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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식노동자를 신중산층으로 키워내야"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01/31] KAIST에서 '리스크관리' 강의 중인 배순훈 교수

지난 90년대 대우전자 사장과 회장을 거쳐, "국민의 정부"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입각하기도 했던 배순훈 교수. 지난 90년대, 이른바 "탱크주의"라는 광고가 성공하면서, 전자업계 만년 3위였던 대우전자를 한 때는 업계 1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던 스타 경영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대우가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던 배순훈 교수. 배교수는 현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리스크 매니지먼트" 를 강의하고 있는데요. 20여년간 대우맨이었고, 스타 CEO에서 장관에 입각하기도 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배교수가, 요즘 새삼스럽게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배순훈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와 함께 대우와 삼성 등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그리고, 한국경제를 전망해 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배순훈 교수입니다. 배순훈 교수는(68세), 미국의 MIT 공대 졸업 후 KAIST 교수로 있다가 1976년 대우중공업 기술본부장으로 스카우트되면서 대우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후 대우조선 부사장과 대우전자 사장, 회장을 거치면서 20여년 간 대우그룹에 몸담았습니다. 지난 98년에는 김대중 정부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고, 현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초빙교수로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배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배순훈 교수 : 네. 안녕하세요.

박인규 : 배교수님께서는 원래 교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시다가 기업 경영인도 하시고 장관까지 하셨는데요. 카이스트로 다시 돌아가신 건 언제입니까?

배순훈 교수 : 1999년 3월에 장관을 그만두고 바로 갔습니다.

박인규 : 친정에 가셔서 강의를 해 보시니 어떠십니까?

배순훈 교수 : 제가 교수 생활을 10여년 이상 했어요. 그런데 제 인생의 상당히 긴 기간이 교수 기간인데, 기업 CEO나 장관은 눈에 띄는데 교수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어요. 교수가 상당히 큰 제 직업입니다.

박인규 : 전공은 기계공학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라는 것은 공학이기 보다는약간 경영학이라고 할까요? 사회과학쪽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배순훈 교수 : 1998년에 제가 장관을 그만두고 마침 우연히 서점에서 월가의 증권가에서 일하시는 피터본스타인이 '신을 대항하여'이라는 아주 베스트 셀러를 썼습니다. 읽어보니 인간의 역사라는 것이 모두 리스크를 어떻게 하면 피해 갈까..이런 역사예요. 그래서 아주 흥미 있게 보고 이것을 한 번 공부도 하고 학계에서 강의도 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시작해서 벌써 7년이 넘었네요.

박인규 :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일반인들은 생소할 수도 있고요. 위험관리, 위기관리..이렇게도 말하는 것 같은데요. 우리말로는 정확하게 번역이 안 됩니까?

배순훈 교수 : 모험을 하다가 생기는 위험, 이런 뜻으로 리스크라고 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리스크 관리..이렇게 우리 나라 말로도 리스크를 쓰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말이 없어요.

박인규 : 무언가를 해 보다가 생기는 위험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 그런 의미인가 보죠?

배순훈 교수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어떤 분들이 주로 배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계십니까?

배순훈 교수 : MBA 학생들이니까..대개 학교를 졸업하고 기업에서 3년 이상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 다시 와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는 그런 과정입니다. 이것이 직업 교육이 되어서 학문적인 교육과는 조금 다릅니다.

박인규 : 그러면 배교수님께서 특히 대우에서 20년간 기업경영을 해오신 그런 현장의 경험도 상당히 강의에 중요한 밑바탕이 되겠네요?

배순훈 교수 : 그렇죠. 저희 학교에는 학문적으로 이것을 다루는 교수님도 있고 또 현장에 나갈 사람들이니까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다루는..소위 사례연구라고 하죠? 그것을 많이 하시는 교수님도 계시는데 저는 주로 사례연구에 관해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는 얼핏 보험을 드는 것도 말하자면 일종의 리스크 관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배순훈 교수 : 그렇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리스크 관리입니다.

박인규 : 배교수님께서 하시는 것은 기업의 리스크 관리라고 들었습니다?

배순훈 교수 : 그렇죠.

박인규 : 대우가 사실은 70년대부터 우리나라 셀러리맨들의 우상이기도 했고 특히 김우중 회장님 같은 경우는..끝이 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굉장히 큰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어려웠는데요. 최근에 귀국하신 이후에 김우중 회장님을 만나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배순훈 교수 : 지금 사법 절차 중이기 때문에 면담은 삼가고 있습니다.

