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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극장가 최대 화두는 디지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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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극장가 최대 화두는 디지털시네마

[특집] 멀티플렉스, 경쟁적으로 디지털 상영관 시설 도입

지난해 12월, 멀티플렉스 CGV 체인에서는 초유의 디지털 이벤트가 잇따라 펼쳐졌다. 13일에는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모두 갖춘 서울 용산 CGV 11개관 전관에서 〈태풍〉의 디지털 버전이 상영됐다. 10개 이상의 스크린을 갖춘 멀티플렉스가 한꺼번에 디지털 시네마 시스템으로 한 편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는 것은 세계 최초의 일이었다. 14일에는 CGV 구로에서 수험생을 초청해 개그맨 컬투 패밀리 쇼를 라이브로 공연하고, 디지털 네트워크 망을 통해 전국 3개 CGV 극장에 동시에 생중계했다. 23일부터 29일까지는 〈형사〉의 디지털 버전을 강변 CGV 인디영화관에서 시험적으로 재개봉 했다. 또한 연말에는 잠실에서 열린 가수 싸이의 공연과 이종 격투기 프라이드 올스타전을 극장으로 중계했다. "싸이 콘서트는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라이브 공연장과 극장의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준비해 콘서트 시나리오에 짜 넣었다. CGV가 디지털 네트워크 망을 전국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실험을 해나가는 중이다." CGV 마케팅팀 김민지 씨의 얘기다. 디지털 시네마는 2006년 우리 극장가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CGV는 지난 10월 '디지털 시네마 리더 CGV'라는 슬로건 아래 영화관 혁명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선 11월 말까지 용산 CGV 전관에 디지털 영사기를 설치하고, 분당에 광 섬유망을 통해 디지털 소스를 전송해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는 중앙 컨트롤 센터를 갖췄다. 또한 오늘 1월 말까지 전국 CGV 266개 모든 상영관에 디지털 상영 설비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한 캐나다 아이맥스 사와 독점 계약을 통해 용산 CGV와 인천 CGV에 아이맥스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전국 규모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디지털 영사 장비 대당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억대를 호가하는 상황에서, CGV의 공격적인 청사진은 자못 거창해 보인다.
CGV 디지털영사기(좌), CGV중앙컨트롤센터(중), CGV상영관사진(우). ⓒ프레시안무비
메가박스의 추격 역시 만만치 않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10월 말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영화박람회 쇼이스트에서 서울 지역 전 상영관에 디지털 시네마 시스템을 설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월 중순 현재 메가박스 코엑스점 16개관 전체에 디지털 영사기가 설치된 상태며, 올해 안에 오픈할 목동, 신촌, 동대문 등 서울 4개 메가박스 체인 총 41개 상영관 전체를 디지털화한다는 포부다. 또한 오는 3월 말까지 전국 메가박스 체인 12개 상영관에도 디지털 영사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특히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를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가 디지털로 상영될 때마다 마니아 층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극장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디지털 영화관의 진가를 입증할 다양한 영화 및 문화 콘텐츠를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해리포터와 불의 잔〉 〈나니아 연대기〉 〈태풍〉 〈청연〉 등이 디지털 방식으로 선보여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상태. 특히 〈청연〉은 지금까지 디지털 버전으로 전환된 한국영화 가운데 기술적 완성도가 가장 뛰어나다는 후문이다. 오는 1월 26일 개봉하는 〈치킨 리틀〉 역시 디지털 버전으로 상영될 채비를 갖췄다. ***필름상영에서 디지털로 전환시 연간 1천억원 절감효과** 디지털 시네마는 이미 지난해 우리 영화계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던 사안이다. 지난해 영진위 '한국 디지털 시네마 포럼(KDCF)'의 기술 시연회를 통해 디지털 상영 시스템의 면면이 소개된 바 있다. 8월 말에는 문화광광부와 영진위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네마 비전위원회'가 구성돼 국내외 디지털 시네마 현황을 조사하고 앞으로 국내 영화계에 디지털 시네마 산업을 육성할 로드맵을 구상해 왔다. 또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10주년 기념 행사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 시네마에 대한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돼 중국과 일본, 미국의 동향을 소개했다. 11월 말에는 '디지털 시네마 산업발전 정책 비전'이라는 제목 하에 공청회가 열려 중간 보고서를 발표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디지털로 상영된 청연. ⓒ프레시안무비
영진위가 디지털 시네마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세계적으로 디지털 시네마가 차세대 극장 산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할리우드 6개 메이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네마 협의체(Digital Cinema Initiatives)'를 구성해 오랫동안 기술 표준안을 논의해 왔으며, 1차 최종 합의 결과를 지난해 7월 발표했다. 유럽 지역의 국가들 역시 자체 협의체를 구성하고 할리우드에 맞서는 기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와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정부 주도 하에 디지털 시네마 산업 발전에 힘을 쏟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시네마 육성에는 다른 나라들보다 한 발 늦은 셈. 따라서 급속하게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세계 영화 산업의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디지털 시네마 시스템의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우리 영화계에 도입하기 위해서다. 영화를 필름으로 상영하지 않고 파일 형태로 변환해 위성이나 네트워크, 하드 디스크 등을 통해 상영하는 디지털 영사 시스템은 영화 상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현재 전국 1500개 스크린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연간 프린트 제작 비용만 약 800억 원에 이르는 상태. 따라서 이를 디지털로 모두 전환할 경우 배송 비용까지 포함해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이를 고스란히 영화 제작으로 투입하고 극장 수익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디지털 시네마는 단순히 경제적인 효과 외에 시장 확대와 영화 산업구조 재편 등의 산업적 효과, 그리고 저예산 예술영화 활성화와 문화 민주주의 확대 등 문화적 효과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디지털 시네마 비전위원회'를 이끌었던 이충직 중앙대 교수는 "일단 목표 기간을 2010년까지로 잡고 디지털 시네마 산업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면서,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이 산업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디지털로 상영된 태풍. ⓒ프레시안무비
