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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보다도 일이 생겼다는게 기쁩니다"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02/17] '서오릉 관람 지도위원' 된 전직 경찰서장 권성기씨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9.1%인 440만 명에 이릅니다. 이제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이 곧 노인복지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만, 일자리는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일흔이 넘은 연세에 무언가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분들을 보면, 대단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요. 오늘 만나볼 권성기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재청이 7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궁, 능 관람안내 지도위원〉을 모집해서 최종 합격자 10명을 발표했는데, 일흔네살의 권성기씨가 당당히 합격을 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앞으로 서오릉 관람안내 지도위원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될 권성기씨와 함께, 일흔넷에 새로운 직장에 도전하게 된 계기와, 우리 사회, 고령자들이 원하는 노인 정책은 어떤 것인가.. 들어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오릉 관람안내 지도위원, 권성기씨입니다. 권성기씨는 37년간 경찰로 일하면서, 종로경찰서, 서울시경찰국, 경찰청 등을 두루 거쳤습니다. 지난 89년 부산 영도경찰서장을 끝으로 정년 퇴임 했고, 그 후 3년 동안 경찰공제회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15일, 문화재청이 7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궁, 능 관람안내 지도위원을 선발하는데 최종 합격했습니다. 슬하에는 2남 2녀가 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권성기 : 감사합니다. 불러주셔서요.

박인규 : 우선 축하를 드리고요. 권성기 지도위원님..

권성기 : 감사합니다. 아직 정식으로 발령을 못 받아서요.

박인규 : 아직 못 받으셨군요? 언제 출근하시죠?

권성기 : 지금 3월 1일부터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직 정식으로 명령을 받은 바는 없습니다.

박인규 : 제가 가불해서 지도위원님으로 부르겠습니다.

권성기 : 감사합니다.(웃음)

박인규 : 74세가 되셔서 다시 새로운 직장을 갖게 되신 기분이 어떠십니까?

권성기 : 정말 이상합니다. 지금..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괜히 좋고..오늘 발령은 받지 못했습니다만, 합격통지를 받은 이 후 계속 마음이 흥분상태가 되어서요. 가족들도 그렇고요. 집에도 웃음이 가득합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하시면서도 흥분되신 거 같네요?

권성기 : 네. 사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아닙니까? 젊은 사람들도 취직하기 힘든데 지금처럼 해 주셔서 더 영광스럽죠.

박인규 : 경찰공제회 이사로 말하자면 직장을 떠나신 것이 언제입니까?

권성기 : 그 때가 94년도입니다. 봉급 생활 44년을 했는데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그야말로 새로운 인생을 사시게 됐네요.

권성기 : 맞습니다. 감사 합니다.

박인규 : 문화재청에서 고궁과 왕의 능의 관람안내를 지도하는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하시는 거 같은데요? 이런 분들을 모집한다는 것은 언제 아셨습니까?

권성기 : 신문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왔구나..한 번 해보자..이와 같은 솟구친 생각이 들어서요.

박인규 : 그런데 이 일이 자격이 있나요? 나이가 많아야 합니까?

권성기 : 자격은 70세 이상 무직 남, 녀가 해당자입니다.

박인규 : 학력은 자격 조건에 없고요?

권성기 : 출신과 학력은 전혀 관계가 없고요. 단지 건강, 그리고 할 수 있는 능력을 본인이 판단해서 지원하게 되어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열 분을 뽑으셨다고 하는데 지원하신 분은 104명이라고 들었습니다?

권성기 : 지금 제가 알기로는 5명은 3월 1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게 되어 있고, 나머지 5분은 후보로 계시다가 만약 결원이 생기면 충원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20대 1이네요?

권성기 : 네. 그렇습니다. 어려웠습니다.

박인규 : 시험은 어떻게 봤습니까?

권성기 : 시험은 별도로 공부할 것도 없고요. 첫째 인품과 또 평소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신 이것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박인규 : 일단 말하자면 필기시험은 없고요?

권성기 : 네. 필기시험은 없습니다.

박인규 : 영어, 일본어 시험도 봤다고 하던데요?

