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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의 노사합의는 툭수한 사례, 확대해석은 곤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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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GM대우의 노사합의는 툭수한 사례, 확대해석은 곤란 "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03/20] GM 대우 노조 이성재 위원장

우리사회에서 노사가 손을 마주 잡고, 정리해고자를 모두 복직시킨 것.. 그 공은 서로에게 돌리고 칭찬하는..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GM 대우 노조와 경영진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지난 2001년 정리해고 되었던 1700여명의 직원들을 전원 복직시키겠다는 발표를 해서,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는데요. 경영진은 정리해고자 전원복직이라는 약속을 지켰고, 노조 역시 지난 5년 동안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 인내심을 발휘했습니다. 지난 80년대 대표적 강성 노조였던 대우차 노조.. IMF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대우차 노조는 어떤 과정을 거쳐왔고, 노사협상을 바라보는 인식..어떻게 달라졌는가..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지난 2004년 노조위원장에 당선돼 무분규 임금협상, 그리고 정리해고자 전원복직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GM 대우의 이성재 노조위원장과 함께 합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이성재 GM 대우 노조위원장입니다.

이성재 위원장은 1983년, 서울대학교 항공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1986년 대졸 학력을 감춘 채 이른바 위장취업으로 대우자동차에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해에 대학졸업 사실이 드러나면서 첫 번째 해고를 당했고, 그 후 복직되었지만, 2001년 다시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합니다. 지난 2003년, 두 번째 복직한 이후, 2004년에는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에 당선됐고, 그 이후 무분규 임금협상, 1700여명에 달하는 정리해고자 전원복직이라는 노사협상을 이뤄내 새로운 노조의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성재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이성재 위원장 : 네. 안녕하세요.

박인규 : 지난 주 목요일이죠? GM대우 부평공장에서 노사대표가 나란히 앉아서 지난 2001년 정리해고 됐던 1700여명의 직원들을 정확하게 1725명이죠? 전원 복직시키겠다..이런 발표를 해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줬는데요? 어떤 일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보십니까?

이성재 위원장 : 저는 우선 이 문제에 관해서는 세 가지 요인이 함께 작동이 되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우선 가장 먼저 부평공장이 조기에 정상화 된 것이 이런 합의를 이끌어낸 결정적인 배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상화됨에 따라서 신규채용인력의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 됐던 이전의 조합원들을 리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노동조합의 줄기찬, 끈질긴 요구였습니다. 떠난 조합원들을 놓치지 않고 신규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정리해고 됐던 이전 조합원들을 채용할 것을 요구했던 것이 두 번째 요인이고요. 세 번째는 경영진의 결단도 있었다고 봅니다. 지금 현재 엄밀히 얘기해서 지금 GM대우의 경영진은 이전의 대우자동차와는 다른 회사임은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법적 책임은 없습니다만 이전 대우자동차에서 있었던 일까지 끌어안으려고 하는 경영진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합의가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런데 언론 보도를 찬찬히 보니까 1725명을 이번에 새로 복직시킨 것은 아니고 이미 복직되신 분이 상당히 계시더라고요?

이성재 위원장 : 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노동조합의 계속적인 요구에 따라서 신규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채 용해 왔었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1080여명이 지금 복직을 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미 1080여명은 일을 하고 계시고 나머지 약 700명에 가까운 분이 이번 조치로 복직이 되시는 군요?

이성재 위원장 : 네. 그렇죠.

박인규 : 그런데 얘기를 듣자 하니까 그 동안에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또 연락이 안 되시는 분도 계시다고 하던데요. 이번 발표에는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복직할 수 있는 거죠?

이성재 위원장 : 네.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복직이 되는데 일정하게 지금 시한을 정해 놨습니다. 왜냐하면 노사간의 신규인력이 발생할 때마다 그때그때 계속 협의를 한다는 것이 끊임없이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는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시한을 두고 그때까지 정리해고 됐던 미 복직된 전원에게 복직의사를 확인해서 희망하면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했습니다.

박인규 : 그 시한은 언제까지 입니까?

이성재 위원장 : 그 시한이 3월말까지 입니다.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만, 저희들이 그간에 다양한 관계를 통해서 정리해고자를 찾아냈고요. 아직도 80여명의 정리해고 됐던 분들이 연락이 닿고 있지 않습니다.

