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농민단체 회원들이 19일부터 사흘째 목포시 충무동 양곡부두에서 중국산 가공용 현미를 실은 선박의 입항을 저지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에는 가공용 중국산 현미 5400t을 실은 베트남 선박이 목포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남·강진·무안 등 전남 서남권 농민회원 300여 명이 "수입쌀이 들어올 경우 국내 쌀값이 폭락해 농촌이 폐허로 변할 것"이라며 항만 입구에 폐타이어와 보도블럭 등을 쌓아 차량진입을 막고 수입쌀 입항에 반대하는 천막농성을 벌여 이를 저지했다.
***"수입쌀이 단 한톨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낼 것"**
전농 광주전남연맹과 목포민중연대는 21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04년 쌀개방 협상과 2005년 협상안에 대한 국회 비준은 막아내지 못했지만 수입쌀만큼은 절대 우리 땅에 들어오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방법을 통한 '수입쌀 저지' 투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위두환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수입쌀 협상과 수매제 폐지로 이미 쌀값이 폭락했다"며 "지난 11월 23일 국회비준이 농민에 대한 '사형선고'였다면 수입쌀을 들여오는 것은 '사형집행'"이라고 말했다.
위 사무처장은 "가공용 쌀 역시 과자 등으로 만들어져 결국 식용으로 사용되는 쌀"이라며 "목포항은 물론 여수항, 광양항 등 전남지역 항구를 통해서는 수입쌀이 단 한톨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기어이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가공용 중국산 쌀은 수입쌀 아니냐"**
목포항에서 농민 회원들의 농성이 시작된 이후 전라남도는 "현재 목포로 들어오려는 수입쌀은 밥쌀용 쌀이 아니라 튀밥이나 떡볶이용 떡가루로 만드는 가공용 현미"라며 "이미 지난해 확정된 물량 가운데 아직 들어오지 못한 것으로 입항을 하지 못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크다"고 농민단체 회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이번 가공용 쌀 입항으로 하역·운송료 9억 원과 보관료(1년) 15억 원, 가공료 12억 원 등 모두 36억 원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데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경우 그만큼 손실이 발생할 것이며 항운노조 등의 반발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농민단체 회원들은 전라남도의 이러한 주장을 '망발'로 일축하며 "경제적 손실이 우려된다면 수입쌀로 인해 나락 가격이 10%가 하락하면 발생할 800여억 원의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또 이들은 "가공용인 중국산 쌀은 수입쌀이 아니라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이들은 "전라남도는 전국 쌀 생산량과 면적의 20%를 차지하는 농도인데도 도에서 3월 14일 '한미 FTA 공청회'를 쥐도새도 모르게 진행했는가 하면 이번 수입쌀 입항에 대해 농민단체의 확인 요청에도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규탄했다.
***전남도, 입항지 변경 건의…"선거 의식한 책임회피"**
이와 같은 농민들의 반발에 전라남도는 이날 오전 농림부에 입항지를 변경해줄 것을 공식 건의했다. 그러나 농림부는 입항지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전라남도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현미는 그동안에도 들여 왔던 가공용일 뿐"이라며 "목포항 입항을 강행할 경우 물리적인 충돌이 불가피해 농림부에 입항지 변경을 건의했지만 전라남도로서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위 사무처장은 "우리는 어떤 쌀이든 수입쌀은 한 톨도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입항지 변경 건의'에 대해 "그것은 박준영 지사가 선거를 의식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박 지사는 이미 창고업자와도 계약을 끝낸 상태"라고 비난했다.
애초 19일 오전 목포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던 가공용 중국산 현미 5400t을 실은 베트남 선박은 현재 신안군 팔금면 불무기도 인근에서 정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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