리 환경운동단체들도 "모든 것을 얻어 내려 하기 보다는, 대화와 타협 역시, 환경 운동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각종 환경분쟁과 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하는 일을 해온, 〈환경분쟁연구소〉 신창현 소장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신창현 소장과 함께, 새만금 사업을 통해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 발생하는 각종 분쟁과 갈등.. 어떻게 조정하고 타협안을 마련해야 하는가.. 그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환경분쟁연구소〉 신창현 소장입니다.

신창현 소장은,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환경정책연구소장, 민선 의왕시장을 역임했습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대통령 비서실 환경비서관으로 재직 했고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갈등관리정책전문위원회 위원, 국무조정실 갈등영향분석 전문가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현재 〈환경분쟁연구소〉 소장으로 서민들의 환경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의 원인을 분석해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박인규 : 신창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신창현 소장 : 네. 안녕하세요.

박인규 : 우선 갈등관리, 갈등조정 이런 낱말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낯선 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갈등관리, 갈등조정이라는 것이 어떤 일인지 설명해 주시죠?

신창현 소장 : 한마디로 갈등과 분쟁으로 먹고 사는 직업입니다. 사회 활동을 전에는 집단민원이라고 했죠.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갈등은 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힘과 돈으로 해결하려 했죠. 그런데 이제는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이 권위주의 방식의 집단 민원문화를 민주적인 방식의 갈등조정문화로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갈등 관리입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정부가 워낙 세니까..속된 말로 위에서 찍어 누르면 그냥 되고 그랬었는데..지금 워낙 각종 이익 단체들이 민주적이 되다 보니까..서로 민주적으로 통하면서 무언가 조정을 해보자..그것을 중간에서 도와주는 역할이다..그런 말씀이십니까?

신창현 소장 : 그렇습니다.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박인규 : 신창현 소장께서는 새만금 사업의 이번 논란을 지켜보시면서 특히 환경운동에 대해서 대화와 타협도 중요한데 조금은 그쪽을 경시하는 게 아니냐..라는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번 새만금 사업을 통한 사회적 논란을 지켜보시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조정 능력이라고 할까요, 어떤 합의와 토론의 이런 부분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신창현 소장 : 제가 보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곧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철학과 가치관이 있습니다. 또 환경이 최선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또 반대로 개발이 최선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거든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이 환경론자와 개발론자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힘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힘겨루기 아니면 권리 겨루기로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이번 새만금 사업 논란에서도 환경단체의 문제 접근 방식 또는 사회적 갈등해결 방식에서도 그런 말하자면 일방적으로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설명을 해 주시죠?

신창현 소장 : 싸우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죠? 정부와 환경단체가 지향하는 목표는 다른데 그 목표를 실현하는 방법은 아주 비슷합니다. 정부는 법과 관행으로 밀어 붙이려고 하고 환경단체는 시위와 농성으로 밀어 붙이죠. 양쪽 모두 힘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행정의 민주화를 얘기하면서 반대 의견에 인색한 정부도 문제지만, 대통령이 아니면 장관이나 시장하고만 얘기하려는 환경단체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정부이든, 환경단체이든 어떤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서 양보하거나 협상하기 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서로 밀어 붙이기만 했다 충돌을 했다? 그렇게 보시는 겁니까?

신창현 소장 : 그렇습니다. 사실 대화와 타협은 상당한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하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거든요. 그런데 모두 빨리빨리 어떻게 단숨에 해결하려고 하는 욕심이 대화와 타협보다는 시위와 농성 또는 단판 이런 소송..이런 문제로 의존하지 않았나..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신소장께서는 이런 지적을 하셨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 환경운동단체들이 동강댐 건설을 백지화시키면서 무언가 자기 도취에 빠지지 않았는가?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극단적인 운동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 같다..'이렇게 지적하셨는데요. 어떤 측면에서 그렇다고 보십니까?

