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0일 서해상의 남북 해상분계선을 백지 상태에서 논의하자는 북한의 최근 제의에 대해 "북한의 얘기가 과연 무엇인지 종합 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번(남북 장성급회담)에는 상대(북)가 좀 다른 얘기를 해 왔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이 말한 '다른 얘기'란 지난 2~3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한 대표단이 서해안 경계선의 재설정 문제를 제기하면서 처음으로 '남북 기본합의서에 의거해 논의하자'고 언급한 것을 뜻한다.
***"NLL이 휴전협정에 나와 있지 않은 건 분명"**
북측 대표단은 당시 회담에서 남측이 제기한 서해상 공동어로수역 설정 문제에 대해 '근원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면서, 자신들이 1999년 9월 일방적으로 선포했던 '조선 서해 해상군사분계선'과 이듬해 발표한 '서해5도 통항질서'를 포기하는 대신 남측도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고 백지상태에서 서해상 경계선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 장관은 북측이 이 과정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언급했으며 우리 정부 역시 과거부터 기본합의서를 중시한다고 말해왔던 만큼 북한의 제안이 무엇인지를 종합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2년 체결한 남북 기본합의서 불가침 부속합의서 3장 10조에는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 장관은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NLL 종합 검토'에 대해 "이번 검토는 NLL을 재설정해야한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게 아니다"면서 "NLL 종합 검토라는 말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지만 북한의 제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NLL이 우리가 가진 기본 선이란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NLL이 휴전협정에 나와 있지 않은 건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NLL은 해상분계선이라는 통일부 입장은 변함없다. 다만 기본합의서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는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성·금강산 관광은 현대아산 주도 하에 원하는 기업과 협력해서"**
그는 이달 28일 평양에서 열리는 장관급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이냐는 질문에 "NLL 문제는 군사적인 문제이고 우리의 검토가 어느 정도 이뤄지냐에 따라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내부적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그래서 이번에 가서 어떤 안을 내놓는다는 건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NLL 문제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논의를 만들지는 다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되물으며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장관은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와 관련해 "독일 방식은 아니지만 창조적 발상을 해 보겠다"며 "하지만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국민들에게 보고하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말한 '독일 방식'은 동독의 정치범과 반체제 인사 및 납치자들을 서독 정부가 종교기관을 통해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며 데려온 것을 뜻한다.
그는 개성 및 백두산관광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사업자가 북과 맺은 약속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하지만 현대아산 혼자는 벅찬 만큼 주도적으로 여러 기업과 협력체를 구성해 하고자 하는 사업을 잘 했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