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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최연희 사태', 일이 영 안풀려…"

'이해찬 때리기'에 신났던 한나라, 이젠 '부메랑' 걱정

이해찬 국무총리 골프 파동이 결국 이 총리의 사퇴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이 다시 초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 의원이 잠적한 지 보름째가 된 14일 박근혜 대표는 여전히 "최 의원이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어정쩡한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공세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박근혜 "최 의원, 당에 섭섭한 감정 많은 듯"**

박근혜 대표는 이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최 의원의 거취와 관련해 "최 의원이 한나라당에 대해 상당히 섭섭한 감정이 많은 것으로 듣고 있다. 그래서 일이 영 안 풀리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최 의원의 진퇴를 가를 해법과 관련해서는 "최 의원이 판단을 잘 해서 결정할 일"이라며 본인의 결단만을 거듭 압박할 뿐이었다. 박 대표는 앞서 방일 중에도 "(의원직 사퇴 여부는)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혀 '감싸기 논란'에 휘말려 왔다.

다른 당직자들의 입장 역시 최 의원은 보름이 넘도록 종적을 감춘 채 비난의 화살은 한나라당에 집중되는 상황을 곤혹스러워하고는 있지만, 당 차원의 해법을 내놓기는 주저하는 모양새다.

허태열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최 의원이 한 때는 건강이 안 좋아 결정이 어렵다고 했고 이제는 건강은 나아진 것 같은데 동해 지역의 당원과 시민들이 궐기하다시피 하며 사퇴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으니 그 가운데서 고민하며 결단을 늦추고 있는 듯하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최 의원에게 한나라당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지만 직접 연결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며칠째 같은 상황 설명만 거듭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최 의원님, 어떤 말씀이든 간에 한 말씀만 하소서"라며 최 의원의 조속한 입장표명을 거듭 압박했다. 이 대변인은 "최 의원이 침묵하고 계신 심정은 잘 헤아리고 있지만 지속적 사죄 말씀을 드리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언론이나 국민에게 드릴 말씀이 모자란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지금 당장이야 이해찬 총리의 진퇴 논란으로 최 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상대적으로 가라앉아 있지만 이 총리 사태가 마무리될 경우 최 의원과 한나라당을 향한 비난은 배가될 것이라는 당의 전반적 우려는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던 '제명 결의안'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 총리 사표가 수리돼서 여권이 털 것을 털면 즉각 최연희 의원이 걸려 있는 한나라당에 부담이 넘어올 것"이라며 "본인이 결심을 안 할 경우 최 의원 건에 대한 해결 카드로 한나라당 의원 126명 전원의 이름으로 제명 결의안을 내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엄 본부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름으로 결의안을 내면 그 누구도 공격할 재간이 없을 테니, 여권이 이 총리를 털어낼 경우 우리도 그런 식의 정리 수순을 꿰어보고 있는 것"이라며 "여든 야든 서로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나면 지방선거 국면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민노 "성범죄자는 감싸면서 천정배 장관은 물러나라고?"**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 총리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고 판단한 듯, 최연희 의원에 대한 공격의 날을 세우며 국면 반전에 돌입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 총리 문제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잣대가 보편타당해야 하는데, 몇 가지 사례를 돌아보면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최연희 의원 사건을 꺼내들었다. 그는 "부메랑은 다시 돌아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최연희 의원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재소자 성추행 사건으로 천정배 법무부 장관까지 물러나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혼란스럽다"며 "같은 성추행 문제에서 가해자도 아닌 장관에게는 지휘책임을 물어 물러나라고 하면서 성추행 범죄자인 최 의원을 보호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공격했다.

당 '성폭력 성추행 추방대책위원회'도 "최연희 씨의 버티기와 박근혜 대표의 감싸기는 '제2의 성추행'"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들은 "이제 최 씨가 의원직을 사퇴하고 법의 처벌을 받을 차례"라며 "만약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과 최 씨에게 국민적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어주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도 "성추행범 최 의원을 사퇴시키라고 촉구하면 이 총리를 사퇴시키라고 엉뚱한 대답을 내놓던 지긋지긋한 한나라당식 동문서답도 이제 끝내야 한다"며 "총리 사퇴 문제가 가닥을 잡은 만큼 한나라당이 거울 앞에 서야 할 자기성찰의 시간이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총리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틈나는대로 장관들마다 사퇴 대상으로 삼아 왔던 한나라당은 당 공천심사위원장이자 사무총장이었던 최 의원 문제에 대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여성 의원 공동의 최 의원 사퇴촉구 결의안 제출에 박근혜 대표가 여성 의원으로서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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