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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성폭력 가해자가 정신병원에 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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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구치소 성폭력 가해자가 정신병원에 입원?

"사건 은폐 시도"…성폭력 피해자 3명 더 있어

서울구치소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인 분류심사실 직원 이 모(57) 씨가 성추행 사건을 저지른 지난 1일 정신병원에 입원해 7일 현재까지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살을 기도한 김 모(35) 씨 외에도 이 씨에 의해 성추행을 당한 여성 재소자가 3명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당일 가해자, 정신병원 입원…"사건은폐 시도일 것"**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실시한 한나라당 정인봉 인권위원장은 7일 브리핑에서 "재소자 김 씨가 성추행을 당한 뒤 여직원에게 피해를 호소했으나 구치소는 별 조치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건 당일 오후에 멀쩡히 근무하던 가해 직원 이 씨를 의왕시 소재 모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며 "이는 사고를 보고받은 즉시 은폐하기로 결정하고 모의해 실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이 씨는 정신병원에 있으면서 15일 재소자 측에 25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를 모색했고 구치소는 그 뒤에야 이 씨를 직위해제했는데 이 씨는 현재까지 입원 중"이라며 "구치소 측은 합의를 모색하도록 해 놓고 직위해제라는 온건한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은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한 "김 씨가 사건 이후에도 계속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다가 6일 오후 모친을 면회하며 성추행 사건을 토로했다"며 "서울구치소 측은 6일 오전에 성추행 사실을 법무부와 서울지방교정청에 보고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후에 보고했으면서도 김 씨의 면회내용을 알고 날짜를 소급해 보고한 것처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계절성 우울증'…"성폭력 책임 피해갈 수 없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해자 이 씨가 '계절성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과거 치료경력도 있으나 현재 입원한 병원의 진단 결과 2월 1일 현재 가해자가 과거의 정신병력을 일으킬 증세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는 "그의 정신병력은 치료가능한 계절성 우울증이기 때문에 교도관 업무 수행 자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정신병력을 들어 성추행의 책임을 회피할 수도 없다"도 못박았다.

인권위는 "사건 당일 성추행 피해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오히려 가해자 이모 교도관을 우울증 지병을 이유로 신속히 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이번 사건을 축소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성추행 피해자 더 있어**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구치소 직원인 이 씨는 애초 '손만 잡았다'는 주장과 달리 밀폐된 분류심사실에서 김 씨를 껴안고 관복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주무르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의 정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 씨 외에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던 박모 씨, 황모 씨, 또다른 김모 씨 등 다른 피해자들도 분류심사 도중 같은 양태의 성추행을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 씨의 행위가 상습적이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외에도 다수의 피해자들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 피해자 김 씨는 2월 1일 성추행을 당한 뒤 받은 병원의 심리검사 결과에서도 '급성 스트레스 장애, 의사우울장애'의 병명으로 강한 피해의식, 자살상념, 감정의 통제력 저하, 분노심 등을 보인다는 의사소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피해자 김 씨는 성추행의 결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으며, 이러한 고통 속에서 자살 기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구치소·교정청, 사건 축소·왜곡…19일 자살 기도 불러**

이번 성추행 사건에 대한 서울구치소의 대응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구치소는 결국 6일 가족들이 김 씨로부터 성추행 사실을 듣고 구치소 측에 항의한 뒤에야 법무부와 서울지방교정청에 사건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고에서도 구치소는 '직접적인 신체접촉은 없었고 김 씨도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하는 등 사건을 축소, 왜곡했다.

서울구치소의 보고를 받은 서울지방교정청의 조사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정청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이 사건의 조사를 실시하면서, 피해자 김 씨의 과거 범죄전력, 경제능력, 정신병력 여부, 별거여부 등 성추행 사실과는 무관한 사실만을 조사해 보고했다. 인권위는 " 이 조사는 (피해자에게) 2차 정신적 피해를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교정청은 19일 피해자의 자살 기도 이후 23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도 자실 기도의 원인을 '요실금, 가정환경, 개인 신병 비관' 등으로 왜곡하고 피해자가 성추행 후유증으로 인해 정신과 진료를 받는 등의 기본적인 사실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강자 차별시정위원장은 "만약 구치소나 교정청에서 이 사건을 인지하자마자 제대로 대처만 했더라면 19일 자살기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동료를 보호하려는 어설픈 인정주의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며 구치소와 교정청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다"**

인권위 김만흠 인권위원은 "구치소나 교정청 내에 훈련이나 교육 등의 기준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접근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축소, 왜곡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치소나 교정청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무시했다기보다는 심각성에 대한 감수성 자체가 부족했으며, 이것이 이러한 사태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최영애 상임위원장는 "이 피해 여성을 높이 평가한다"며 "가해자 이 씨에게 같은 성폭력 피해를 당했던 다른 여성들은 거의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으나 이 여성은 바로 여성 교도관에게 이야기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며, 교정청에서도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소자와 교도관이라는 절대적인 권력관계 속에서도 피해 여성이 끝까지 문제제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 전국 5개 여성 수용시설 방문조사하기로**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가해자 이 씨를 형법 125조(폭행·가혹행위), 형법 301조(강제추행치상죄) 등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검찰총장에게 고발조치하기로 결정했다.

또 법무부장관에게 서울구치소장과 서울지방교정청장 및 담당 조사반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79조 상의 징계를 권고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여성 교도관 확충, 성희롱 고충처리 절차 제공 등 여성 수용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원회는 교정시설 내의 여성 수용자에 대한 성희롱 등 전반적인 인권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수원구치소 등 전국 5개 교정시설을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위는 전국 여성수용자 교정시설 중에서 각 지역별로 수용인원이 많은 시설 5개소(수원구치소, 청주여자교도소, 대구교도소, 부산구치소 등)를 상대로 국가인권위 여성조사관을 중심으로 성폭력 상담 전문가 등이 결합된 3개 팀을 구성해 방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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