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춤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대한민국이 선진화의 길로 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직을 사퇴하고 정치권을 떠났던,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세일교수가지난 1년 동안 고민했던 문제들을 정리해,〈대한민국 선진화 전략〉이라는 책을 내 놓았습니다.
특히 박교수가 선진화 전략의 이념으로 제시한 공동체 자유주의는지난해 출범한 뉴라이트 세력의 이론적 토대가 되고 있어서,우리사회의 대표적 논객 중의 한 사람인 박세일 교수와 뉴라이트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쏠려 있는데요.
집중인터뷰 오늘은,박세일교수가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으로 제시한,"공동체 자유주의"란 무엇이고,과연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결합은 가능한 일인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세일교수와 함께 합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세일교수입니다.
박세일교수는,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미국 코넬대학에서 경제발전론, 법경제학, 노동경제학 등을 전공했습니다.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강의하다,지난 문민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정책기획수석과, 사회복지수석을 역임했고,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을 맡았지만,행정수도이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회의원직을 사퇴했습니다.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박인규: 박세일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박세일 교수: 네. 안녕하세요.
박인규: 벌써 지난해 3월이었죠? 행정수도이전법이 통과하자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을 사퇴하시고 위원장직도 내 놓으셨는데 우선 1년이 가까이 오는데 제가 뵙기에 그 당시 텔레비전에서 보던 모습보다 훨씬 더 젊어지신 거 같습니다?
박세일 교수: (웃음)네. 감사합니다.
박인규: 지난 1년 가까이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박세일 교수: 일단은 국회를 떠나서 한동안 제가 좀 시골에 가서 있었어요. 그리고 가을부터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가을 학기부터는 강의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제가 오늘 논의할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 그 책을 가을 학기 때부터 제가 쓰기 시작했습니다.
박인규: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이라는 책의 출판기념회가 오늘이라고 말씀 들었습니다?
박세일 교수: 네. 오늘 오후에 있습니다.
박인규: 축하 드리고요.
박세일 교수: 네. 고맙습니다.
박인규: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이라는 책을 써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으셨을 때는 나름대로 깊은 뜻이 있으시리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박세일 교수: 네. 우리 사회가 최근에 수년간 너무 과거와의 전쟁이 과도한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제가 강하게 느꼈고요. 지나간 일에 대해서 잘못되고 잘된 것을 우리가 정리하고 과거의 좋은 것들을 배워나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너무 그것에 몰입이 되어서 과거와의 전쟁이 너무 과도하다..그리고 미래에 대한 담론은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닌가..우리사회가..우리가 앞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고 어떻게 국가를 발전시킬 것이냐..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너무 없다..즉 그런 배경하에서 저는 우리나라가 솔직하게 후진국에서 중진국까지 굉장히 빨리 성장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정황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지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나름대로의 위기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좀더 적극적으로 다뤄봐야겠다..하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박인규: '지금 대한민국이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덫에 빠져 있다, 그리고 15년 안에 선진화를 이룩하지 못한다면 영원한 후진국으로 추락할 것이다' 이런 예측을 하셨는데요? 굳이 15년이라고 못을 박으신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십니까?
박세일 교수: 네.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지금부터 11년 후가 되면 우리나라가 소위 생산가능인구라는 것이 있습니다. 15세부터 64세까지요. 생산가능인구가 11년 후부터는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5년 후가 되면 우리나라의 총인구가 줄어듭니다. 절대적인 수준이 줄어들기 시작한다..거기다가 15년 안에 중국은 지금 소강사회..소위 그 사람들이 말하는 소강사회인데요. 중진국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그때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해 있지 않으면 중국과 우리와의 관계도 그렇고 지금 내부적인 이런 고령화 추세도 그렇고 선진화의 기회를 잃게 되지 않겠느냐..그런 주장이 되겠습니다.