권성기 : 네. 면접을 봤을 때는 네 분이 심사위원으로 계셨고요. 또 영어와 일본어 시험관님 두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일본어에 대해서는 지원한 동기와 앞으로 근무할 각오는 어떠한가? 또 지금 능력이 어떠냐..이런 것을 질문을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일본어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배웠는데 지금 근 50년이 지나서 하려니 좀 어렸습니다만 그래도 잘 됐어요.

박인규 : 서오릉에 관람안내 지도위원이 되셨는데요. 그곳은 본인이 선택을 하신 겁니까?

권성기 : 주소가 그곳이고, 그래서 마침 이런 기회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래서 참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박인규 : 지금 3월 1일부터 말하자면 근무를 하신다고 하셨는데요. 그전에는 교육 같은 것을 받으시나요?

권성기 : 네. 다음주 월요일부터 20일이죠? 20일부터 일주일 동안 교육을 이수하도록 명령을 받았습니다.

박인규 : '명을 받았습니다.' 라고 하시니 경찰을 하셔서 그러신지..(웃음)

권성기 : 아직도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웃음)

박인규 :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요. 아직은 근무도 하지 않으셨는데 그렇지만..혹시 보수는 어느 정도 됩니까?

권성기 : 아마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만, 그곳 시험장에 나가보니 하루에 3만 2천원 정도로 되지 않겠는가..월 90만원은 안 넘겠느냐..이와 같은..

박인규 : 그렇게 많지는 않군요?

권성기 : 그것이 문제입니까? 이와 같은 말씀을 드리면 먹고 사는데 걱정 없다는..이런 오해를 받을 지는 모르지만 저는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공무원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생활에는 하등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권 지도위원께서는 경제적인 것 보다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 더 좋으신 겁니까?

권성기 : 네. 일이 생기고 또 무엇인가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또 제가 합격통지를 받고 이와 같은 영광을 자식들에게 본을 보여준다는 것..'나이를 탓하지 말고 노력하고 능력이 있으면 무엇인가 받아 준다..그러니 노력해서 능력을 축척해라..'이와 같은 것들이 자식들에게 주는 큰 유산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인규 : 혹시 임기 같은 것이 있습니까? 언제까지 하시는 걸로..

권성기 : 저는 계약직으로 되어 있습니다. 6개월 계약으로 되어 있고요. 또 그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근무 성적에 따라서 한 번은 연장을 해 준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박인규 : 6개월이면 너무 짧은 거 같네요?

권성기 : 노인이니까요. 노인들의 건강문제, 또 책임자이신 분들은 걱정이 많죠. 만일에 하나라도 변고가 있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런 것을 아마 염두에 두시고 그렇게 하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제가 신문 보도를 보니 이번에 100명 이상이 원서를 내셨는데 그 중에는 전직 대학학장도계시고, 교장선생님도 계시고, 기업체 사장님도 계시고요. 물론 권선생님께서도 서장까지 하셨으니까 충분한 자격이 되시지만 어떤 기준으로 뽑았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어떻게 해서 권선생님께서 뽑히셨는지요?

권성기 : 제가 자격을 보니 첫째가 능력을 주로 한 거 같아요. 건강관리..왜냐하면 능이 평지에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고궁도 예를 들어 손님들과..

박인규 : 매일 걸어 다니셔야 하니까..

권성기 : 그렇죠. 그래서 건강하고..그 다음에 경력에 의해서 대민 관계를 어떻게 조화롭게 잘 지도할 수 있느냐..무언가 고궁의 발전을 위해서 국민들이나 외국 손님들에게 소상히 알려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를 아마 서류심사로 보신 것 같습니다. 건강관리 부분은 직접 현지에서 보시고..

박인규 : 체력테스트 같은 것도 했습니까?

권성기 : 건강진단서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박인규 : 권 선생님께서는 그 동안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셨어요?

권성기 : 저는 현직에 있을 때도 그랬습니다만 아직까지 활동하면서 한 번도 정말 44년 동안 지각을 한 일도 없어요.

박인규 : 결근은 물론이고 지각도 하신 적이 없으시다?

권성기 : 서장으로 부임해 갔더니, 초임은 성주시장으로 갔습니다. 갔더니 시골에 계신 분들은 우리나라에 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제주도도 가보지 못했다고 했더니 깜짝 놀란 듯이 이야기를 해요. '아니..서장을 하시면서 아직까지도 못 가봤냐고..'

박인규 : 성주경찰서장을 가실 때까지 제주도를 안 가보셨어요?

