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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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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

[이라크戰 3주년기획②]거짓말로 점철된 美 대외침략사

1991년 걸프전에 반대했던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이 이라크 전쟁에는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2003년 3월 어느날의 <뉴욕타임스> 기사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에 불어 닥친 애국주의 광풍이 얼마나 거센지를 입증했다.

미국의 지식계를 대표하는 일군의 '리버럴'들은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했고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는 부시 대통령의 프로파간다(정치선전술)에 대응해 나름의 논리를 만들었는데 '후세인의 폭정으로 죽는 이라크인들 보다 전쟁으로 죽는 수가 더 적다'는 식의 공학적 계산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전쟁 개시 이후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들의 수를 추산하는 인터넷 사이트 '이라크바디카운트(www.iraqbodycount.org)'가 17일 현재 가리키고 있는 사망자수는 최저 3만3638명에서 최대 3만7754명이다.

영국의 의학 주간지 <랜싯>은 2004년 10월 이미 민간인 사망자수를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는 등 수많은 주민들이 미국의 침공으로 죽어갔다. 전쟁에 참가했던 후세인 군대와 다국적군의 사망자를 합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로써 미국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전쟁 옹호 논리는 비과학적 성찰의 결과이거나, 국가주의가 몰아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학자적 양심조차 내팽개친 그릇된 인식의 소산임이 증명된 셈이다.

<사진 1: 하워드 진>

하지만 그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양심의 소리는 이어졌다. 수천, 수만 명이 운집하는 워싱턴과 로스엔젤레스의 반전 시위는 전쟁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이라크전을 일컬어 '제2의 베트남전'이라고 부르는 것 못지않게 반전운동 역시 베트남전 당시를 연상케 하고 있다.

다음은 미국 반전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고 있는 하워드 진 보스턴대 명예교수가 전쟁 발발 3주년을 맞아 미국인들의 역사 인식 회복과 각성을 촉구하는 글 '이라크 전쟁과 미국의 역사(Lessons of Iraq War start with U.S. history)'의 전문이다.

노엄 촘스키 MIT대 교수와 더불어 양심적인 미국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지식인 하워드 진은 이 글에서 거짓말로 점철됐던 미국의 대외침략의 역사를 일별하면서 미국은 도덕적 오만함을 버리고 이제 평화와 정의의 이름으로 세계를 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양심에 죽비 같이 쏟아지는 진 교수의 고언(苦言)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선제공격' 독트린을 재확인하며 이란에 대한 공격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 글은 미국의 진보주의 저널 <프로그레시브> 3월 8일자에 실려 있고 원문은 http://progressive.org/media_mpzinn030806에서 볼 수 있다. <역자>

***이라크 전쟁과 미국의 역사**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파탄낸 지 3주년이 되는 지금 그가 왜 그토록 쉽게, 그 많은 사람들을 속여 이 전쟁을 지지하게 했는지 숙고해 보아야 한다.

미국의 문화를 깊숙이 파헤쳐보면 두 가지 이유가 드러난다. 역사적 관점이 결여됐고, 국가주의(nationalism)적 사고의 틀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모른다면 우리는 이미 정치인들의 식탁에 놓인 '밥'이 될 것이고 그들에게 식탁을 차려주는 지식인들과 언론인들에게 좋은 요리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리고 과거의 대통령들이 우리를 얼마나 많이 속여 왔는가를 안다면 우리는 다시는 속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해외 원정사 = 거짓말의 역사**

폴크 대통령은 1846년 멕시코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멕시코가 "미국 땅에 미국인의 피를 뿌리고자" 한다는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폴크와 노예 소유 귀족들이 진정으로 갈망했던 것은 멕시코 땅의 반 정도를 빼았는 일이었다.

맥킨리 대통령은 1898년 스페인의 지배를 받고 있는 쿠바인들을 해방시겠다는 거짓말로 쿠바 침공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진실은 농업기업인 유나이티드 후르트(United Fruit) 등의 미국 기업이 쿠바로 진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맥킨리는 또 필리핀인들을 "개화"시킨다는 명분으로 필리핀에서의 전쟁을 벌인다고 거짓말했다. 그러나 그 전쟁의 실제 이유는 수십만의 필리핀인들을 죽이더라도 태평양(far Pacific) 지역에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윌슨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에 개입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거짓말했다. 그러나 그 전쟁은 기실 '부상하는 강국인 미국을 위해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2차대전 당시 트루만 대통령은 히로시마가 "군사적인 목표물"이기 때문에 원자탄을 떨어뜨렸다고 거짓말했다.

<사진 2: 베트남전쟁>

베트남전에 대해서는 모든 대통령들이 거짓말을 했다. 케네디는 미국의 개입 정도에 대해, 존슨은 통킹만 사건에 대해, 닉슨은 캄보디아 비밀공습에 대해. 그들은 한결같이 전쟁이 남베트남의 공산화를 막을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실제로는 남베트남에 아시아 대륙의 가장자리에 있는 미국의 전초기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그라나다가 미국에게 위협이 된다는 거짓말로 침공을 단행했다.

아버지 부시는 거짓으로 파나마를 침공해 수천 명의 무고한 민간인들을 희생시켰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1991년 쿠웨이트를 지키기 위해 이라크를 공격한다는 거짓말을 했지만 실제로는 중동의 석유 자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미국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근거가 있나?**

미국은 우주의 중심이고, 어느 나라보다 고결하고 존경받을 만하며 우월하다는 오만한 생각은 더더욱 엄청난 거짓말이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논함에 있어 신(神)이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게 만드는 무엇을 미국에 부여했다는 신념에서 출발한다면, 대통령들이 신에게 버림받은 땅에 우리의 가치-민주주의, 자유, 그리고 빼놓지 말아야 할 기업활동의 자유-를 전파하기 위해 이 나라 저 나라에 군대를 보내고 폭격을 퍼부었다는 말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 유별나게 고결하다는 생각을 무너뜨리는 몇 가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선 우리는 '인종 청소'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은 수백만의 인디언들을 내쫓기 위해 대량 학살과 강제 소개를 저질렀다.

우리에게는 노예제와 인종차별이라는 오랜, 그리고 여전히 진행중인 역사도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폭음도 여전히 귓전에 맴돌고 있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은 그런 일을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고 우리의 도덕적 우월성으로 인해 세계를 지배할 자격이 있다는 믿음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주입했다. 공화·민주 양당 모두 그 믿음을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미국의 도덕적 우월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미국을 우리 스스로 정직하게 평가할 때, 세계의 또 다른 곳에서 우리의 힘을 과시하겠다는 또 다른 제안과 함께 따라올 거짓말들에 대해 우리 모두가 (속지 않을) 각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 인해 통치자들의 거짓말로부터 나라를 지켜내고 국가주의적 오만함을 거부함으로써 과거와는 다른 역사를 창조할 수 있게 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평화와 정의의 이름으로 세계인들과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 황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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