박인규: 좀 전에 박교수께서 지금 우리사회가 과거와의 전쟁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고, 미래에 대한 담론이 부족하다..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요즘을 돌아보면 예를 들면 도시서민이라든가, 중소기업이라든가, 노동자분들이라든가..이런 분들은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다..그러다 보니까 선진화가 밥 먹여 주는 것이냐? 심하게 얘기하면..그래서 도대체 선진화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선진화가 일반서민들에게 이것이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란 이런 것이다..그런 개념규정이라고 할까요?
박세일 교수: 그렇죠. 선진화라는 것은 쉽게 얘기하면 우리가 명실공히 선진국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한50년 전에 굉장히 어려운 후진국에서 지난 반 세기 동안에 우리가 중진국까지는 왔는데 선진화라는 명실공히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그 내용이 무엇인가 하면, 몇 가지를 우리가 정리해 보면 적어도 경제적으로 보면 제가 보기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대로는 들어가야 한다..그래서 그 정도 수준에서 비교적 잘 사는 사회가 되는 것이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되는 것이고요. 정치적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익이 확실하게 보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려면 법치주의가 확실히 성립이 되어야 하고요. 두 번째는 국가 정책이 단기적인 어떤 포퓰리즘 같은 것에 빠지지 않고 국가의 발전,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정책이 제대로 세워지고 집행되는 그런 것이 제대로 된 선진적 정치이고요. 또 사회적으로 보면 이것이 선진국이 된다고 할 때는 사회적인 공동체가 우선 따뜻하고 건강한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웃 나눔과 이웃 사랑을 기반으로 한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하는 것이 제가 볼 때는 선진국의 중요한 과제이고요.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대한민국을 우리 이웃의 나라들이 정말 신뢰하고, 존경하고, 좋아하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웃과 이웃 나라들 간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신뢰 받고, 존경 받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런 것이 우리가 선진국이 되는 길이 아니냐..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지금 선진화의 목표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아무래도 기존의 선진국이 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되려 한다고 하면 여러 가지 모델이 있지 않습니까? 영미형이라는 말도 쓰고요. 라인형, 일본형, 유럽형 이렇게도 말씀도 하는데요. 박교수께서는 우리의 선진화의 모델을 어떻게 잡으시고 계신가요?
박세일 교수: 저는 우리나라의 선진화는 각 나라마다 자기의 문화와 역사와 전통이 있습니다. 또 국민들의 기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꿈이 있기 때문에 결국 한국 모델이 될 것이다. 한국 나름의 선진화 모델이 될 것이다..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미국식 모델과 유럽식 모델의 중간 정도가 아니겠는가..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공동체적인 의식도 굉장히 많고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상도 많고 동시에 개개인의 어떤 역동성이 대단히 또 미국에서 얘기하는 시장적인 논리도 상당 부분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중간모델로서 한국 나름의 자기 모델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는가..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지금 한국 나름의 고유한 모델을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번 저서에서 말씀하신 '공동체 자유주의'라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공동체 자유주의'라는 것이 어떤 겁니까?