권성기 : 네. 제주도는 물론이고 고속도로도 한 번 가보지 못했어요.

박인규 : 무슨 일을 하시느라고..

권성기 : 일 때문에..

박인규 : 그럼 경찰로서는 굉장히 일에만 전념을 하셨군요?

권성기 : 저는 승진도 이렇게 말씀 드리면 제 자랑 같기도 합니다만 경정..무궁화 세 개이지요? 경정까지 시험으로 올라 갔습니다. 심사가 있기도 한데 시험으로 승진해서 현지에 부임했더니 직원들도 상당히 능력을 인정해 주고 잘 해 주었습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연세가 드셔서 10년 만에 다시 일자리를 찾아서 일을 갖게 되셨는데요. 가족들이 일자리를 가지시게 된 것에 대해서 좋아하시던가요?

권성기 : 좋아하다 말다요. 아파트에 사니까..같은 아파트 동에서는 얼마나 축하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는지 남의 일이지만 자기일 같이 좋아해 주시고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박인규 : 부러워하시던가요?

권성기 : 그럼요. 70세 이상이면 이제는 참 인생의 황혼기가 아닙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감히 생각치도 못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고 합격이 됐느냐고 엄청나게 축하를 해 주셨어요.

박인규 : 그럼 그 동안은 일자리를 찾아 보시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 오셨는데 기회가 없으셨던 건가요?

권성기 : 네. 친구들에게서도 몇 부름을 받았습니다. 지금 직장에는 거의 30대가 주를 이루고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70대가 가면 분위기가 문제가 되겠죠.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전화 받는 것도 그렇고요. 또 요새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만 담배를 피우는데도 지장이 있고..그래서 눈치가 보일까바 제가 친구에게 그랬습니다. '장내 분위기 버려..고마워..' 이러면서 완곡하게 사절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70세 이상이라고 하니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박인규 :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네요. 다음주에 교육을 받으시고 3월 1일부터 서오릉 관람 지도위원이 되시는데요. 아직 부임하시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관람지도위원을 어떻게 할 것이다..그런 새 직장에 임하는 각오랄까요? 그런 것을 말씀해 주시죠?

권성기 : 그렇죠. 각오가 있습니다. 정식으로 발령은 받지 못했습니다만, 며칠 전에 현지를 가서 내가 근무하는 곳이 어디인가, 어떤 역사가 있는가..그런 관계 책도 받아서 지금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오시는 손님들이 관광객이 아니라 저는 손님으로 알고 잘 안내하고 또 필요한 질문이 있으면 서슴없이 이야기 해 주고 하나의 교육 선생님 같은 입장에서 설명해 드리고 이해를 촉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박인규 : 아주 훌륭한 관람안내 지도위원이 되시길 빌겠습니다.

권성기 :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인규 : 지금부터는 이른바 고령화 시대에 노인분들이 느끼시는 어떤 문제점이나 어려움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권선생님께서는 경찰로 몇 년을 근무하신 거죠?

권성기 : 37년 9개월을 했습니다.

박인규 : 그러면 정년 퇴임하실 때 연세가 어떻게 되신 겁니까?

권성기 : 57세였습니다.

박인규 : 37년을 경찰로 일해 오시다가 57세의 나이로 그만 두실 때 어떠셨습니까?

권성기 : 저는 사실 정년을 한 일년을 앞두고 각오는 했었습니다. 정년으로 나가서 무언가 현직에 있을 때 배운 것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서 무언가 연결을 시키려 생각을 했었고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 연금이 나오니까 다른 문제는 없지 않은가..그리고 아이들도 모두 컸으니까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이 아닌가..하고 친구들에게도 여러 번 수소문 해 봤어요. 그런데 현직에 있을 때는 모두 오라고 했는데 그만두고 나니 섭섭한 얘기들도 많이 들었습니다.

박인규 : 현직에 있을 때는 와서 같이 하자..

권성기 : 서로 "와도 괜찮다."라고 했는데 현직을 떠나니까 "지금은 어렵다..더 있어 봐라." 이런 식으로..