박인규 : 연락이 되지 않는 분이 80명?

이성재 위원장 : 네. 그래서 지난 번에 기자회견을 했던 취지도 저희들이 백방으로 노력은 했습니다만 찾아내지 못한 분들이 있었기에 언론의 힘을 빌어서 마지막까지 찾아 내자..이런 생각에서..

박인규 : 널리 공지하시는 거였군요?

이성재 위원장 : 네. 그래서 공동기자회견을 했던 겁니다.

박인규 : 그러면 복직을 원하시는 분은 3월말까지는 내가 복직을 원한다는 것을 의사표명을 해야 되네요?

이성재 위원장 : 그렇죠. 그 의사를 확인해서 더 이상 그 이후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 노사가 협의를 한다거나 이 문제 때문에 갈등하지 않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박인규 : 3월말까지 확실하게 복직의사를 밝혀야 한다? 3월말까지 복직의사를 밝히게 되면 그분들은 언제부터 일을 하시게 되는 겁니까?

이성재 위원장 : 지금 회사의 계획에 근거해서 보면 5월초면 모두 복직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예상됩니다.

박인규 : 전체적으로 대략 몇 명쯤이 복직하실 것으로 보고 계십니까?

이성재 위원장 : 나머지 인원이 600여명으로 추산되는데요. 바로 오늘이죠? 280여명이 복직됩니다.

박인규 : 지금은 이렇게 말하자면 떠나셨던 분들이 다시 돌아오시게 됐는데요. 하지만 2001년도에 1725명이 이위원장을 포함해서 정리해고 당했을 때 회사 분위기도 상당히 힘드셨을 것 같 은데요? 그때는 어떠셨습니까?

이성재 위원장 : 네.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싶습니다. 한편에서는 울분과 침통, 다른 한편에서는 다행스러움과 미안함..이런 감정들이 서로 교차하지 않았나..생각합니다. 정리해고 됐던 당사자들은 울분에 휩싸여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조 방침에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투쟁에 결합하지는 못하고 주저하는 상황이 한쪽에는 있었고요. 다른 한쪽에서는 다시 살아남은 사람들이죠? 회사와 정부의 그런 대량 정리해고에 대해서 분개하면서도 마음만 있을 뿐 노동조합의 지침에 따라서 함께하지 못하는 이런 현실이 교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2002년 7월에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인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그런데 부평공장은 인수하지 못하겠다라고 못박아서 부평공장이 약간은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GM대우의 위탁 생산업체가 됐는데 같은 회사에 있으면서도 위탁생산업체에 있으신 노조원들의 뭐라고 할까요, 불만이랄까, 실망.. 대단했을 것 같은데요?

이성재 위원장 : 네. 한 번 부도가 나고 또 그 여파로 정리해고 됐던 아픈 경험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수과정에서 또다시 버림을 받았다..하는 이런 심정이 팽배해 있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지금 현재의 위상은 어떻습니까 부평공장 위상이? 지금 위탁업체라는 것을 벗어났죠?

이성재 위원장 : 그렇죠. 작년 10월 28일에 GM이 나머지 부평공장마저 인수를 하게 되면서 진정한 법인 통합을 이뤘습니다. 애초에는 저희들 뿐만 아니라 다수의 분들도 GM대우가 GM의 단순한 생산 하청 기지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GM에서 정책적 결정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소형차에 해당하는 급을 감마급이라고 하는데요. 그것을 부평공장 연구소로 하기로 결정하면서 단지 부평공장..아울러서 GM대우가 GM의 생산 기지로 뿐만 아니라 R&D 센터로서 위상이 더 높아졌습니다.

박인규 : 위탁생산업체라는 어떻게 보면 2류의 위치..한 급 낮은 위치를 벗어나기 위해서 직원들이나 노조가 어떤 노력을 하신 겁니까?

이성재 위원장 : 대단히 절박한 생존의식에 저는 노사 모두가 휩싸여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뚜렷한 목표의식이 생겨났죠. 법인 통합이 최우선적인 과제이다..그것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또 그것을 저해하는 행위나 행동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분위기들이 부평공장 저변에 깔려 있었습니다. 그것은 부평과 군산, 창원 공장을 비교해 봐도 생산성이나, 품질이나 안전 회사가 말하는 그런 각종 지수를 비교해 봐도 부평공장이 상대적으로 나은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처음에 말씀하실 때 전원 복직이 가능한 첫 요인으로 공장이 조기 정상화가 됐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물론 노사가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어떤 세계적인 GM의 자회사들의 관계에서도 그런 것들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GM 본사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GM대우가 두드러진 부분이 있는 게 아닙니까?