신창현 소장 : 사실 동강댐 백지화하는데 환경단체가 기여한 공이 컸습니다. 그렇지만 환경단체의 힘만으로 동강댐이 백지화가 된 것은 아니었죠. 사실은 개발과 환경의 힘겨루기에서 그 개발의 일부가 우리 환경단체와 연대해서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동강댐 백지화가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환경단체들을 그것을 마치 환경운동의 승리인 것처럼 착각하지는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개발의 일부가 환경운동에 가담했다는 부분은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구체적으로?

신창현 소장 : 동강댐 갈등의 그 당사자들이 주로 사업 실행 쪽에서는 한국 수자원공사와 건설교통부였고요. 그 반대 축에는 환경단체와 환경부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양쪽이 서로 힘겨루기를 할 때에 사실은 강원도라고 그 동강댐 상류에 개발을 원하는 또 다른 개발 세력들이 건교부나 수자원의 편을 들어주기 보다 그 동강댐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환경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힘의 균형이 환경단체 쪽으로 쏠린 거죠.

박인규 : 신소장께서는 지금 말씀하시면서 정부나 환경단체나 대화와 타협보다는 힘으로 밀어 붙이려고 한다..라고 말씀하시지만 잘못하면 이것이 양비론 비슷하게 되어서요. 사회에서는 그럼 누가 더 책임이 있느냐..이런 질문도 하고 싶어하는 것 같고요. 예를 들면 새만금으로 돌아가면 신소장께서는 김대중 정부시절에 비서관도 하시고 했는데요. 김대중 정부에서도 새만금 문제에 대해서는 환경문제보다는 개발 쪽에 더 관심이 있지 않았느냐.. 이렇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김대중 정부 때는 어땠습니까?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정부에 태도가요?

신창현 소장 : 사실 갯벌을 보호하기 위한 습지 보전법을 재정한 것이 바로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전대통령시절입니다. 동강댐에서도 대통령의 개인적인 보호에 대한 애정이 많이 작용을 했지만 새만금 갯벌도 같은 의견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시기 때문에 국책사업을 중단하는 결정은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래서 아무래도 찬성, 반대 양쪽의 주장을 저울질 하시면서 국민 다수의 여론이 어느 쪽으로 쏠리는 가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인규 : 며칠 전에 환경재단의 최열 대표가 저희 프로그램에 나오셨는데요. 노무현정부의 환경정책을 말씀하시면서 많이 달라진 것 같다..특히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시절과 대통령이 되신 이후와 특히 새만금 부분에 대해서는 달라지신 것 같다..굉장히 환경친화적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정책을 펴 나가면서부터 보니까 환경보다는 개발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냐..실망했다..이런 말씀도 하셨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노무현 정부의 환경정책이 바뀌었다고 보는 환경단체의 시각에 대해서는요?

신창현 소장 :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해양수산부 장관의 입장과 대통령의 입장과는 꼭 같지 않을 수도있다고 보거든요. 해양수산부는 해양수산부가 관장하는 갯벌과 해양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책을 추진해야겠지만 대통령은 또 그 반대쪽의 주장도 같이 경청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고 또 상황에 따라서 처음에는 반대했다가 나중에는 찬성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오히려 합리적인 입장의 변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환경보존만 바라 볼 수는 없다? 개발을 바라는 국민도 있기 때문에?

신창현 소장 : 당연합니다.

박인규 : 어쨌든 대법원에서 새만금 방조제 사업을 계속 해도 좋다라고 판결을 내렸지만 환경단체에서는 아직 이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오늘도 보니까 어민들이 시위를 해서 방조제 사업이 일부 중단됐다고 하는데요. 신소장께서는 새만금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세 가지 갈등이 어떤 겁니까?

신창현 소장 : 첫 번째는 수질오염 문제인데요. 사실은 새만금 방조제를 막으면 담수호가 되고 고인물은 썩는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박인규 : 시화호가 그렇다는 말도 있었는데요?

신창현 소장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 2의 시화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임시변통으로 방조제를 완공하더라도 배수관문을 열어서 해수를 유통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죠. 그런데 언젠가는 막아야 합니다. 막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하면, 그 만경강 상류와 하류간에 새로운 갈등이 예상됩니다. 막아서 고인물이 썩지 않으려면 상류에서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해야 하고, 오염 물질을 적게 배출하려면 만경강 상류에 있는 전주권 개발을 억제해야 합니다.