박인규 : 김우중 회장께서는 한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이런 명언도 남기셨고, 특히 90년대 후반 이후로는 국내는 안 된다..세계화를 해야겠다..무언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만은 사실인데 일부에서는 본인의 경영스타일이 너무 회장 혼자서 다 챙기신..어떻게 보면 독재라고 할까요? 그런 스타일이 있으셔서 자율성을 주지 않은 것이 아니냐..그렇게 말씀들을 하시는데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배순훈 교수 : 글쎄요. 지금은 대우가 그런 과정을 거친 것은 역사의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 안에서 어떻게 했다라고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고 그 대우라는 기업 자체가 기업환경이 바뀌는데 그 환경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그것이 실패의 요인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우중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상당히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조직자체로서 생존하지 못했다..그런 것은 그 나름대로의 요인이 있지 않는가..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대우의 몰락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당시 한국 정부에서 살리려고 마음 먹었으면 살릴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그런 아쉬움도 있는 것 같고요. 또 일부에서는 대우가 너무 공격적으로 세계 경영을 하다 보니까..제너럴모터스 같은 외국의 거대 기업들이 응징을 한 것이다..이런 시각도 있고 한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배순훈 교수 : 글쎄요. 역사를 놓고 이런 가정을 하고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김우중 회장 같은 분이 현업에서 사라진 이후에 우리 사회가 기업가 정신이 모두 사라졌다..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지난 4~5년 동안 아주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런 것들 때문에 이런 아쉬움이 있는데요. GM의 전 회장인 잭스미스회장도.. 오늘날 GM도 상당히 힘들잖아요. 그것을 예측하면서 '김우중 회장 같은 분이 있으면 GM같은 큰 회사도 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기업가 정신을 높이 샀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박인규 : 그 기업가 정신의 요체가 말하자면 이른바 리스크 테이킹이라는 겁니까?

배순훈 교수 : 그렇죠.

박인규 : 말하자면 모험을 각오할 수 있는..

배순훈 교수 : 네. 모험을 하는 정신이죠.

박인규 : 그것이 대우의 몰락과 함께 상당히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라고 생각하시는 건 가요?

배순훈 교수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의 주요한 재벌기업으로 삼성, 현대, 대우..세 기업을 꼽았던 거 같은데요. 지금 가장 잘 나간다고 하면 뭐 하지만..삼성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재벌 그룹처럼 되어 있거든요. 삼성의 어떤 리스크 관리라고 할까요? 지금까지 흘러 온 것들을 같은 기업 경영을 해 오신 경영인 입장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배순훈 교수 : 삼성은 삼성자동차 같은 그 당시 부실 기업을 빨리 떼어 내고 그리고 전자 중심으로 개편을했죠. 그런 것을 굉장히 신속하게 잘 했습니다. 의사결정이 굉장히 빨랐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이건희 회장과 그 주변에 있는 분들이 좋은 결정을 했기 때문에 리스크 대처를 굉장히 잘 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이 생기고 오늘날 잘 된 것이 아니냐..현대도 마찬가지예요. 현대도 보면 대북사업이라는 것이 수익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가는 누구나 모두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의견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가의 국방비 절감이라는 면에서 대북사업을 대우도 그렇고 현대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일단 분위기가 달라지니까..현대자동차와 현대 그룹과 분리하고 처리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굉장히 그룹 내부에 또는 정회장 자신이 그 리스크를 인식을 하고 대처를 잘한 결과라고 봅니다.

박인규 : 그런 입장에서 보신다면 대우의 리스크 관리에서는 어떤 것이 문제가 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배순훈 교수 : 김회장은 사실 더 큰 리스크를 했던 것 같아요. 모험을 했던 것 같아요. 회사를 확장하는.. 그런데 그런 모험이 결과적으로 좋지 못한 결정이 되어서 실패를 하게 됐죠. 그런데 어떻게 되어서 성공을 했으면 더 큰 지금보다 훨씬 큰 성공을 했을 수도 있었다라는 거죠. 확률이 적지만요. 그것이 이제 와서 실패했으니까 잘못된 거죠. 그러나 그 당시에 그런 모험을 할 수 있었다..기업가의 정신만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물론 역사에 가정이 있을 수 없지만 예를 들면 97년 말에 이른바 환란, 외환위기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배순훈 교수 : (웃음) 외환위기가 있어도 사실 그렇게 벌렸던 것은 성공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가 경제를 결정하시는 분들, IMF의 관련된..이런 것이 그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결정을 하는 바람에 결국 그런 모험은 실패를 했다..만약에 그 결정이 같은 방향이고 모험이 성공했다고 하면 우리가 지금쯤 2만불 소득 문제없이 됐을 그런 가능성도 있죠. 경제성장이 그때 우리가 4~5% 하는 것을 7~8% 경제 성장을 해 왔다라고 하면 당연히 우리가 굉장히 앞서가는 나라가 됐을 수도 있었죠.