이성재 위원장 : 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역설적이게도 GM 본사의 어려움이 오히려 GM대우의 역할을 높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GM본사가 아마 잘 운영됐으면 GM대우의 가치와 역할은 상대적으로 지금보다는 낮았을 것 같은데 GM 본사가 상대적으로 어려움에 처하면서 GM대우의 역할과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고 나타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경영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경영진의 결단도 아까 말씀하셨는데요. 경영진이 이번 복직 결정을 하면서 나머지 700명에 가까운 분들을 다시..대체로 그분들의 연세도 많으시고 연세가 많으시면 연봉도 높을 텐데 그런 면에서는 신규 인력을 쓰고 싶어하실 텐데 그래도 예전에..말하자면 법적인 책임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들을 복직시키겠다..라고 경영진이 결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성재 위원장 : 어떤 구시대의 아픔을 털어내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저는 이렇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을 채용하거나 아니면 지금 나이 많은 정리해고죠? 아마 호봉도 고호봉자인데..그 보다는 젊은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싶은 유혹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털어내고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는 이 결정은 저는 높이 평가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 노사합의는 말하자면 외국인 경영자와 합의를 하신 건데요. 어떻습니까? 과거에 국내출신 경영진들과 외국인 경영진들과 협상, 대화를 해 보시면서 어떤 차이, 장단점 그런 것을 느끼신 것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성재 위원장 : 저는 외국 경영진이라고 해서 국내경영진과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행스럽게도 GM에서 파견한 닉 라일리 사장의 경우에 있어서는 노사관계에 대해서 많은 경험들을 가지고 계시고 노동조합을 기업의 파트너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노사갈등이 발생했을 때 주된 책임이 회사 경영진에게 있다..구체적으로는 70%가 경영진에게 있다..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말씀만이 아니라 경영해 오시면서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한 경영을 해 오셨고 노동조합도 그렇게 대해 오셨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신뢰가 싹 텄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대우자동차 노조 같은 경우에 아마도 97년 IMF위기를 경계로 해서 상당히 투쟁이라고 할까, 투쟁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면 예전에는 보다 정치적인 문제, 노동자계급의 어떤 지위향상이라든가, 커다란 문제를 건드린 반면에 이것은 사실 GM대우 울타리 안에 있는 분들의 실리라고 할지, 복지를 위해서 일을 하셨단 말이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타협주의이고, 개량주의이고, 실리주의가 아니냐? 이런 비판도 있는 것 같아요?

이성재 위원장 : 네. 일부에서 있죠. 내부적으로도 있고요. 실리주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은 자본주의에서 노동조합이 하는 역할이 어떤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 싸워야 하는 조직인데 투쟁을 포기하고 타협을 일삼는다든지, 아니면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기업내의 어떤 경제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비판하는 경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 그러한가? 지난 5년의 모습만을 갖고 그렇게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지난 5년간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 겪어야 할 여러 가지 어려움, 상황 이것을 이해한다면 저는 어떤 성격의 집행부가 들어섰어도 저희와 비슷한 판단과 결정,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박인규 : 대우자동차 노조로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말하자면 해고자 복직 같은 중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앞선 것이다?

이성재 위원장 : 법인 통합이었죠.

박인규 : 우리나라 노동운동에서 가장 약점이 기업노조라는 것이 아닙니까? 자기 기업 내에서의 어떤 실리 찾기에 바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지금 양극화 문제들, 또 비정규직 문제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일단은 해고자 문제가 해결되셨으니까 대우자동차 노조 물론 기업노조로서의 한계가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 같은 것에는 어떻게 대응하실 계획이신가요?

