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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교육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참여정부 교육정책 비판서 〈교육부의 대국민 사기극〉

지난해 12월 말의 대학입시 원서접수 인터넷 서버 마비 사태는 수험생 등 38명의 조직적 해킹에 의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해킹을 한 이들은 다른 수험생들의 원서접수를 의도적으로 방해해 경쟁률을 떨어뜨리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 대학입시가 얼마나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전 국민이 바로 교육전문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교육에 관한 관심이 높은 나라인데도 교육 현실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엄청난 예산과 수많은 전문가들이 달려드는 데도 왜 나아지는 것이 없을까.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진 교수와 교사들의 연구모임인 '한국교육정책이론연구회'는 이런 질문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임시방편의 대책만 내놓는 교육부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 연구모임이 최근 교육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서 〈교육부의 대국민 사기극〉(정진상 엮음, 책갈피 펴냄)을 펴냈다. 그 내용을 지난 한 해 동안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한 발언을 반박하는 형식으로 소개해 본다.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시 정책'은 논술시장 확대만을 초래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 : 2008학년도 이후 적용될 대학 입학전형 제도의 근본 취지는 학교 성적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대입 전형에 반영되는 내신 비중을 강화하여 교육의 중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끌어오되, 학생들이 지나치게 등수 경쟁에 매달리지 않도록 내신 9등급제를 도입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개성과 창의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독서, 토론, 논술, 탐구활동 등 차원 높은 사고활동이나 자치·봉사·자기계발 등 각종 특별활동을 활성화하고 이를 학생부에 충실히 기록하면, 각 대학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시험성적 위주보다는 특기, 경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여러 줄 세우기'에 의한 학생선발을 계속해나가자는 것이다. (2005년 5월 6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

***이철호**(전교조 참교육연구소) : 교육부총리는 실제는 성적순에 의한 배정임에도 명목상으로는 각 대학이 나름대로 다양한 선발기준을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교육부의 권고대로 각 대학이 고교내신과 수능성적을 대폭 반영한다고 해도, 내신과 수능이 각각 9등급제이므로 모든 대학에 성적이 비슷한 수험생들이 몰리게 돼 있다. 따라서 각 대학은 변별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우수학생의 선발'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 실질적인 지필고사를 치를 수밖에 없다. 교육부 방안은 현실에 적용되는 순간에 '대입 본고사 부활'로 나타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런 논리로 서울대가 내놓은 것이 통합논술고사다. 물론 논술이나 독서는 현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총리와 서울대는 이를 현 교육의 대안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입시교육과 학생들 간의 서열화의 수단으로 삼자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노동'은 더욱 심해졌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내신과 수능성적을 관리해야 하고, 논술고사를 위해 별도의 공부를 해야 한다. 결국 내신, 수능, 대학별 고사의 3중고가 더 심해진 것이다.

이런데도 교육부가 논술로 당락을 결정하겠다는 '서울대 입시안' 전체를 문제삼지 않고 '통합교과형 논술'만을 문제삼아 '본고사 심의체제'를 도입한 것은 서울대의 '통합논술 본고사'를 추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전국의 논술 사교육은 이 기준에 맞추어 부흥하고 있다.

***"'EBS 수능강의'는 정부가 홍보하는 사교육일 뿐"**

***김진표 교육부총리** : 참여정부 전반기 동안 초중등 교육에 있어서는 공교육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EBS 수능강의라든가 방과후 학교와 같은 사교육비 경감대책, 또 교원평가제 시범운영을 통해 학교 교육력을 높이는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2008년도 새 대입제도에서 내신반영 비율을 높여 학교 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수능에는 앞으로도 계속 고등학교 3년 동안의 전 교육과정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하며, EBS 수능방송의 비율을 높일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수능, 내신 따로 공부하지 않고 고등학교 3년 동안 학교수업을 열심히 하면서 거기에 맞는 인터넷 가정학습이나 EBS 방송만 함께 들어주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시험제도와 교육과정이 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2006년 2월 9일, 〈 CBS 뉴스레이다 〉 5부)

***송경원**(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 일단 EBS 수능강의는 공교육의 신뢰성을 높이는 정책이 될 수 없다. EBS 수능강의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사교육을 시키는 정책일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교육이 이토록 번창하고 있는 것은 공교육이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과연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괜찮은 교육을 받는다치면 사교육을 시키지 않겠는가?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 가고자 하는 과도한 입시경쟁 때문에 사교육 열풍이 부는 것이다.

교육부는 EBS 수능 강의 덕택에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잘 뜯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교육부가 2004년도에 의뢰한 정책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비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사교육비의 일부분이 EBS 교재를 구입하는 등 EBS 수능강의를 시청하기 위한 비용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게다가 이 조사에서 학생들은 'EBS 수능강의'의 내용이 수능에 반영되는 비율은 31.6% 정도일 것이라고 답했고, 38%의 학생들이 'EBS 수능강의가 수능에 도움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EBS의 공언과 달리 크게 도움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EBS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가 'EBS 수능강의는 수능고사에 출제가 많이 된다'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이 덕택에 EBS의 2004년도 당기순이익은 전년도의 4배로 올라 180억 원이 나왔다. 게다가 정부가 별도로 397억 원을 지원한다. 이만한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교원평가로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는 사례는 없다"**

***김진표 교육부총리** : 교원평가 시범사업은 교직단체가 주장하는 교원 통제 수단이나 구조조정 수단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신장시켜 선생님들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하고자 추진되는 것이다.