디지털 시네마 비전위원회는 오는 1월 말 문화관광부에 산업 발전 로드맵을 최종 보고서 형태로 제출할 예정이다. '디지털 시네마 산업발전 방안 정책 보고서'라는 제목의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디지털 시네마 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는 5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디지털 시네마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영진위 산하 상설 조직으로 '디지털 시네마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며 디지털 상영관 보급을 확충한다는 내용이다. 둘째, 차세대 디지털 시네마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시네마에 적용될 동영상 압축 기술 표준 동향을 파악하고, 다양한 응용 기술을 개발하면서 최종적으로 '한국형 룩'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셋째, 해외시장 확대와 디지털 시네마 산업 선도를 위한 국제 교류에 적극 동참한다는 포부다. 디지털 시네마를 통해 한류의 문화적 경제적 효과를 선점하고, 할리우드에 대항해 동아시아 디지털 시네마 공동 표준을 주도해나간다는 것이다. 넷째, 한국영화의 문화적 다양성 확보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일반 상영관에서 소외되기 쉬운 저예산 디지털 독립 단편 예술 영화의 제작과 상영을 지원하며, 디지털 아카이빙과 배급 시스템을 구축해 문화 소외 지역에 영화 향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네마 전문 인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기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산/학/연이 동참해 인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결국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 2010년까지 이러한 핵심 과제를 추진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약 539억 원. 비전위원회는 문화관광부를 통해 이 예산안을 기획예산처에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획예산처가 이 예산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디지털 시네마 산업을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도록 권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인 김형준 한맥영화 대표는 "디지털 시네마는 단순히 극장의 영사 기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면서 "민간에 완전히 맡겨서 중구난방으로 대처하는 것보다는 정부 주도 하에 뚜렷한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영화의 콘텐츠가 현재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디지털 시네마 산업을 통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적어도 동아시아에서 우리가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디지털로 상영된 나니아 연대기. ⓒ프레시안무비
일단 영진위는 오는 3월 말까지 '디지털 시네마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시네마 지원센터의 하위 조직으로 운영될 이 협의체에서는 극장, 컴퓨터 공학, 정보 통신 관련자 등이 모여 디지털 시네마를 위한 기술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영진위 측은 일단 할리우드의 DCI 스펙에 따른 국내 기술 표준을 논의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총 4개 분과로 이루어지는 협의체는 총괄 위원회와 제작, 전송, 상영 등의 하위 분과로 구성될 예정이며, 그 아래 각각의 워크 그룹이 마련된다. 영진위 이왕호 영상전략팀장은 "디지털 시네마는 단순히 극장 영사 시스템이 아니라 제작에서 배급과 상영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제작 분과는 촬영, 배급 분과는 동영상 전송과 패키징, 상영 분과는 보안과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콘텐츠의 절대적 부족, 기존 극장시스템과의 조화가 관건** 그러나 디지털 시네마와 관련해서는 아직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먼저 CGV와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가 마케팅 효과를 위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디지털 상영 시스템을 현재 영화산업의 다른 부문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느냐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단일 스크린 극장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만만치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 전국 200여 개 이상의 체인점을 확보하고 있는 프리머스 시네마 측이 디지털 시네마 도입에 대해 아직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프리머스 시네마는 직영, 운영 위탁, 프로그램 위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체인망을 확보하고 있으나, 현재 직영 운영하는 부산 해운대점 1개관에만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설치한 상태다. 프리머스 시네마의 한 관계자는 "극장 운영 형태가 세분화되어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디지털 시네마 도입은 예정되어 있긴 하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로 상영된 해리포터와 불의잔. ⓒ프레시안무비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다. 현재 CGV나 메가박스 등이 수십 개의 디지털 영사 장비를 도입했지만, 디지털로 상영할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기를 완전히 가동하지 못하는 상태다. 한국영화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도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극장 관계자는 "한국영화의 경우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도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로 전환된 컨텐츠를 만들려면 후반작업 기간이 충분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영화의 후반작업 기간이 촉박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황 아닌가. 후반작업 업체들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드웨어만 확충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디지털 영사를 위해선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등 보안 관련 기술이 충분히 구현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 영화계 기술 수준은 부족한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미국 직배사의 경우 워너 브라더스와 폭스, 디즈니 등은 디지털 버전의 영화를 배급하지만, 〈킹콩〉의 디지털 버전을 미국에서 개봉한 유니버설 측이 한국 시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보안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디지털로 상영된 치킨 리틀. ⓒ프레시안무비
이 관계자는 "〈치킨 리틀〉 이후에 당장 디지털 버전으로 상영될 후속 콘텐츠가 없다. 결국 콘텐츠가 발목을 쥐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시네마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화려한 마케팅 활동과 다양한 실험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지혜로운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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