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를 내전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아스카리야 사원 폭파 사고가 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누가, 왜 이 사원을 폭파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 과도정부는 이라크 북부 사마라에 있는 이 사원에 대한 공격이 시아파를 자극해 종파간 내전을 유도하려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추종자들이나 알카에다 세력의 소행으로 규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폭파 사고가 났던 지난 22일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의 무력 충돌로 1300여 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폭파범들이 이라크의 내전을 유도하려 했다는 미국의 평가는 틀리지 않아 보인다.
***테러조직이나 수니파의 폭탄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아스카리야 사원의 황금돔에는 수많은 신도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참배를 오고, 이라크 내무부에서 파견한 보안대 수십 명이 수시로 순찰을 돌기 때문에 폭파범들이 그곳에 침투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폭탄 설치 작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후세인 추종자들이나 알카에다 요원들을 폭파범으로 지목한 미국의 판단에는 의문이 많다.
돔 안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어서 최소 12시간 이상 걸렸을 것이라는 자셈 모하메드 자파르 이라크 건설부 장관의 말은 그같은 궁금증에 기름을 부었다. 아스카리야 파괴 현장을 직접 보고 자파르 장관은 "폭파범들은 사원의 중심 기둥 네 곳에 구멍을 뚫어 폭탄을 설치했다"며 구멍을 하나 만드는 데 최소한 4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문제 전문 언론인인 피라스 알-아트라크치는 이집트 영자지 〈알 아흐람 위클리〉 25일자 기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폭파범들이 사원 내부를 오랫동안 활보하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트라크치에 따르면 폭파 사고에 대한 최초 보도에서는 폭파범이 네 명이었고, 그중 한 명은 이라크 내무부 산하 특공대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폭탄 설치 작업을 위해 5명의 보안대를 인질로 잡았고, 폭파 후 도주했다고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보도에서는 그와 달리 특공대 복장을 한 10명의 폭파범들이 모두 체포됐다고 전해졌다.
평소 아스카리야 사원은 시아파들에게 특히 중요한 곳이라는 이유로 35명의 내무부 보안대가 보호를 하고 있었다.
아트라크치는 ▲평소 35명이던 보안대 숫자가 5명으로 줄었고 ▲최소 12시간 걸린 것으로 보이는 폭탄 설치 시간 동안 5명의 보안대가 인질로 잡혔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으며 ▲폭탄을 설치하는 시간 동안 저녁 예배가 있었을 텐데 신도들이 늘 가던 황금돔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을 수상히 여기지 않았을까 하는 점 등이 석연찮다고 말했다.
***"미군들, 폭파 전날 사원 통행금지시켰다" 증언도**
이 사실을 취재하던 〈알 아라비야〉 방송의 기자 3명이 24일 변사체로 발견된 후 의혹은 증폭됐다.
이라크 상황을 전하는 독립 매체와 블로그들에 따르면 〈알 아라비야〉의 여기자인 바자트는 폭파가 있기 전날 밤 미군과 이라크군들이 아스카리야 사원으로의 출입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현지인들의 증언을 취재하던 와중에 사라져 끝내 동료 2명과 함께 주검으로 돌아왔다.
아트라크치는 이같은 의혹들이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폭파를 주도한 세력은 이라크를 분열시키고 종파별 갈등을 부추겨 내전을 일으키려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자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의 말이 주목 받고 있다며 폭파를 둘러싼 음모가 있음을 내비쳤다.
아트라크치는 특히 아스크라야 사원이 시아파들의 성지이긴 하지만 수니파들이 한번도 파괴 시도를 하지 않았고, 사마라에 시아파보다 훨씬 많은 신도가 살고 있는 수니파 역시 이 사원을 양 종파의 우정의 상징으로 여기며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수니파에 의한 소행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 이슬람 지도자들 "미국과 이스라엘 소행"**
이같은 의혹 속에서 강경 이슬람 지도자들은 폭파 사건의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사고 직후 있었던 대규모 군중 연설에서 "미군과 다국적군이 사원에 침투해 폭탄을 설치했다"며 "패배한 시오니스트들과 점령자들이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고 23일 〈AP〉 통신이 보도했다.
일부 무슬림 지도자들과 레바논의 이슬람 단체인 헤즈볼라도 미국의 소행임을 강조했다. 수니파 학자들의 지도자인 샤이크 유세프 알 카라다위는 "우리는 이라크 수니파들이 그런 짓을 했다고 상상할 수 없다"며 "그런 일로 이익을 볼 사람들은 미국의 점령자들과 시오니스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강경 시아파 지도자인 알 사드르도 미국이나 이라크 정부가 폭파범이라면서 미군을 즉각 철수하거나 철수 시간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누가 사원을 폭파했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추정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이라크 새 정부 구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종파간 각축과,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미국의 간섭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이란과 가까운 시아파 세력이 새 정부의 주도권을 잡게 된 상황을 막아보고자 친미 인사인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를 차기 총리로 세우려는 노력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에 따라 시아파가 이끄는 이라크 내무부를 압박해 치안 병력이 그들의 통제에서 벗어나도록 애쓰고 있고, 시아파들이 고문실과 암살부대를 운영하고 있다는 등의 사실을 언론에 흘리며 시아파 무력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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