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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팔레스타인 하마스까지 우군으로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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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팔레스타인 하마스까지 우군으로 삼아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124〉

최근 외교관 맞추방에 이어 서로가 상대국 원수를 가리켜 '히틀러'라고 지칭하며 미국과 설전을 벌이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반미 연합전선을 남미공동시장(MERCOSUR)에서 더 나아가 아시아와 중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구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화제다.

차베스가 아시아지역의 중국과 인도를 미국을 대체할 원유소비시장으로 선택, 활발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을 대신해서 하루 15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소비해줄 대형소비시장으로 중국을 선택할 가능성을 예견케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오히려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곡물 등의 자원을 싹쓸이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가스, 그리고 볼리비아의 유전개발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중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브라질이 공동으로 추진중인 중남미 전역을 관통하는 1만Km 가스관공사에 자본과 기술은 물론 인력까지 공급하겠다고 나서는 등 에너지 협력사업에 발벗고 나선 모양새다. 또한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우주개발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해 양국간 긴밀한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차베스가 그동안 큰소리를 쳐 왔던 미국으로의 원유 공급중단이 현실화되고 중국으로 그 거래선이 바뀌게 될 경우 이에 대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과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과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일까. 차베스의 반미 연합전선구축은 이란과 북한에 이어 최근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제1당으로 부상한 이슬람 무장조직 하마스까지 포용할 태세다.

지난 5일 베네수엘라 정부의 호세 비센떼 랑헬 부통령은 "하마스의 사미 아부 주흐리 대변인이 팔레스타인의 이스마엘 하네야 총리는 어렵겠지만 장관급 특사가 베네수엘라를 포함,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를 차례로 방문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하마스는 지난 3일 브라질을 자신들의 파트너로 선정, 중남미에서 국제적인 입지를 다지기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브라질 정부가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자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통해 중남미 특사파견 계획을 확정 발표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차베스의 반미 연합전선 어디까지 미치나'**

하마스 지도자들이 반미성향이 강한 차베스를 비롯하여 중남미 4개국을 선택한 건 자신들의 국제적인 지지기반을 다지고 테러리스트들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투쟁이 유태인들에게 침탈당한 영토 반환을 위한 합법적인 저항이라는 것을 전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마스가 남미에서 노리는 또 다른 한 가지는 경제적인 지원이다. 이들은 명목상으로는 "남미국가들이 가자지구에 투자를 해주길 바란다"며 재정적인 구조의 손길을 호소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뿌리내린 이슬람계 중동 이민자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차대전 후 전세계에서 유랑하던 유태인 이민자들이 힘을 모아 이스라엘을 건설했듯이 이제는 남미의 이슬람권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지구를 건설하는 데에 재정적인 도움을 달라는 제스처라는 것이다.

하마스의 중남미 방문이 확정되자 저명한 나치사냥꾼의 이름을 딴 유태인단체 '시몬 비젠탈 미국센터'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정부를 향해 "하마스 대표들의 남미 방문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해 현지 유태계와 이슬람계의 이민자들을 바짝 긴장 시켰다.

아르헨과 브라질 양국 정부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주는 것보다는 팔레스타인 정부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 지역 평화정착에 상호 노력하라는 식'의 논평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남미 현지의 일부 언론들은 반미의 선봉장 역할을 하며 연합전선 구축에 나선 차베스에 대해 미국의 국방장관 럼스펠드가 '히틀러'라고 혹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의 몰락을 불러 왔던 미국의 힘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현지에서는 초대강국 미국을 향해 날카롭게 저항하며 대륙을 초월해 반미국가들을 다독거리며 미국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차베스의 저항의지에 열렬히 지지를 보내는 속칭 '차베스주의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가 하면 그 반대 세력의 목소리도 만만치가 않아 보인다.

루이스 에레라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최근 현 상황에 대해 "연말 대선을 앞둔 차베스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 미국을 향해 쉐도우 복싱(shadow boxing)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난을 하기도 했다. 재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부추기는 척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시간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는 차베스와 미국의 대결 양상이 설전으로만 끝날 것 같지가 않다는 긴장된 분위기를 전하며 중국과 북한, 이란에 이은 차베스의 하마스 끌어안기를 미국이 어떻게 평가할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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