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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앞에 '수첩 꺼낸' 유시민 "포용력 발휘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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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앞에 '수첩 꺼낸' 유시민 "포용력 발휘해 달라"

"대통령에게 누 끼치지 않으려 예전보다 조심"

16일 신임인사차 한나라당을 찾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표 앞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손바닥만한 유 장관의 수첩에는 국민연금 개정안 국회 합의를 위해 박 대표에게 당부할 요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민원을 드리러 왔다"며 박 대표에게 허리를 숙인 유 장관은 박 대표를 '수첩공주'라 비아냥대던 '국회의원 유시민'과는 다른 사람인 듯 보였다.

***"연금문제 조속 해결"엔 공감하지만 여전히 '평행선' **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연금문제를 너무 늦췄다가는 우리 아들딸들에게 짐을 지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적당한 시기에 국회에서 잘 합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다 자기 생각만 하지 말고 박 대표도 한나라당이 결단해야 할 때에 한 발 물러서는 결단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유 장관은 "나는 의원 시절부터 국민연금에는 굉장히 큰 사각지대가 있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한나라당 견해가 일리 있다는 주장을 여러 번 해 왔다"며 기초연금제 등 한나라당의 연금 개선안도 충분히 참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박 대표는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부안대로만 했다가는 고갈 시기를 조금 늦출 뿐이지 연금 고갈 자체를 막을 수 없게 된다"며 정부의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제를 정부가 받아들이면 사각지대도 막을 수 있고 재원 마련도 어렵지 않다"며 한나라당 안의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오가는 환담 속에도 왠지 모를 어색함이? **

박 대표와 대면한 15분 여 내내 유 장관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박 대표의 말을 경청했다. '공손해진' 유 장관 덕에 전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오가는 대화에는 왠지 모를 어색함이 흘렀다.

박 대표와 수인사를 나눈 유 장관은 "바쁘신 와중에 맞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지만, 박 대표는 유 장관과 눈을 맞추는 대신 "박재완 의원과는 청문회 이후 처음이냐"며 보건복지위 간사인 박 의원을 쳐다봤다.

유 장관이 "국회에서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분이 박 의원"이라며 '너스레'를 떨어도 박 대표는 "우리 당에서는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분"이라며 '정색'을 했다.

유 장관은 "대표님은 의원 때도 그랬지만 장관이 돼서도 뵙기가 쉽지 않다"며 지난 13일 한나라당을 방문했으나 박 대표는 만나지 못했던 '섭섭함'을 털어놓자, 박 대표는 "왜, 본회의장 가면 보지 않냐"고 답해 유 장관은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이 꺼낸 말이 박 대표의 '썰렁한' 대답들로 맥이 빠져도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은 유 장관의 '공손함'은 흔들리지 않았다.

박 대표가 "장관 맡으니 행동하는 데 더 부담을 많이 느끼겠다"고 물으니, 유 장관은 "국회에서도 일을 했지만 행정부를 직접 책임지는 것은 대통령 대신 업무를 보는 것이라 나로 인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 예전보다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완 의원이 "지금까지 유 의원의 행적이나 언행을 보면 튀는 데 치중했던 것 같은데 보건복지부는 사회의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얽혀 있는 조직이니 파열음을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어도, 유 장관은 "제일 나쁜 경우를 피해가며 안전운행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웃음으로 응대했다.

유 장관은 또 "포용력을 발휘하라는 말인 것 같은데 한나라당도 나를 포용해 달라"고 말해 "오는 말이 고우니 가는 말도 곱다"는 박 대표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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