박세일 교수: 그렇습니다. 제가 한국적 모델이라고 그럴 때는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한 모델이면서도 동시에 세계의 인류 발전에 보편적인 원칙과 원리를 수용한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인류의 역사를 지난 한 250년간을 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엄청난 부의 증진, 발전이 있었습니다. 과거에 대비해 볼 때..지난 250년간의 인류의 물질적인 풍요, 정신적인 어떤 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보편적인 원리로서 자유주의에 있습니다. 경제적, 사상적 자유의 확대, 그래서 인류의 발전 경험을 돌이켜 볼 때 21세기의 국가 발전, 또 개인의 완성과 국가 발전을 위해서 우리가 중요한 발전 원리는 자유주의에 기초할 수 밖에 없다..그래서 저는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그러나 공동체는 그 나라마다 문화와 역사의 영향을 받는 공동체적인 연대와 사랑과 가치가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을 조화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제가 볼 때는 '공동체 자유주의'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조금 전에도 말씀하신 것 중에 어떤 미국적, 아니면 서양적 시장과 한국 고유의 공동체를 조화를 시킨다..또 다른 자리에서는 합리적 진보 또는 개혁적 보수가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얼핏 생각하면요. 시장이라는 것은 어떤 합리성, 계산 위주고 공동체라는 것은 인정이라고 할까요? 어떤 사람들간의 의리라고 할까요? 이런 것으로 뭉쳐지는 관계인데요. 시장과 공동체가 어떤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또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말하자면 조화를 이루기 보다는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이런 의문도 나올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박세일 교수: 그것은 아마 이렇게 봐야 할 것입니다. 개인이 인간이라는 것이 인간은 생명 그 자체가 자유이기 때문에 인간의 자기 발전 원리는 자유가 기본이 되는데 그러나 인간은 동시에 관계적인 존재입니다.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생래적으로 존재론적으로 볼 때 공동체적인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기의 생명의 자유가 또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저는 구조적으로 존재론적으로 자유와 공동체는 같이 갈 수 밖에 없다..이렇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두 가지가 같이 갈 때에 시장도 발전하고 공동체도 발전하고 개인도 완성될 수 있고 공동체도 발전 할 수 있다..이렇게 생각합니다. "개혁과 보수가 앞으로 어떻게 손을 잡을 것이냐?"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지금 개혁과 보수는 혹은 또 진보와 보수는 제가 보기에는 자기 정리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진보 진영에도 여러 가지 시대에 맞지 않는 사고들이 많습니다. 구진보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것을 거둬내야 합니다. 또 우리나라에 보수진영에도 구보수의 낡은 사고나 관행이 많습니다. 이것을 거둬내서 21세기에 맞는 소위 세계화나 정보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진보와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신보수와 신진보가 되겠는데요. 그렇게 되면 이 두 그룹이 결국은 어디로 되는가 하면, 이념논쟁이 아니라 이념경쟁에서 정책경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래서 정책경쟁의 단계로 국가발전의 단계로 비전과 경쟁의 단계로 되면 제가 보기에는 정책에서 진보와 보수간의 수렴현상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무언가 어떤 공통의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박세일 교수: 그렇죠. 공통의 기반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1세기라는 조건하에서 국가발전원리는 크게 다양할 수 없습니다. 몇 가지 기본 원리가 있기 때문에 그 쪽으로 진보와 보수의 합리적인 주장들도 수렴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때부터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적 경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제가 같이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박인규: 아무래도 박교수께서 서 계신 자리가 좀더 보수 쪽에 가깝기 때문에 작년부터 상당히 활발해지고 있는 뉴라이트와 무언가 관련이랄까요? 뜻이 같지 않을까? 이렇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어떻습니까? 현실적으로 뉴라이트 운동을 하시는 분들과는 관계가 있으십니까?
박세일 교수: 조직적으로는 제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곳에 관계하는 분들이 가까운 친구도 있고 후배 교수들도 있고 해서요. 개인적으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생각들을 하고 어떤 노력을 하려고 하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앞으로 때가 되면 같이 일을 하실 수도 있겠네요?
박세일 교수: 제가 보기에는 물론 같이 협조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제가 도와야겠죠. 그리고 뉴라이트가 좀더 제가 보기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는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제가 하는 것이 옳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현재까지의 뉴라이트의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세일 교수: 현재까지의 뉴라이트 활동은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잘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올드라이트와 뉴라이트의 차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확실하게 좀더 자기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한 단계 더 나아가서 21세기에 국가발전이나 미래 비전을 뉴라이트가 좀더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제시해야겠다..그런 면에 대한 노력을 좀더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이런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박교수께서는 청와대에서도 상당히 깊이 있는 정책 활동을 하셨고요. 또 한나라당에서도 어떤 정치인으로서 활동을 해 오셨는데 어떻습니까? 지금 박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공동체 자유주의의 이념을 한나라당이 구현하기에는 어렵다고 보시는 겁니까?