박인규 : 산업활동이 위축되겠네요?

신창현 소장 : 그렇습니다. 지금 그린벨트를 100% 해제해서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전주지역 주민들이 새만금 수질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저는 의문이라고 봅니다. 그 반대로 만약에 상류지역에 전주권 개발을 위해서 그러면 새만금 개발을 희생할 것인가?

박인규 : 그러면 말하자면 새만금이 깨끗한 담수가 되기 어렵게 되는..

신창현 소장 : 그렇습니다. 그 어느 쪽도 피할 수 어렵다면 둘 다 모두 충족시키고 싶다면 사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해서 수십 개의 하수처리장, 폐수처리장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러면 그 돈은 누가 부담하느냐? 이미 그 비용부담 문제를 가지고도 농림부와 전라북도가 서로 지금 싸우고 있거든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박인규 : 전문가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결이 가능한 갈등입니까?

신창현 소장 : 그래서 정부도 토지 용도 변경 문제와 관련해서 담수호로 조성하는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 그래서 시화호처럼 해수를 유통시켜서 그 수질 개선에 들어가는 예산을 절약하면서 그러다 보면 또 농지로 사용하기 어려우니까 산업용지나 관광용지로 변경하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 않느냐?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수질 개선을 둘러싼 상류와 하류의 갈등이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신창현 소장 : 그 토지의 용도 변경문제입니다. 방금 말씀 드렸듯이 당초의 목적인 담수호 조성 그에 따른 농지조성 목적을 포기한다면 산업용지나 아니면 관광용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내린 면허를 변경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이번에 대법원에서 판결을 할 때도 농지조성이나 담수조성 에 큰 문제가 없다,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판결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만약에 농지 조성이 불가능하다, 담수조성도 어렵다..라고 하면 굉장히 중요한 상황 변경 사유가 발생하 는 거죠. 그것이 바로 꺼지지 않는 갈등의 불씨가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지금 상당히 환경단체는 벼르고 있던데요?

신창현 소장 : 그 점이 앞으로 중요한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마지막은 무엇입니까?

신창현 소장 : 역시 비용부담 문제이죠. 수질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희생을 하던지 아니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미 2조원 정도 예산을 투자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앞으로 몇 조원이 들어갈지는 끝나봐야 알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것에는 이 수질 개선 비용은 또 거의 고려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말 이 3500만평의 담수호를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담수호로 만들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돈이 추가로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이죠.

박인규 : 그런 비용부담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것인지..?

신창현 소장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워낙 거창한 문제이긴 하지만 갈등관리 전문가이시니까요. 지금 말씀하신 이 거창한, 이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면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새만금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런 식으로 나가야겠다는 라는 개인적으로 생각해 놓으신 복안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신창현 소장 :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이 갈등관리의 지름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어려운 문제일수록 그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앉아서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차선의 대안을 찾는 지혜와 슬 기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상상하기 어렵고 예측하기 어려 운 문제라도 같이 모여서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토론하다 보면 시너지효과가 발생하거든요.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에너지가 나오고 또 그런 아이디어들이 도출이 됩니다. 그렇게 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저는 사회발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갈등은 그런 새로운 시너지 효과,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해 나가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허심탄회하게 열린 가슴으로 대화하고 토론하면 문제가 좀 풀릴 수 있고, 생산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신창현 소장 : 그렇습니다. 과거의 경험이 또 그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우리의 과거의 경험은 방폐장 부지선정도 그렇고 전 각 곳에 화장터 이런 문제도 그 렇고, 천성산 터널 문제 등등을 해서 그런 대화와 타협보다는 극단적인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거든요? 왜 그렇죠?

신창현 소장 : 저희가 그렇게 습관이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 문화가 아직도 많이 군사문화의 그 잔재가 남아 있지 않습니까? 또 권위주의적인 문화도 많이 남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서로 공존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상생하는 그런 문제 해결 방식보다는 지느냐, 이기느냐의 싸움에 더 익숙해져 있고 그래서 자꾸 이기려고 하면서 불신과 갈등이 증폭되거든요. 결국은 이 문화의 코드를 바꾸는 것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아닐까..이런 생각도 합니다.