자신의 수업이나 교육활동에 대해 동료 교원·학생·학부모들로부터 의견을 들어 자기계발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지 승진·보수 등에 사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교원평가 시범운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대안을 제시하고 함께 고민하며 노력하는 지혜를 보여야 할 때다. (2005년 11월 6일 '선생님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위한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하병수**(범국민교육연대 교육과정위원회) : 교원평가제를 실시해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겠다는 발상은 교육에 대한 몰이해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교사의 질을 통해 공교육의 질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당연한 노력이다. 하지만 교사의 질은 교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해서 임용하고, 전문성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연수체제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외국의 어떤 사례도 교원평가로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는 보고는 없다. 영국의 경우 교원평가제를 도입해 학교장을 중심으로 교원의 채용·해고, 임금 결정, 구조조정 등이 본격화된 결과 교원의 이직률이 높아졌고, 결국 중동·아프리카계 등 제3국에서 교원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교육부는 교원평가제를 자기반성의 계기로만 삼겠다고 하지만, 제도화 단계로 본격화되면 곧 경쟁력 강화 운운하며 성과급과 퇴출의 자료로 이용하려 들 것이다.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부적격 교원을 양산하고 있는 관료체제와 비리사학, 그리고 부실하기 짝이 없는 교원양성구조의 일차적 개선이다. 또 학교 내 민주적 소통구조가 가능하도록 교직원회, 학생회, 학부모의 역할과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아니면, 교직사회는 서로를 상처내고 교육의 소신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BK21사업과 NURI사업은 대학의 서열화를 강화한다"**

***김진표 교육부총리** : BK21사업은 시행 초기의 우려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안에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린 변화의 동력으로, 우리나라 연구력 향상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BK21사업으로 인해 한국의 SCI(국제 과학논문 색인 등재 학술지) 논문 게재 순위가 1998년 18위에서 2004년 13위로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 왔는데, 이는 지난 2002년 월드컵 축구 신화와 비교되는 놀랄만한 성과라고 자부한다.

무엇보다 의미있는 것은 BK21사업을 통해 대학 간 발전적 경쟁 체제로 대학의 풍토가 성과 중심으로 변화하고 우리 대학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 창출의 요람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서울대 농생명사업단 등 연구단의 사례는 BK21사업의 진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성과이다. (2005년 12월 13일 'BK21사업 성과보고대회' 축사)

***박정원**(상지대 경제학과 교수) : BK21사업은 한국 대학교육의 최대 문제점인 대학의 서열화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NURI)' 역시 국립과 사립 간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는 BK21의 지방판에 지나지 않는다. 1999년 1차 지원 이후 지난해까지 BK21사업에 지원된 금액은 총 8127억 원인데 서울대는 혼자서 전체 지원액의 44.5%를 차지했다. 반면 사립대 전체에 지원된 금액은 1737 억원에 그쳤다. NURI사업에서도 국립대가 대형사업 25개 가운데 16개를 휩쓸었다.

특히 이 두 사업의 문제점은 1~2년 마다 평가하는 단기간 평가의 방식을 취함으로써 기초연구보다는 짧은 기간에 연구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단기연구에 치중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새 지식의 창출을 어렵게 하여 지식기반 경제 발전의 기초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사업들은 연구자가 과학도로서의 안목으로 가지고 연구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가 현실에서 당면한 수요를 반영하여 주제가 정해진다. 이렇게 선정된 연구주제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기금 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기초과학과 인문과학의 위축을 가져오고 과학연구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재정지원이 특정한 대학 중심으로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2004년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예산은 3조 원으로 GDP 대비 0.5%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그 때문에 고등교육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여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으며 국가의 저투자는 고등교육 환경을 열악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이 8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대학의 발전 내지 경쟁력 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실 GDP 대비 1.5% 정도까지 예산이 지원되어야 한다.

***"대학 서열과 학벌사회가 엄존하는 한 교육정책은 '대국민 사기극'일 뿐"**

***김진표 교육부총리** : 끊임없는 교육혁신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이 시대 우리 교육가족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우리가 추진하는 교육혁신은 일관성 있게 중단 없이 추진할 때 비로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함께 추진해 온 교육정책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교육혁신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먼저 학교교육에서는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 목표를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 이를 위하여 초등교육에서는 인성교육에 역점을 두면서 창의성 교육을 조화롭게 추진하고자 한다. 사회가 분화되고 전문화될수록 개인의 발전은 물론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의 기초 단계에서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성 교육과 창의성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005.1.28. 교육부총리 취임사)

***정진상**(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 인성 교육과 창의성 교육을 위해서는 초중등 학교가 각각 최소한의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거의 상식에 가깝다. 공교육이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전인교육'을 구현하고 계층 간 불평등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일단 입시의 수단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고등학교를 넘어 초중학교까지 지배력을 미치는 대학입시가 엄존하고 있다.

대학입시를 향한 엄청난 교육열과 학업노동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대학의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 서열체제 아래서 상위 몇 개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며, 이는 소수의 상위권 대학을 나와야 사회의 권력을 쟁취할 수 있다는 학벌사회를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그 때문에 대학 서열체제와 학벌사회가 엄존하는 한 교육부가 끊임없이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며 내놓는 대책들은 근본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한 '대국민 사기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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