이성재 위원장 :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누구도 아직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노동조합운동 내에서도 어떤 해결의 전형이라고 할까요,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원칙적인 주장만 있을 뿐이고 현실적인 해법은 찾고 있지 못한데 저는 현실적으로 만나서 얘기를 해 보면 이것이 한꺼번에 비정규직의 처우와 비정규직의 현실이 근본적으로 해결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라는 인식에 다들 동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정규직과 정규직들이 어떻게 하면 힘을 모아서 비정규직의 근본적 처지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을 꾸준하게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낼 것인가를 고민해 가는 방향으로 노력해 가야 하지 않나..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에 이성재 위원장과 GM대우 경영진이 정리해고자 전원복직 발표를 하면서 상당수 언론들이 아주 크게 보도하고 제가 본 것 중에는 무분규다..쟁의가 없이 협상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했던데요. 그런 언론보도를 보시면서 당사자로서는 어떤 것을 느끼셨습니까?

이성재 위원장 : 좀 지나치게 그런 점들만 부각되어서 주목 받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또 일부 언론에서는 대우자동차 노사 사례를 지금 민주노조 운동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다른 노동자에게 배울 것을 요구하면서..그런 노동자들을 비판하는 반면 거울로 저희 대우자동차 노조를 거론하는 것이 저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저희는 처지가 다릅니다.

박인규 : 처지가 다르다, 그것을 보편적인 것으로는 보지 말아 달라?

이성재 위원장 : 그렇습니다. 저희는 그런 법인 통합을 마무리하고 여러 가지 힘겨운 상황에서 이제 서서히 발돋움 하려는 상황입니다.

박인규 : 지금부터는 이성재 위원장의 개인적으로 걸어오신 길, 소신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 보고자 합니다. 서울대 출신 공학도이면 사실 앞길이 창창하신 분인데요. 자동차 공장의 생산직 직원으로 출발을 하셨습니다. 그 당시 집안에서 혹시 아셨는지..아셨다면 반대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그 당시의 그런 생산직 노동자로 내가 취직을 해야겠다..라고 마음 먹으신 이유라고 할까요, 배경이 무엇입니까?

이성재 위원장 : 며칠 전에 모 신문에도 '대학생 위장 취업자 노조 위원장이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들고 있다.'라고 헤드카피로 꼽아서 크게 보도한 것을 봤는데요.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결과나 지금의 내용을 가지고 좀 얘기를 하는 것은 언제든지 얘기를 하겠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삶이 조명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방송 인터뷰 같은 경우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에..그런 것도 자꾸 개인이 부각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었고요. 하지만 이번에 기자회견까지 하고 이렇게 이 자리까지 나온 것은 앞서 잠깐 말씀 드렸습니다만 아직까지 연락이 닿지 못해서 찾지 못한 우리 정리해고 되신 분들을 찾을 수 있을까..방송의 힘을 빌어서..이런 취지로 나왔거든요. 상식적으로 지금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상식으로 판단하시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저 자신도 개인적인 말씀을 드린다면 저는 마산 수출자유지역의 노동실태를 알아보기 위해서 한 달간 위장취업을 해 봤습니다. 한 달을 해 봤지만 몇 십 년은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이런 질문을 제가 드려도 될 지 모르겠지만 87년도에 해고를 당하신 이후에 복직이 99년이시던데요. 12년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말씀 안 해주셔도 괜찮고요.

이성재 위원장 : 일단 저는 노동자들과 거의 동일하게 살아 왔습니다. 그렇잖아요? 노동자들이 하루 아침에 자기 생계를 잃으면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하거나 아니면 날일을 하거나..이래 왔습니다. 저 역시도 다른 회사에 취업하지는 않았고요. 왜냐하면 제가 지속적으로 대우자동차의 노동조합 활동을 해고자 신분이었지만 해야 했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건설 일용직 내지는 아니면 아파트 세차 이런 것들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 했습니다.

박인규 : 2004년도에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에 당선되셨습니다. 노조위원장에 출마하시고 당선이 되셨을 때는 나름대로의 목표 같은 것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것이었습니까?

이성재 위원장 :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주변에서 우리가 그런 말로 많이 표현되는데요. 사실 한 번도 공식적 직책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거의 소위 배후조종..그런 식으로 회사나 정권에서 그렇게 얘기 합니다만 그렇게 민주노조 운동을 하는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그런 운동을 해 왔고요. 그래서 제가 노조위원장에 출마하는 것도 대단히 예상되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요.

박인규 : 본인의 의지라기보다는 주변의 권유가 더 컸나요?

이성재 위원장 : 당시 상황이 좀 그랬습니다. 그래서 별로 준비 없이 사실 출마를 했죠.