박인규 : 속된 말로 끈 떨어 지니까 별로 알아 보지도 않고..알아 주지도 않고..(웃음)

권성기 : 네. 맞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직접 체험했고 들은 바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제 능력을 축적하자..해서 우선 어떤 일이든 하려면 건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건강관리에 무척 신경 썼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5시경에 기상해서 구보도 하고, 걸음도 걷고 해서 보통 낮에 3킬로 정도는 매일 합니다. 그리고 평행봉이라든가, 철봉에 매달려서 근육도 단련했고 또 건강하지 못하면 좋은 음식도 먹지 못하지 않습니까? 건강해야 맛도 좋은 것을 먹을 수 있고, 건강해야 사랑도 할 수 있는 건데 건강하지 않으면 사랑을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건강이 최고다..이런 생각으로 해서..

박인규 : 57세에 경찰을 그만 두시고 3년 동안은 경찰 유관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공제회에 계셨는데 그 기간이 끝나고 나서는 혹시 다른 일을 내가 해 보자..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알아 보시고 하셨나요?

권성기 : 했는데요. 아까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나이가 맞지 않아서..그리고 또 공제회에서 또 부름이 있어서 얼마나 또 마음이 편하고..사회에 나가는 여유를 갖게 되는 구나..해서 배우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박인규 : 요즘 노인분들을 위한 취업박람회다, 취업알선센터다..이런 것들이 있는데요. 혹시 그런 곳에는 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권성기 : 저는 솔직히 말씀 드려서 가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떤 것을 느꼈는가 하면, 지하철이라든가 또는 지하철역이라든가 종묘공원앞이라든가..가끔 어떤가 하고 우스운 말로 구경 겸 상황을 봅니다. 노인 분들 중에는 딱한 분도 많고 또 노인들하면 모든 부분에서 스승의 역할을 해야 될 것이 아닙니까? 인생의 스승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본을 보여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도리에 남에게 빈축을 받고 손가락질을 받는 것을 보고 저는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는 이러면 안 된다..내 아픔이 가족의 아픔과 고통으로 연결되어서는 안 되니까..내 스스로 관리를 해야겠다..이와 같은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10년 동안 말하자면 무직 상태로 보내셨는데요. 집안에서 어떻게 소일을 하시고 어떻게 집안에서 보내셨습니까?

권성기 : 집에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침 10시까지는 오전 일이 거의 끝납니다.

박인규 : 오전 일이라면 어떤 일을 하시는데요?

권성기 : 운동하고, 식사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설거지도 하고..

박인규 : 부인께서 좋아하셨겠네요?

권성기 : (웃음) 그러고 나면 손자들이..자식들이 모두 직장에 나가니까..

박인규 : 자제분들과 같이 사시나요?

권성기 : 네. 이웃에 있으니까요. 다섯 살부터 열 살까지 손자 셋을 데리고 있으면 신경도 많이 쓰이고요.

박인규 : 말하자면 손자들을 보시는 일을 하시는 군요?

권성기 : 네. 거의 키우다시피 했어요. 그런데 퇴직한지가 10년이 넘었으니까 큰 손자는 한 살부터 거의 키운 거죠. 세 명의 손자를 키우니까 신경도 쓰이고 또 움직여야죠. 그러니 자동적으로 운동도 되고, 또 아이들 때문에 웃고, 소리도 지르고, 노여움도 있죠. 그러니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참 좋아요.

박인규 : 그래도 손자들을 돌보시면서 같이 지내시는 게 말하자면 여러 가지 소일거리도 되고 일도 되시고요?

권성기 : 네. 맞습니다.

박인규 : 어떠십니까? 주변의 친구분들 중에 두 부부만 단둘이 사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무료하거나 심심해 하지는 않으시던가요?

권성기 : 맞습니다. 좋은 부분을 말씀하셨네요. 정말 몇 분이 계세요. 친구들도 있고요. '정말 답답하다..어떻게 지내느냐..' 첫 인사가 그 말이예요. '요새 어떻게 지내?'

박인규 : 시간이 잘 가지 않아서..

권성기 : 네. 답답하지는 않는지, 몸은 어떤지..이것이 주 대화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좀 바꿔라..70세가 됐으면 이제는 무언가 자기 일을 정리하기에도 바쁜데 자꾸 예전에 일 했을 때를 생각하니까 지겹고 한가로운 것이지..그리고 요새 좋은 책들도 많고 신문 보면 얼마나 좋은 일도 많으냐..'이렇게 권유도 많이 하죠. 그리고 나오라고 해서 같이 등산도 하면서 지냅니다.