박인규 : 말하자면 그 당시 김우중 회장의 어떤 경영방식과 정부의 어떤 운영방침이 상당히 맞지 않으면서..?

배순훈 교수 : 그렇습니다.

박인규 : 대우가 몰락하면서 분식회계문제가 제기 됐었거든요. 그런데 이 분식회계문제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금 〈앤론〉이라고 미국의 굉장히 큰 7대 기업 중에 하나인데 분식회계문제로 몰락을 했고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굉장히 커졌었는데요. 이 분식회계문제 또는 이것이 말하자면 경영자들이 자신들의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서 하고 있다..이 분식회계라는 것이 영미식 자본주의들, 장기적 성과에 집착한 거기서 나타나는 굉장히 나쁜 관행이라고 할까요? 그런 비판들이 많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 분식회계문제를..

배순훈 교수 : 제가 얼마 전에 썬마이크로시스템에 맥닐리회장이 인터뷰하는 텔레비전 프로 그램을 본 적이있습니다. EBS에서 방송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의 얘기가 아이스하키 게임을 하는데 상대편이 이기려고 하면 가끔 반칙도 하고 패널티 박스에 들어가서 앉아 있는 동안에 내 동료들이 게임을 이겨주면 된다..이거 에요. 그러니까 이기기 위해서는 가끔 반칙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이런 얘기 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깜짝 놀랐어요.(웃음) 그것을 공개적으로 얘기한 다..이거죠. 그런데 기업을 하다 보면 가끔 그렇게 기업은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죽으면 아무리 합법적으로 해도 죽으면 그만 입니다. 그래 서 가끔 반칙을 하는 그런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분식결산들이 사실 기 업을 하다 보면 항상 발생하는 일들이에요. 그것이 어느 도를 지나치면 기업 이 망하는 그런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앤론〉같이 무작정 거대한 분식결산은 맞지 않는 거죠. 그러나 기업이 이렇게 해 나가면서 미국의 회계 기술을 어긋나게 한다던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이러면 통상적인 일 인데..이것을 어느 정도 사회의 통념하고 맞춰가는 것..이것은 중요한 일입니 다. 그러나 사실 솔직히 말씀 드려서 대우의 분식결산..그 시대에는 많은 기업 들이 분식결산을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어느 기업은 너무 과도하게 했고 이 것이 정말 리스크 테이킹을 하다가 상황이 좋지 않아서 망했다..그런데 사회 전체적으로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분식결산이 없어져야 되죠. 그러나 100%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분식결산이 약간 발생을 하더라도 회사를 투명 경영해서 특히 외자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 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굉장 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당시의 관념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하지만 일반인들은 너무 성과주의가 아니냐..라고 고개를 갸우뚱 할 것 같기도 하고요.

배순훈 교수 : 미국도 1930년대에 그랬고, 60년대에 그랬고..몇 번에 걸쳐서 이런 것이 정리가 되어 가고 있어요. 우리도 발전하는 단계에 있어서 이런 것이 계속 정리가 될 겁니다.

박인규 : 차지에 투명경영에 어떤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그런 말씀으로 받아 들이겠습니다.

배순훈 교수 : 네.