박세일 교수: 제가 보기에는 지금 우리나라가 나아갈 시대적 과제, 국가 목표가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선진화라고 이렇게 할 때 선진화가 되려면 선진화의 주체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과거 산업화에는 산업화의 주체가 있었고 민주화 시대 때에도 민주화의 주체가 있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아직 선진화의 주체가 우리나라에는 없습니다. 저는 그것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의미에서는 지금 여당이나, 야당이나 선진화의 주체가 아직 되지 못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이번에 책을 쓰시면서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5대 반(反)선진화 사상이 있다..하시면서 수정주의, 혹은 신좌파적 역사관, 결과 평등주의, 집단주의, 반(反)법치주의, 포퓰리즘을 말씀하셨는데요. 그 중에 앞에 드신 것이 수정주의 내지는 신좌파적 역사관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떻습니까? 지금 여당도 그런 역사관에 많이 물들어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박세일 교수: 저는 우리사회에 분명히 이런 역사관이 있습니다. 신좌파적 역사관이라고 하면 결국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어떤 민중과 외세의 갈등의 역사로 혹은 국내적으로는 가진 자와 안 가진 자의 대립의 역사를 역사로 보는 것이 좌파적 역사관이고 그것에 기초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본적으로 부정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당성 자체에 대해서 상당히 거부하고 대한민국은 정말 친일파나 민족분열자가 세운 나라다..식의 주장이 소위 신좌파적 역사관인데요. 신좌파적 역사관이 존재하는 한 선진화는 저는 어렵다..이렇게 생각을 하는 겁니다. 과거에 대해서 자기 부정을 하는 사람이 미래에 대해서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기에는 대단히 어렵다..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역사관이 우리사회의 일각에 분명히 있고 이런 주장들을 하는 것은 빨리 우리가 고쳐나가야 한다..그렇지 않고서는 선진화의 진입이 어렵지 않겠는가..가 저의 주장이었습니다.
박인규: 지금부터는 현실정치에 관한 말씀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조금 전에 박교수께서 여, 야가 선진화를 주도하기에는 좀 부족한 거 같다..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아무리 선진화 전략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도를 할 세력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지금 현재의 여, 야가 그것에 좀 못 미치는 것 같다..라고 보실 때는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으실 거 같은데요. 여, 야를 나눠서 설명을 해 주시죠?
박세일 교수: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진화가 성공을 하려면 선진화를 목표로 하는 정당이 나와야 합니다. 그것은 대단히 이념성이 뚜렷해야 하고 가치지향적이어야 하고요. 그 다음에 비전과 정책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선진화라는 비전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이어야 하고 그것을 위한 조직적인 노력이 정당활동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여, 야 모두 그런 면에서는 대단히 부족한 것이 지금 우리 정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상당히 지역정당적인 성격들도 많고 가치 정당이라기 보다는 이익정당이고 그리고 후보중심적인 개인정당적인 성격이 많지, 이념과 어떤 비전 중심의 정당적인 것이 대단히 약하다..이런 상황 속에서는 예를 들어서 지금까지 정권을 잡는다든가, 선거에서 이긴다는 것도 어떤 지역적인 연대를 통해서 정권을 잡는다든가 하는 목표였지..어떤 각 정책적인 연대를 통해서 한다던가 하는 부분은 대단히 약했던 것이 우리의 정당사란 말이죠. 그럼 아직도 그런 잘못된 관행이나 사고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제가 이제 여, 야가 이대로 선진화 정당이 되기 어렵다..라는 것은 앞으로 여, 야가 자기 정체성을 다시 이념적인 정체성, 비전 위주의 정체성, 정책적인 정체성을 다시 잡는 내부 개혁이 상당히 있어야 할 것이다..그렇게 되고 이분들이 이제 새로운 정당으로 뚜렷하게 등장하는 것을 저는 대단히 기대하고 있다..이런 뜻이 되겠습니다.
