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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두 번 울리는 '최연희식 사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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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두 번 울리는 '최연희식 사과법'

[기자의 눈] '의원직 사퇴 유보'로 마지막 사죄 기회 등져

20일 여기자에 대한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최연희 의원이 24일 만에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 의원은 "나의 큰 잘못과 과오로 견디기 힘든 어려움을 드려 진정으로 사죄 드린다"며 피해 여기자와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표현하는 듯 행색은 초췌했고 웃음기 없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피해자도, 국민도 그 사죄를 받아 줄 순 없었다. '의원직 사퇴' 대신 '법정공방'을 택한 그의 선택 탓이었다.

최 의원은 "지난 주 동아일보 기자 분들이 검찰에 고발을 했다고 들었고, 그에 따른 판단을 따르겠다"며 자신의 선택이 피해자 측의 요구에 따른 것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피해 여기자와 <동아일보> 측이 최 의원에게 요구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된 사과를 하라는 것이었다. 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잘못은 인정했지만, 사과의 마음을 '의원직 사퇴'란 그릇에 담아 전달하라는 피해자의 요구는 철저히 묵살한 셈이다.

그 대신 최 의원은 피해자의 고발에 따르겠다고 했다. 비록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피해자 측 입장이 조건문의 형식을 띠고 있긴 했지만, 피해 여기자의 입장에 서면 '법적 대응'은 결코 '의원직 사퇴'를 못 받아낼 경우 택할 수 있는 차선책이 아니다.

싫은 기억을 돌이켜야 하고, 자신의 기억과 다른 진술을 하는 증인들과 맞서야 하며, 남기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구체화되고 공식화되면서 자신과 가족들이 받아야 할 상처의 양을 따진다면,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가는 것은 피해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최악의 선택에 가까울지 모른다.

다만, 최 의원의 사퇴 거부로 자신이 겪은 폭력이 '없었던 일'이 되는 '최악 중의 최악'을 막기 위해서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라도 택해야 하는 피치못할 선택일 따름이다.

반면, 최 의원에게 '법적 대응'은 숨어지낼 수밖에 없던 현 상황에서 좋은 탈출구다. 사퇴 요구가 거듭되고 동료 의원들이 자신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하는 와중에서도 한 마디 않던 최 의원이 <동아일보> 측의 고발장이 접수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장표명에 나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최 의원은 당장 법정 공방 중에 있다는 이유로 사퇴촉구결의안을 외면할 수 있게 됐고, 최종 판결때까지 별 무리 없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검사 출신에 국회 법사위원장까지 거친 최 의원이 성추행의 법정 형량이 낮고 술자리라는 상황논리가 감안될 수 있으며 뚜렷한 증거와 이렇다 할 목격자가 없다는 여러 모로 법정공방에 유리한 환경들을 계산하지 않았을 리 또한 없다.

결국, 최 의원은 법적 공방을 통해 피해자를 한번 더 울리더라도 가해자인 제 살 길만 찾으면 된다는 내심을 이날 사죄의 제스처로 포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로써 최 의원은 자신의 '명줄'을 얼마간 연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가해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린 선택을 함으로써 인간적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놓쳐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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