박인규 : 그 문화적 코드를 말씀하셔서 여쭤 보고 싶은데요. 그렇다면 흔히 말하듯이 우리 국민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지역이기주의, 님비라고 해서 '내집 마당은 안돼.', 이런 식의 그런 이기주의 때문에 그런 겁니까? 아니면 그 책임을 어떤 정치지도자랄지, 사회 시민단체 랄지,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아니면 우리 국민들이 너무 이기적이야..라고 끝내 버려야 하는 것인지요?

신창현 소장 : 갈등관리의 선진국들도 지역이기주의나, 집단이기주의로 인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중요한 것은, 하수처리장, 쓰레기처리장, 또는 화장장이 우리 마을에 들어와서 냄새가 나고 집값이 떨어진다면 저부터 반대할 겁니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입니다. 환경권이기도 하고 재산권이기도 하거든요. 중요한 것은 과거에는 냄새가 나고 집값이 좀 떨어져도 불가피한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 한다는 그런 당위성으로 참고 또 억압해 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억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하라는 논리는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는 거죠. 대를 위해서 소가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소를 위해서 대가 고통을, 비용을 분담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그런데 공짜로 자꾸 보이지 않은 곳에 냄새가 나던 말던 버리고 처리하려고 하니까 주민들이 반대하는 거죠.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습니다. 공짜로 싼 값에 하려고 하지 말고 비용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보상하면서 같이 고통을 분담하는 그런 패러다임이 아니면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 합니다.

박인규 : 그런 대화와 토론, 희생과 양보의 조정..이런 것들이 필요한데 결국은 누가 그것을 해 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데요. 최근의 양상을 보면 이번 새만금 사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사업 주체라든가, 시민단체가 갈등에 대해서 합의하기 보다는 법원에 가보자..이런 사안이 많거든요? 정치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이고요. 모든 문제를 사법적인 판단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이냐? 이런 비판이 있는 것 같아요?

신창현 소장 : 사법적 판단은 갈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정부가 행정적으로 갈등을 해결 할 수도 있고, 또 국회가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에는 사법부의 판단을 구한 다음에 비폭력적으로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이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법원의 판단도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충분한 수단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법원 자체도 여러 가지 갈등을 판결까지 가기 전에 조정을 권고하고 합의하도록 권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선의 해결은 역시 당사자가 합의하는 것이거든요.

박인규 : 우리 사회의 어떤 갈등조정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이른바 벤치마킹이라는 측면에서 외국에 이런 사례가 있었다..라는 사례를 한가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실만한 사례가 있을까요?

신창현 소장 : 외국에 그런 사례들이 너무 많이 있고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울산 북구 음식물자원화 시설 문제로 주민과 북구청 공무원들이 2년간을 옥신각신 힘겨루기를 하다가 서로 지친 후에 구청장이 제안을 했습니다. "자, 우리 얘기는 할 만큼 하고, 싸움도 할만큼 했는데 결론이 나지 않으니까..어느 쪽에도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인 제 3의 시민 배심원을 우리가 의뢰해서 이분들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중립적인 판단을 한 번 맡겨보자, 그리고 승복하자.." 주민들이 합의했거든요. 그래서 불과 20일 동안 그 양자가 합의해서 선정한 시민 배심원단 약 30여명이 같은 내용을 조사하고, 검토하고, 현장도 확인하고, 내부 토론을 통해서 결론은 당초 구청장이 추진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음식물자원화시설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승복했거든요.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역시 대화와 타협 이외에는 그것이 당사자간의 대화와 타협이 됐든, 아니면 어느 쪽이든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인 제 3의 조정자의 조정이 됐던 간에 승복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박인규 : 승복의 정신..그 울산 북구 경우에는 그럼 잘 됐습니까?

신창현 소장 : 굉장히 많은 자치단체들이 방문해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 사회에도 그런 갈등조정 능력이 싹트고 커가고 있군요?