박인규: 총론적으로 말씀을 해주셨지만 어쨌든 지난 3년간은 노무현 참여정부가 끌어 왔기 때문에 25일이면 만 3년이 됩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봤을 때에 어떻게 평가를 하시는지요?
박세일 교수: 노무현 정부가 제기했던 여러 가지 시대적 문제 제기는 저는 상당히 옳은 것이 많았다고 생각 합니다. 그 동안에 어떤 고도 성장을 하고 그 동안에 우리가 바쁘게 살아 오면서 그 동안에 우리가 덜 돌봤던 문제를, 숨겨져 있던 문제를 또 축적된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 같은 것을 일단 드러내서 이것을 문제를 삼겠다고 한 것은 대단히 저는 바람직한 것이 많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것을 푸는 방식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푸는 방식을 두 가지에서 저는 문제를 느끼는데요. 하나는 많은 우리사회가 필요로 한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을 개혁이 저는 자유주의적 개혁을 기초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평등주의적 개혁으로 문제를 풀려고 했던 것이 첫째 문제이다..그리고 두 번째는 푸는 방식이 대단히 국민 통합적인 방식이라기 보다는 국민 분열적인 방식이었다..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비민주적이었습니다. 전문가의 참여라든가, 이해 당사자의 충분한 참여보다는 이것을 국민을 둘로 나눠서 서로 편을 가르는 식의 접근 방법이었기 때문에 통합적인 해결이 되지 않았다..이런 것에서 도리어 문제가 있지 않았나..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올해 들어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양극화 해소가 가장 중요한 우리 사회의 과제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방안도 내 놓으셨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박세일 교수: 이 문제는 풀어야 하는데 양극화 문제를 소득 분배의 격차가 있다..소득 분배가 악화되고 있다..라는 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저는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지금 문제는 새로운 빈곤층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을 신빈곤층의 문제로 볼 것인가, 양극화의 문제로 볼 것인가에 따라서 해결 방식이 달라집니다. 양극화 문제로 보면 자칫 잘못하면 빈부 격차가 악화되니까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받아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평등주의 내지는 평균주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많은데 이것은 굉장히 잘못된 접근입니다. 지금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지는 문제, 퇴출되는 기업이 많고 그곳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실업을 당하는 이런 문제는 첫째로 이것을 빈곤층의 문제로 접근하면 어떻게 우리 경제를 활성화 시킬 것이냐..어떻게 하면 투자를 더 촉진시킬 것이냐..그리고 그 구조조정 과정을 좀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양질의 인력을 재교육시키고 다시 공급하는..이런 식의 문제 접근이 먼저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양극화라는 식으로 대립적으로 끌고 가면 앞에서 성공한 기업 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런 식의 잘못된 인상을 주고 그 결과가 평균주의적인 방향으로 나가려면 하향평등화로 갈 가능성이 많고 많은 나라가 이 세계화 과정 속에서 빈곤의 문제가 심각하게 되는 나라가 있지만 양극화라고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박인규: 성장 동력을 더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박세일 교수: 그렇죠. 발전 동력을 더 키우고 그것이 왜 뒤떨어지느냐에 우리가 관심을 갖고, 왜 투자가 자꾸만 떨어지고 있느냐..이것을 어떻게 올릴 것이냐..이런 식의 접근 방법을 기본으로 하면서 우리가 이 빈곤의 문제를 해결해야지..이것을 빈부 격차의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결론이고 문제 설정도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하시는 겁니까?
