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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숙 의원 "지율을 잃으면 우리 미래도 잃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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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숙 의원 "지율을 잃으면 우리 미래도 잃는 것"

"지율은 제 목숨을 경시하는 바보가 아닙니다"

지율 스님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하며 곡기를 끊은 지 100일이 훌쩍 넘은 가운데, 스님이 목숨을 걸며 주장하는 '생명'이란 화두에 정치권도 진정성을 갖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자성이 나왔다.

민주당 손봉숙 국회의원은 지난 17일 입원 중인 지율 스님을 병문안 한 후 국회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지율스님이 던지는 '도롱뇽'이나 '초록의 공명'의 화두는 바로 이 땅의 생태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사랑, 평화, 생명의 화두"라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손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서도 "지율 스님의 병상을 찾아 한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는데 그 전날까지만 해도 지율 스님이 침대 바로 앞의 달력 날짜를 볼 수 있었지만 방문일에는 이미 날짜조차 희미하게 못 봤다"며 스님의 현 상태를 전했다.

손 의원은 "스님이 '자기한테는 맑은 기운만 남은 듯 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만 남았다'고 말해 한 시간 동안 울다가 왔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우리 국민들이 지율 스님을 보는 데에는 고집불통으로 정부에 반대나 하고 예산을 낭비한다고 보는 이들과 또 오죽하면 그렇겠느냐는 두 가지 시선이 있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지율 스님은 단순히 천성산을 살린다는 문제가 아니라, 천성산이 죽으면 산하가 병들고 그 산하에 살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손 의원의 편지 전문이다. 손 의원은 국회의원 298명에게 이 편지와 함께 지율 스님의 저서 〈초록의 공명〉도 함께 전달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그리고 사랑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민주당의 손봉숙 입니다.

저는 오늘 한 스님께서 '부치지 못한 편지'를 대신 부치고자 이 편지를 드립니다. 저는 어제 연이은 단식으로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는 지율 스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선배 동료 의원님들께서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지율 스님은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공사에 대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라도 해 보자고 지난 5년간 전국을 돌며 대통령을 포함하여 전 국민을 상대로 호소하고 염원하고 발원했지만 결국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마지막 선택을 하신 것 같습니다.

지율 스님은 자신의 저서 〈초록의 공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산이 게으른 수행자인 저를 불러 세운 순간을 저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위를 깎는 포크레인 소리에 묻혀 그 소리는 아주 가느다랗게 들렸습니다. "누구 없나요? 살려주세요…"라고.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늙은 어머님의 신음 같기도 한 이 소리는 지금 전국의 산하에 울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강산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건만 미련한 중생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할 뿐입니다. "누구 없나요? 살려주세요"라는 소리를 들은 스님은 자기 한 사람이라도 이 땅을 살려보겠다고 약속을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느라 자신의 생명을 바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최고책임자조차 지키지 못한 약속을…. 천성산 만이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산하가 모두 병들어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율은 한 종교인이며 구도자이지만 단돈 백만 원도 소유해 본적이 없이 이 시대를 우리들과 함께 살다가는 깨어 있는 한 여성일 뿐입니다. 자기 목숨을 경시하는 바보도 아니요 자신의 주장만 일삼는 고집 센 승려도, 정부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대책 없는 사람도 아닙니다. 천성산 자락을 붙잡고 놓지 못하는 것은 단지 한 마리의 도롱뇽이나 한 비구니의 목숨을 건 투쟁이 아니라 죽어가고 있는 이 산하와 병들어 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생명의 역사와 생명의 문화가 사라진 땅에서 아이들은 어떤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그가 던지는 '도롱뇽'이나 '초록의 공명'의 화두는 바로 이 땅의 생태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사랑, 평화, 생명의 화두인 것입니다.

지율 스님은 자신의 사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하십니다. 앙상한 뼈만 남은 지금도 병상에 누워 "함께 해 주세요"라고 우리 모두에게 호소하십니다. 사랑, 평화, 생명의 숨소리를 외면하지 못해 자신의 생명을 불사르고 있는 지율 스님을 만약 잃게 된다면 이는 지율 한 사람을 잃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모두 잃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게 될 것입니다. 눈앞의 이해관계에 매달려 멀리 내다보는 긴 안목을 스스로 접어버리는 정치권의 부끄러움은 더욱 클 것 같습니다.

지율 스님을 대신하여 그가 쓴 〈초록의 공명〉을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님께 보내 드립니다.

지율 스님이 이 땅에서 생명을 거두기 전에 그의 소망대로 초록의 공명이 대한민국의 국회에도 널리 울려 퍼지기를 감히 발원하며 2006년 1월18일에 손봉숙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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