박인규 : 조합원으로서는 사실 같이 일 하시던 분들이 1700여명이나 정리해고를 당하시고 그러면 아까 말씀하셨던 살아 남은자의 슬픔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이번 전원 복직 결정을 접하시면서 상당히 감회가 새로우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떠셨습니까?

이성재 위원장 : 그렇죠. 개인적으로 저도 정리해고 됐던 당사자였고, 그 싸움의 한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이끌어 내는데 있어서 누구보다도 사실 기뻤고요. 또 제가 위원장 임기 내에 이런 일을 이끌어 낸 것에 대해서 보람도 있습니다만 좀 미안함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12년 만에 그 복직을 했습니다만 당시에 징계해고 됐던 노동자활동으로 인한 징계해고자인데 마지막으로 제가 복직을 했습니다. 이 전에 몇 차례 회사와의 싸움 과정에서 다른 징계해고자를 복직시킨 연후에 마지막으로 복직을 했습니다만 그런 제 삶의 철학에 비춰보면 정리해고 됐던 사람이 복직이 된다면 저도 마지막 차수에 복직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그 운이 좋았는지..제가 어떤 2003년 7월에 복직이 됐습니다. 특히 조합원들이 선택해서 제가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임기 내에 법인 통합과 정리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는 것을 제 임기 내에 가장 큰 과제로 생각했었고요. 이런 것을 마무리하면서 제가 다른 분들보다 조금 일찍 들어온 미안함을 씻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다행입니다.

박인규 : 80년대 중반에 이 위원장과 같이 이른바 위장 취업하신 대졸 출신..말하자면 운동가들이 많았었는데 그런 분들이 아직 많이 계십니까 대우자동차 안에? 남아서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남아 계십니까?

이성재 위원장 : 아니요. 그 85년도에 주역들이 있었는데요. 다들 떠나셨죠.

박인규 : 어쨌든 2003년도 7월에 복직하시고 그 다음해에 노조위원장이 되셔서 이른바 법인 통합과 정리해고자 복직이라는 1단계 목표를 이뤘고 적어도 GM대우라는 작은 그 안에서는 노사간의 평화라고 할까, 합의를 이루셨는데요. 큰 틀로 보면 우리나라의 노동문제가 심각합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실망도 하고..실업문제도 심각하고..그런 부분에서 한국노총이라든가, 민주노총 같은 양대 노총이 무언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갈수록 어떤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이런 비판이 많이 있거든요? 오랫동안 노동운동에 몸담아 오신 분으로서 그런 이 산별 노조, 그 다음에 양대 노총에 대해서 이런 활동을 해 줬으면 좋겠다..에 대해서 충분히 말씀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성재 위원장 : 예민한 문제이고요. 사실 얘기를 하려면 한, 두 마디로 얘기를 압축적으로 하기는 힘들고요. 잘못하면 오해도 받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이런 기회에 말씀 드린다면 저는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은 잘 아시겠지만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타협의 산물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투쟁해 가지만 교섭이 문제 해결의 중요한 틀로 자리 잡혀 있거든요. 따라서 교섭 과정에서 현실적 타협도 빈번하게 이뤄지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 노조운동 내에서는 교섭과 타협을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습니다. 또 지도부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휩싸이는 이런 태도도 아쉬움으로 가지고 있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노동자 운동이라는 것이 한꺼번에 모든 것을 쟁취하고 이뤄내지는 못하거든요. 따라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고요. 어떤 경우는 노동조합의 힘이 열세에 있을 때는 최악을 저지하기 위해서 차악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저는 있다고 봅니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이런 방식으로 활동해 나가는 것이 지금 노동조합을 운동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마지막으로 노동운동가로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죠?

이성재 위원장 : 노동운동가로서 계획이 있다고 하니까..(웃음) 그런 끊임없는..뭐라고 할까요, 의욕이나 문제제기인 거 같습니다. '저 친구 혹시 정치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다음에 무슨 꿈이 있는 게 아닌가?' 그러는데요. 별로 없고요. 하여튼 나머지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위원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거고요. 임기가 끝나면 현장의 생산직노동자로 다시 돌아가서 같이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 저의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박인규 : 노와 사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고용창출도 됐고, 근로자 복지도 이뤄지는 그런 세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성재 위원장 : 네. 이렇게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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