박인규 : 지금 경제에 관해서 관심들이 많거든요. 특히 영세민들은 살기가 어렵다고들 말씀들을 하시고요. 지난 몇 년 동안 지나오면서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투자를 하지 않는다..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부동산에만 몰린다..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김대중정부 이후에 어떤 경제 운영, 경제 상황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배순훈 교수 : 직접적인 계기는 IMF를 중심으로 해서 우리가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았지 않았습니까? 구제금융을 빨리 갚는 것이 우리 경제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그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기업이 돈이 생길 때 빚부터 갚는 기업은 줄이는 전략입니다. 우리가 줄여서 과연 전 인구가 먹고 살 수 있느냐..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빚은 사실 제가 기업을 했던 입장에서 보면 천천히 갚아도 되요. 우선은 기업은 잘 되고 살고 봐야 되거든요. 재투자를 해서 우리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소홀히 했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과거에 우리가 나쁜 관행으로 정경유착을 많이 했는데 그 정경유착도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럼으로써 기업가들에게는 굉장한 리스크를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그런 짐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기업가들이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요. 또 세 번째 중요한 이유는 IMF를 지나면서 재벌기업의 3세 경영인이 등장을 합니다. 그런데 이 3세 경영들은 부모들 대에서 적극적으로 모험투자를 하던 것 보다는 주로 외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관리형 경영자다..그런 세 가지의 추세가 복합되어서 아주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데요. 이것을 어떻게 벗어나야 하느냐..아마 모든 사람이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저는 1960년대, 70년대에 우리 중산층이 어떻게 생겼느냐..우리 중산층은 그 당시에는 수출 현장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중산 계급이었고요. 그리고 해외건설에서 일하던 건설근로자들이 중산층이 됐습니다. 그분들이 중동에서 돌아와서 아파트를 사고 중산층이 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지금 새로운 중산층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누군가 하면, 지식 근로자들입니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여러 가지 지식 업무를 하는 근로자인데요. 그 계층을 살리는 정책이 없어요. 그래서 그 중산층이 몰락을 합니다. 이것은 사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도 굉장히 똑같은 증세를 지금 겪고 있는데요. 아마도 그런 곳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인규 : 경영인도 해 보시고, 정보통신부 장관까지도 해 보셨으니까..혹시 지금 말씀하신 방향..지식 근로자들을 중산층으로 키워내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이런 정책이 좋겠다..평소에 생각해 보신 것은 없으십니까?

배순훈 교수 : 네. 지금 세금을 올려서 못 사는 사람들에게 복리후생을 도와 준다는 것..그것은 전혀 중산층을 키우는데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이죠. 그것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주는 거죠.그것은 그냥 하시면 되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중산층..지식 근로자가 되려면 어느 정도 기능이 있어야 하잖아요? 실력을 키우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합니다. 특히 교육을 받는데 장학금 같은 제도를 확대한다든가 하는 교육의 기회를 어떻게든 잘 활용할 수 있게..그리고 세계적으로 지식 근로가 필요한 사업들을 한국에 유치해야 해요. 지금 대표적으로 성공적인 사례를 들면 나이키 신발을 만들 때 나이키 본사에서는 개념만 만들고..부산에 있는 어떤 업체에 줍니다. 그러면 그 업체가 엔지니어링을 다 해요. 그러니까 창은 어떻게 생겨야 하고, 위에는 어떤 소재를 써야 하고, 그리고 접착하는 재료는 무엇을 써야 하고..이런 것들을 모두 엔지니어링을 해서 그것을 전부 구매를 합니다. 구매를 해서 구매한 자재를 갖다가 중국이나 대만에 보내서 만들게 해요. 그 중간에 핵심적인 기술적인 업무는 모두 한국 업체가 합니다. 그 업체가 부산에 있는데..

박인규 : 실제로 만드는 것은 중국에서 가서 하고..?

배순훈 교수 : 그럼요. 중국에서부터 세계시장에 공급이 되고..그런 업체들이 우리 나라에 많이 설립이 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어요. 그것이 신발이다..이런 사업 뿐만 아니라 조금 올라서 자동차, 금융..이런 곳에 모두 하고 있으니까..그런 사업들이 잘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그런 사업을 할 때 리스크를 조금 분담해 주는 것..처음에는 리스크가 크면 중소기업을 하기가 힘들거든요. 예를 들면 자금을 유리한 조건으로 빌려 준다든가, 이것은 박정희 대통령시대에 정부가 잘 해오던 업무이기 때문에 정부에 잘 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일들은..

박인규 : 그런데 지금 리스크 분담을 말씀하셨는데요. 요즘은 정부에서는 모든 것은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알아서 해라..정부는 경제에 개입하지 말아라..이런 주장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배순훈 교수 : 대기업은 그런 주장이 맞아요. 그렇지만 중소기업..특히 벤처기업들은 이런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박인규 : 정부에서 무언가 리스크테이킹을 해 줘라..대신..집약적인 사업을 발전 시킬 수 있도록..

