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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뉴타운'보다 '문화재'를 원한다"

서울 진관내동 한양주택 주민들…사상 첫 '자발적 지정 요청'

서울시의 은평 뉴타운 추진에 반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여 온 은평구 진관내동 한양주택 주민들이 26일 문화재청에 자신들의 주거지를 근대 문화유산으로서 등록문화재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27일 오전에는 서울시청 민원실에 동일한 내용의 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주민 스스로 문화재 등록 신청은 최초**

한양주택대책위원회와 문화연대는 지난 8일 주민설명회를 거친 후 3주에 걸쳐 문화재 신청에 대해 95세대의 동의서를 받아 놓은 상태다. 현재 한양주택에는 총 213세대가 거주하며 이 가운데 뉴타운 추진에 반대하는 주민은 136세대다.

'등록문화재'란 경제논리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로 체계적인 조사나 문화재적 가치평가 없이 점차 훼손되어 가는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고자 문화재청이 2001년도에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20세기 초반의 건축문화를 보존하는 것을 취지로 하고 있다.

등록문화재는 외관 보존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어 내부는 소유자의 필요에 따라 자유로이 변경하거나 수리수선이 가능하지만, 소유주들은 재산권 행사의 어려움 때문에 지정을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거나 지정예고하면 소유주들이 건물을 철거하는 일이 2001년 이 제도 도입 이후 전국에서 191건에 이를 정도였다. 서울 초동 스카라극장 정면, 명동 옛 대한증권거래소 건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건물 등이 그 예다.

반면 한양주택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근대문화유산 등록 신청을 했으며 한국 문화재 역사상 주민이 스스로 한 등록신청으로는 최초의 일이다.

(사진1,2)

역사적으로 보자면, 한양주택은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북공동성명 이후 북측 대표단의 방문에 대비해 '전시용' 주택단지 조성을 지시해 만들어진 마을. 대지 50평에 건평 29평짜리 단층 양옥 200여 채가 줄지어 서 있다. 당초 콘크리트 건물만 늘어서 있던 마을에 입주한 주민들이 목련과 진달래 등 꽃과 나무를 심고 가꿔 자연스러운 '환경친화 마을'로 바꾸어냈다. 그리고 1996년에는 서울시에 의해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비록 독재시절에 강제로 조성된 마을이지만, 한양주택은 근대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며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50년 이상이 지나야 하지만, 이문동 전 중앙정보부 건물도 40년만에 근대유산으로 지정된 예가 있는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마을 전체를 문화유산으로 등록하겠다고 자진해서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문화재등록 신청서'에서 "재산상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문화재 등록을 신청한다"며 "문화재가 되면 서울시가 마음대로 재개발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등록문화재 신청 이유를 밝혔다.

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한 기간은 100여 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간동안 문화재청은 조사 등을 통해 등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황평우 문화유산 위원장은 "이 기간 동안 건축전문가와 도시공학 전문가, 시각미술 문화인 등이 모여 마을을 조사하고 공동체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를 살릴 수 있는 '문화적 리모델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평 뉴타운은 주민들의 행복 추구권과 주거권을 침해한다"**

한양주택 주민들은 지난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서울시의 막무가내식 은평 뉴타운 개발 정책이 주민들의 행복추구권과 주거권을 침해한다"며 집회를 열고 인권위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서 문화연대 최준영 정책실장은 "한양주택을 밀어버리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은 뉴타운 사업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예"라며 "이명박 시장의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시민들의 삶과 권리, 잘 보존된 자연이 대대적으로 파괴될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뉴타운사업본부 관계자는 "한양주택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더라도 3월부터 협의매수를 시작하는 등 예정대로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은평 뉴타운은 강북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주민의 의사보다는 지역간 균형개발을 통한 시민의 삶의 질 개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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