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말로는 이들 나라에게 자유로운 자치정부의 능력을 기르도록 교육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권리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럴 의도도 없고 또 그게 가능하다고 믿지도 않는다. (...) 영국의 평화,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는 괴기스러운 위선적 괴물이다."
이 말은 1902년 <제국주의론(Imperialism)>을 펴낸 존 앗킨슨 홉슨의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입니다. 그는 또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했습니다. "제국주의의 경제적 뿌리는, 강력하게 조직된 산업, 금융자본이 공적 자금과 공권력을 가지고 자신들의 사적 이해를 추구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홉슨은, 제국주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주장 가운데 상품 시장의 확대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 영국 내부에서도 여전히 필요가 충족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면 제국주의 정책은 필요 없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에 더하여 부의 불평등한 배분구조를 바꾸면 시장의 수요부족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그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민주적인 정부를 만들고 이를 위한 사회적 개혁을 이루어내면, 위선적이고 기만적인 제국주의 정책은 중단될 수 있다고 믿은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기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본주의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구조적 요인과 국제정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영국 자신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면서 내부에서 새로운 변화의 동력을 어떻게든 찾아보려 했던 홉슨의 시도와 노력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강대국들이 보이고 있는 정책의 문제도 함께 꿰뚫어보게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재적 가치가 있습니다.
홉슨은 무엇보다도 공적 이해에 봉사해야 할 정부의 권력이 일부 특정한 계급에 의해 장악되어, 이들의 사적 이해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이 분노합니다. 이는 결국, 그 부담을 보통의 서민들에게 전가하고 이들의 고통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면 보통의 서민들은 세금을 더 내야 하고, 이 세금은 결국 이들 강자들의 이익을 위해 경찰과 군의 증강까지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쟁으로 치닫는 군사주의가 제국주의의 피를 나눈 형제인 것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홉슨은 민주주의의 문제를 고민했습니다. 만일 보통의 시민들이 권력의 주장에 속지 않고,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다면 제국주의라든가 세금제도의 부당함이라든가 또는 군사주의와 전쟁의 길로 가지 않을 수 있다고 확신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 우리는 우리 현실을 결정하는 사안들에 대해 얼마나 명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까요? 그뿐만 아니라 얼마나 자유롭고 격의 없이 권력과 강대국의 결정에 대해 민주적으로 논의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을까요?
홉슨의 이야기는 다만 한 세기 전의 역사로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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