배순훈 교수 : 네.

박인규 : 최근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제가 들었는데요. 2000년에 우리가 벤처 열풍이 굉장해서 투자 열풍도 대단했었는데요. "조만간 시장이 금융기관과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하도록 강요하게 될 것이다, 강제하게 될 것이다." 나름대로 어떤 근거가 있으신 발언이십니까?

배순훈 교수 :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굉장히 안정적인 투자가 아니면 투자를 하지 않아요. 누군가가 모험 투자를 해야 우리 경제 전체가 살아나는데..그런데 그 모험 투자는 역시 벤처기업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우리 경제는 틀림없이 저는 살아난다고 봅니다. 살아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모험투자가 있기 때문에 살아나는 것인데 모험투자를 해야 하니까..시장이 적극적으로 서둘러서 모험투자를 할 거에요.

박인규 : 그렇지만 2000년 벤처는 상당히 거품이 많았다? 낭비였다? 이런 지적도 있는 거 같은데요. 그래도 2000년 벤처열풍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배순훈 교수 : 그럼요. 우리가 좋은 경험들을 많이 얻지 않았습니까? 물론 몰락한 계기는 벤처 게이트들 때문에 그렇지만 실제로 좋은 벤처들이 망했다고요. 그 경험은 저는 언제간 우리가 축적해야 할 경험인데 그때 아주 좋은 때에 좋은 경험을 해서 이것이 바탕이 되어서 정말 세계적인 벤처국가가 되어가리라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가 IT인프라만은 세계최고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데요. 그 계기가 된 것이 배교수님께서 장관하시면서 ADSL을 도입하신 것이라고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떠십니까? 장관을 해 보시니까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던 가요? 임기가 짧다던가..하는 그런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배순훈 교수 : (웃음) 장관이 개인적으로 보면 장관을 하는 것이 손해예요. 왜 그런가하면 봉급도 줄고 솔직히 얘기해서..그리고 명성 때문에, 명예 때문에 장관을 하는데 장관을 그만 둘 때는 좋은 얘기를 듣고 장관을 그만 두시는 분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박인규 : 대체로 없더군요.

배순훈 교수 : (웃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손해인데..저에게 길게 하라고 하면 솔직히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짧은 기간 동안에도 제가 우체국 개혁 한 것과, 그리고 지금 말씀하신 고속망을 깔아 놓은 것..그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좋은 얘기를 하는데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제가 사실은 외국과 다른 정책방안을 수립했고 그리고 제 후임장관이 그것을 잘 처리해 주셨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나라가 IT 강국이 된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래서 잘 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배교수님께서는 개인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잘 해오신 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떠십니까?(웃음)

배순훈 교수 : (웃음) 제가 리스크 관리를 제일 못한 것이 언론관리예요. 그래서 제가 대우를 떠나게 된 이유도 프랑스의 언론들이 제 기사를 굉장히 많이 썼는데 그 기사가 김우중 회장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기사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이 계기가 되었고 또 장관을 그만 둔 것도 솔직히 얘기해서 국내 언론에 난 기사가 제가 정부의 정책을 반대했다..그래서 장관을 그만두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 언론의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한 것은 사실인데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나마 또 유명해진 것도 모두 언론의 덕분 아닙니까? 언론이라는 것은 사실 국가의 공기예요. 꼭 필요해요. 그런데 너무 가까이 해도 좋지 않고, 너무 멀리해도 좋지 않고..참 그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웃음)

박인규 : 한때 스타 경영인으로서 정계에서도 상당히 출마권유도 많았던 같은데요. 혹시 그런 것을 포함해서 앞으로 어떻게 인생설계를 잡고 계신지 마지막으로 부탁 드리겠습니다.

배순훈 교수 : 제가 여러 가지 운동을 좋아하는데 운동경기를 하면서 가끔 규칙을 위반하고 이기는 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아요. 유권자들에게 정말 투명한..사실 제가 그 부분에 있어서 부족합니다. 그래서 얼렁뚱땅해서 이기는 수가 많거든요.(웃음) 그래서 정치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박인규 : 한국경제가 다시 도약하려면 어쨌든 위험을 무릅써야 하고 그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리스크 관리분야에서도 많은 업적을 내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 드립니다.

배순훈 교수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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