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나라 쿠바가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열풍에 휩싸여 섬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 미국과 정치적으로 날카로운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쿠바가 적지인 미국의 안방에서 메이저리그 출신의 쟁쟁한 스타들이 득실거리는 중남미 국가 대표들을 물리치고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쿠바팀은 한국팀의 결승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전력분석에 들어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쿠바 현지언론들은 한국팀의 결승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만일 결승에서 쿠바가 한국을 꺾고 우승을 한다면 쿠바 야구의 진수를 전세계에 알리는 홍보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분석을 하기도 했었다.
이히니오 벨레스 쿠바팀 감독은 "한국과 우승을 다투기를 바랐던 두 가지의 간단한 이유는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무패의 전력을 보유, 세계를 놀라게 한 팀이고 동시에 이번 대회에서 일본을 두 번씩이나 꺾은 팀이다. 이런 한국을 상대로 결승전을 펼친다면 우승의 향배와는 상관없이 쿠바 야구의 진수를 전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홍보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쿠바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벨레스 감독은 이어 "한국은 공수 등 모든 분야에 완벽한 조화를 이룬 놀라운 팀"이라고 극찬하면서 6게임 동안 두 개의 에러만을 범한 한국팀의 완벽한 수비능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벨레스 감독의 한국대표팀과 결승대결구도의 바램은 19일 한국이 일본에 대패함으로써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의 결승진출 실패 소식에 벨레스 감독과 쿠바팀 관계자들은 물론 쿠바 현지 언론들까지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과의 결승대결로 쿠바 야구의 진면목을 전세계에 알리려 했던 극적인 홍보효과가 많이 반감됐다는 서운함인 것이다.
***'일본의 결승진출에 서운해 하는 쿠바팀 감독'**
한편 야구광인 피델 카스트로 의장의 열렬한 성원을 받고 있는 쿠바 대표팀은 단 한 명의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나 스타플레이어 없이 순수한 아마야구를 가지고 어렵게 결승에 진출해 쿠바인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물론 쿠바 야구는 3회에 걸친 올림픽 금메달 획득, 야구 월드컵 20회 우승을 거두는 등 세계 아마야구의 최강자임에 틀림 없다는 평가를 받아 오기는 했다. 그러나 쿠바의 결승진출은 아마야구와 프로야구는 분명히 다르다는 일반적인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어서 카스트로를 비롯한 모든 쿠바인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이다.
벨레스 쿠바팀 감독은 "이번 대회 출정식에서 카스트로 의장은 우리에게 승리를 주문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여 좋은 경기를 보여주라'고 격려하고 '쿠바 야구의 진수를 전세계에 보여 주라'고 특별히 당부했다"고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국이 멕시코에게 밀려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벨레스 감독은 "정말 유감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하고 "우리가 처음 쿠바를 떠날 때는 미국과의 결승전을 대비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아마야구에서야 세계 최강이지만 메이저리그급 프로대회에서도 그게 통하겠느냐"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야구계의 예상을 뒤엎고 결승에 안착, 대망의 우승을 눈앞에 둔 쿠바 야구의 저력은 " 개인적인 유명세에 의존하지 않은 단합된 힘, 즉 팀 전체가 스타라는 것이 다른 나라 팀들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한 벨레스 감독은 "우리팀이 결승에 오를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은 선수들의 끈끈한 애국심에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벨레스 감독은 또 피델 카스트로 의장을 대신해서 전세계 야구팬들과 대회조직위, 그리고 세계언론사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쿠바팀이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대회에 (미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참가를 해 쿠바 야구의 진수를 세계 야구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고 우승까지 넘보게 됐기 때문"이라는 고마움의 표시다.
또한 쿠바팀이 다른 곳도 아닌 미국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적지에서 각종 견제와 배당금포기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결승진출이라는 꿈을 이루어 기대 이상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한국팀의 결승진출을 공개적으로 응원했던 쿠바팀이 대일본 전에서도 자신들이 자랑하는 쿠바 야구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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