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관급회담 연기 통보

한미 군사훈련 이유…적십자ㆍ장성급회담 이어 '삐걱'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반발해 3월 2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제18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4월로 연기했다.

장관급회담 북측대표인 권호웅 단장은 11일 남측대표단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회담을 4월의 적당한 날로 미루기로 했음을 통지한다"고 밝혔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책임은 남측에 있다"**

권 단장은 전화통지문에서 제18차 북남 상급회담이 열리게 돼 있는 3월 하순에 미국과 합동군사연습을 벌인다는 것을 연기의 이유로 밝혔다.

한미 양국은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을 실시할 예정으로 장관급회담 일정인 28~31일과 겹친다. 유엔사는 2000년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군사연습계획을 사전 통보해 온 관례에 따라 RSOI 연습 실시를 알리는 통지문을 10일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

권 단장은 "적대적인 전쟁연습과 평화적인 대화는 양립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를 공고히 할 데 대한 민족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가고 있는 때에 귀측이 동족을 적대시하면서 외세와 함께 도발적인 전쟁연습을 벌이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 단장은 이에 "부득이 회담을 4월의 적당한 날로 미루기로 하였음을 통지"한다며 "귀측은 올해의 첫 북남 상급회담이 파동을 겪게 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확대 해석 경계**

이에 대해 통일부는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남북이 이미 합의한 회담을 북측이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또 "북측이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이 훈련이 방어훈련이며 연례적이라는 점을 누누이 설명했는데도 불구하고 회담을 연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평은 이어 "정부는 남북 쌍방이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상호신뢰와 협력의 바탕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북측의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북측이 그동안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해 왔던 것으로 미뤄볼 때 이번 연기 통보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무기한 연기'가 아니라 '4월 개최'로 구체적인 시기를 밝혔다는 점도 정부의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장관급회담이 미뤄진 것은 4∼6차와 10차, 15차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6차례지만 이번처럼 연기 시기를 통보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유엔사가 훈련 개최 사실을 10일 공식적으로 전한 데 대해 북측이 하루 만에 회담 연기 사실을 알려와 북한 스스로 연기에 대한 확대 해석을 차단하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통일부는 북측이 연기를 요청할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RSOI연습의 시기를 장관급회담을 피해 조정할 수 있는지를 연초에 국방부에 타진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남북간의 주요 회담인 적십자회담과 장성급회담이 올해 들어 이러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끝난 와중에 장관급회담마저 삐걱대자 남북 대화 전체가 지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이에 '긴 호흡'을 강조하며 단시간 내에 성과를 거두려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