신창현 소장 : 그럼요. 곳곳에서 그런 싹이 트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도 계속 벤치마킹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신창현 소장 : 네.

박인규 : 지금부터는 신소장께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2003년부터 〈환경분쟁연구소〉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계신데요. 〈환경분쟁연구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신창현 소장 : 문자 그래도 환경분쟁의 원인을 찾고 그 해결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그 분쟁의 당사자들과 만나서 의견을 수집하고 또 분쟁 관련 사례들을 수집해서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해서 상담도 하고, 자문도 하고, 교육도 하고, 또 때로는 정부요구 용역도 하고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의왕시장까지 하시고 청와대 비서관도 지내시고 나름대로 고위직이라면 고위직을 지내셨는데 〈환경분쟁연구소〉를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하신 이유는 어떤 것입니까?

신창현 소장 : 직접적인 계기는 2003년에 환경분쟁위원회 임기를 마치면서 이렇게 좋은 제도가 있는데 우리 국민들은 모르는 분이 더 많다..그래서 이런 좋은 제도를 알려서 괜히 법원으로 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또 변호사 비용도 절약하는 그런 기회를 좀 알려 드리면 좋겠다는 것이 동기였습니다. 그런데 연구소 운영과정에서 단순히 이것이 주민과 정부, 주민과 기업간의 환경분쟁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부가 그 갈등 원인을 제공하는 정부가 당사자인 이 공공갈등..이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해서 요즘은 주로 그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95년부터 3년 동안 민선 의왕시장을 지내셨는데요. 그때 세계 연극제를 유치했다가 무산됐습니다. 그래서 갈등조정이 굉장히 중요하다..이렇게 느끼셨다는 말씀을 들었는데요. 그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신창현 소장 : 지금도 아픈 기억인데요. 말씀을 드린다면 제가 너무 오만했습니다. 세계 연극제는 의왕 발전을 위해서 굉장히 필요한 사업인데 이것을 반대하는 것은 그 의도가 대단히 순수하지 못하다고 제 스스로가 단정을 내렸죠.

박인규 : 이런 좋은 일을 하는데 감히 반대하다니..이런 생각이셨군요?

신창현 소장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 감정도 좀 좋지 않고 그러다 보니까 민주주의라는 것이 과반수가 찬성하면 되는 것이지..그 한, 두 사람까지 모두 내가 설득할 필요가 있는 것이냐? 그러다가 보니까 그 소수의 반대 의견들이 더 화가 나서 격렬하게 반대하게 됐죠.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세계 연극제의 취지에 찬성하던 사람들도 그 방법이 너무 독선적이다..하면서 점차 여론이 반대 의견에 몰리기 시작했죠.

박인규 : 그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설득시키거나 승복시켜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무시하다 보니까 더 커지더라?

신창현 소장 : 네. 소수 의견을 무시하면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성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가 세계 연극제 때에 깨달은 교훈입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하신 중에 갈등 중에 정부가 당사자가 되는 공공갈등이 상당히 많더라, 문제가 되더라..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참여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신창현 소장 : 그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완하려는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도 만들어서 국회에 발의했고요. 또 그 갈등관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모여서 보고서도 내고 있고요. 또 지자체들 중에 갈등 관리를 잘 하고 있는 지자체들을 선정해서 포상도 하고 있고요.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환경분쟁연구소〉가 사회적 갈등관리의 연구의 한 부분인데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이제서야 알려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 앞으로 어떤 일들을 어떻게 펴나가고 싶다..는 것을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 드리겠습니다.

신창현 소장 : 역시 갈등의 당사자끼리 만나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서로 감정이 격해서 불신이 극에 달해서 대화가 어려울 때는 그 어느 쪽에도 이해 관계가 없는 중립적인 제 3자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중립적인 제 3자는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나와 너, 그 어느 쪽에도 이해 관계가 없으면 누구든지 중립적인 제 3자가 될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당사자인 공공갈등을 정부가 자꾸 해결하려 하지 말고 중립적인 제 3의 전문가를 활용하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 사회에도 사회적 갈등을 처리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전문적 역량이 필요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사회적 갈등의 합리적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신창현 소장 :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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