박인규 : 권 선생님 같은 경우는 지하철을 타실 때 무료 티켓을 받으시는 쪽입니까, 받지 않으시는 쪽입니까?

권성기 : 받습니다. 국가에서 주는 혜택인데 저라고 거절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요. 또 편리해요. 주머니를 뒤지지 않아도 되고요. 그리고 한 번 나가면 4~5천원은 듭니다. 교통비가..그래서 우리 나이에 비해서는 큰 혜택이죠. 다른 분들은 3개월에 3만 6천원 교통비가 나옵니다. 그것만 주느냐고 하는데 실제로 지하철 승차의 혜택은 엄청나게 큰 거예요.

박인규 : 우스개 소리로 공자님이 "오십이면 지천명이고, 육십이면 이순"이라고 하는데요. '지공'이라고 있다고 합니다. 육십 오 세이면 '지하철 공짜'라고 해서 '지공'이라고 말씀하신다고 하더라고요. 문화재청에서 이번에 〈궁, 릉 관람안내 지도위원〉으로 열 분을 뽑은 것은 굉장히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다섯 분께서 먼저 일 하시고 나머지 다섯 분은 후보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너무 적은 거 같지 않으세요? 같이 모이신 분들은 그런 말씀들을 하시지 않던가요?

권성기 : 저희들은 아직 그런 구체적인 인력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고요. 제가 됐다는 사실에 대해서 참 좋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근무하게 되면 우선 다른 대책이 나오겠죠. 아마 저희들이 잘 하면 다음 분들이 증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네. 그런 것도 있겠네요. 앞에 하신 분들이 잘해야..노인분들이 잘하신다..

권성기 : 잘해야죠..저희들이..

박인규 : 외람되지만 혹시 노인이라는 호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 말씀을 들으시면 기분이 어떠십니까?

권성기 : 처음에는 참 섭섭했어요. '아, 내가 이렇게 됐구나..' 라고 했는데 이제는 당연한 거죠. 당연하게 받아들이니까 괜찮고요. 처음에는..

박인규 :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시던가요?

권성기 : 그것이 퇴직하고 한 3~4년 동안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고, 내가 늙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아저씨라는 호칭을 들어도 좋고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들어도 별 그런 것은 없습니다만 모두 아저씨라는 호칭을 듣기를 좋아하더라고요.(웃음)

박인규 : 물론이죠. 오빠도 좋아하고요.(웃음) 이렇게 제가 뵈니까요. 굉장히 낙천적이시고 인생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셔서 아마도 이번에 지도위원으로 뽑히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떻습니까?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는..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비결이랄지 그런 말씀을 해 주시죠?

권성기 : 첫 째는 성격탓이겠죠. 그리고 지나간 일은 거의 잊고, 내일 할 일을 오늘 모두 끝내야 합니다. 저는 현직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미결이 나면 잠을 자지 못하니까요. 또 남에게 빚을 지거나 돈을 꾼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대인관계에 대해서 찡그리거나 그런 것이 없죠. 그리고 또 성격이 또 농담도 잘합니다. 또 친구들을 만나도 서슴없이 말도 잘하고 또 분위기를 맞추는데 노력하다 보니까 성격이 좋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습니다만 첫째 내가 생각을 미결..무언가 하지 못한 것을 남겨 두면..이것은 병이 되요. 그러니까 할 것은 해 버리고, 잊을 것은 있고..그런 것이 좋습니다.

박인규 : 서오릉 관람안내 지도위원을 아주 잘 하셔서요. 앞으로 더 많은 70세 이상의 노인분들이 관람안내 지도위원이 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 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권성기 : 한가지 부탁 말씀을 드릴까요? 저희들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희들이 잘 해야 다음 분들이 저희들의 뒤를 이을 게 아닙니까? 그리고 저희들은 그런 각오로 임할 테니까 당국에서도 이번 일처럼 좋은 시책을 많이 만드셔서 더 발전적으로 시책에 반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박인규 : 일요일도 근무 하십니까?

권성기 : 저희들은 공휴일이 없습니다.

박인규 : 저도 집이 근처라서 한 번 놀러 가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권성기 : 네. 감사 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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