박세일 교수: 여전히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볼 때는 이것이 아마 우리나라의 최근에 최대의 정책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작 자체가 이것은 특정 지역에 정치적 득표를 위해서 또 본인들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이번 선거에서 재미 봤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시작된 겁니다. 포퓰리즘은 국민의 인기를 얻는 방법을 통해서 정파적 이익을 추구하고 국가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이 포퓰리즘 아니겠습니까? 대표적인 예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이것은 처음도 잘못됐고, 지금도 잘못됐고, 앞으로도 이것은 수정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이전에 말씀하시면서 기존의 여, 야 모든 정당들이 지역정당이고, 이익정당이고, 개인 중심이고, 무언가 그것에 벗어나서 이념과 가치를 옹호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갑자기 되기는 사실 어렵지 않습니까?
박세일 교수: 물론 갑자기 되기는 어렵지만 그런 방향으로 우리가 방향을 확실히 세워놓고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 때는 문제를 지적하고 고쳐 나가야겠죠. 그러나 그런 방향으로 예를 들어서 포퓰리즘이라는 것이 인기주의가 정치적으로 불가피하다고 하면 그 나라는 자유민주주의가 실패합니다. 포퓰리즘은 항상 소위 요즘 민주화 이후에 나타납니다. 민주화에 성공한 사회에 초기에 포퓰리즘이 나타나는데 이런 것을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는 항상 실패하고 라틴아메리카에서 우리는 그런 예를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국가균형발전이라든가 수도에 인구집중 완화를 위한 별도의 정책이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수도를 또 행정부를 쪼개서 균형, 발전하는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에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것은 아주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인규: 약간은 가정법에 의한 질문이지만 좀더 가치지향적이고 나름대로 목표가 분명한 정당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당에 들어가서 일을 하시는 것 보다 무언가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이 더 빠르다고 보시는 겁니까?
박세일 교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 야가 우리사회에 선진화 방향으로 여, 야가 자기들의 내부 개혁을 하는 것이 상당히 시급하다..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여당과 야당이 하루 이틀에 생긴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의 역사성이 있기 때문에 이분들이 크게 대오각성해서 여, 야가 새로 미래지향적인 담론을 중심으로 해서 자기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들의 이념과 정책을 정리하고 그리고 인기주의적인 정책을 버리고 정말 과거의 기득권도 버리고 과거의 20세기적 구진보의 사고도 버리고 여, 야가 이런 자기 개혁을 통해서 선진적인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제가 간곡하게 기대하는 것입니다.
박인규: 개인적인 거취에 관해서 여쭤보겠습니다. 반(反)열린우리당이고 비(非)한나라당 노선이면서 시민사회운동을 하겠다..〈한반도 선진화 그룹〉이라는 곳에서 박세일 교수를 서울시장 시민후보로 추대할지도 모른다.. 그런 보도가 있었는데요. 혹시 그런 제의가 있다거나 하시면 서울시장 같은 것에 도전하실..아니면 한나라당에서 공천한다든가 한다면 도전하실 용의가 있으십니까?
박세일 교수: 네. 지금은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서울시장감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굉장히 큰 우리나라의 수도를 경영하고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전문성과 경륜과 경험이 필요하고 저는 그런 인물이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자신은 여러 면에서 대단히 부족해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이라는 어떤 좌표를 제시하셨습니다. 어떤 지식인으로서도 집필하셨겠지만 책임을 지셔야 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나는 어떤 활동을 해 나가겠다..라는 말씀을 마무리로 부탁 드리겠습니다.
박세일 교수: 글쎄요. 우리나라가 선진화가 가까운 15년 안에 우리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국가 목표이고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그리고 수 백년 간 우리가 열심히 살아와서 이제 정말 선진국이 눈 앞에 있는데 이것을 못하면 아마 엄청난 한이 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에, 민족에..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선진화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국민운동, 필요하다면 선진화 정책을 연구하는 정책운동 등등 여러 가지로 우리가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그런 과정 속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 이 시대에 은혜를 갚는 것인가..이것을 지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해서 계속 지적으로나 운동적으로나 많이 기여해 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 드립니다.
박세일 교수: 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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