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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대한 맹세'…"계속해?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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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대한 맹세'…"계속해? 말어?"

'국기에 대한 맹세' 놓고 누리꾼들 토론 중

지난 10일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리플토론' 코너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토론은 주간 〈한겨레21〉 592호의 표지이야기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없애자'에 대해 누리꾼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겨레21〉은 '국기에 대한 맹세'를 폐지하거나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박정희 정권이 한국을 병영국가로 전환시키던 1971~1972년에 유포된 것으로, 개인적 양심이나 도덕적 판단과는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애국을 강요하는 내용으로 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겨레21〉의 이 표지이야기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지은 전 충남교육청 장학계장 유종선 씨와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유종선 씨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만들어진 경위를 설명하고 현재의 맹세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종선 씨는 당시 조중엽 충남도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맹세문을 지었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수정되어 전국으로 퍼지게 됐다고 말한다. 유 씨는 자신이 직접 쓴 맹세문 중 '정의와 진실로써 충성을 다할 것'이라는 문구가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으로 바뀌었다며 "(현재의 '국기에 대한 맹세'는) 전체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도 싫으면 떠나라"**

하지만 이런 〈한겨레21〉과 유종선 씨의 주장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댓글이 원색적인 표현으로 이 주간지의 기사를 비난하거나, '국기에 대한 맹세'를 폐지하거나 수정할 것을 주장하는 이들을 '빨갱이', '매국노'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반면 국기에 대한 맹세'를 구체적으로 옹호하거나 이 맹세문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글은 많지 않다.

ID 'kftn'은 "에라이 빨갱이들아"라는 제목의 댓글에서 "국가에 충성하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하는 게 그렇게 더럽고 아니꼽냐"며 "조국을 사랑할 줄 모르는 한심한 것들아, 초유일 강대국은 국가에 대한 사랑부터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ID '남이'는 "대한민국은 우리나라입니다"라는 댓글에서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해서 충성을 다할 것을 태극기 앞에서 다짐한다는 것인데 도대체 뭐가 그리도 여러분들을 기분 나쁘게 했습니까? 강압적이어서 싫다고 하시면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 때 하지 않으시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ID '도우미'는 "국가가 나를 지키고 내가 국가를 만든다"며 "이런 것까지 종교적, 정치적 이념논쟁 거리로 삼는 사람들의 사고가 심히 의심스럽다. 해외에서 게시된 태극기를 보면 찡한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봤을 것이다. (국기는) 종교와 정치를 떠나 실체적 국가를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일제 때 국가를 잃은 국가로서 무슨 망발인지? 애국 그 자체를 미신 수준으로 생각한 그 분, 이민을 추천합니다"라는 댓글을 올렸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한다고 꼬마애들까지…"**

그러나 '국기에 대한 맹세'에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폐지보다는 문구수정을 주장하는 의견이 더 많다.

ID '길레스피'는 "일제의 잔재, 군부독재의 잔재"라는 댓글에서 "상식적으로 살자. 다른 나라에서는 국기에 충성을 바치지 않아서 애국심을 가지지 않는가?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가가 시켜서, 강요해야만 애국심을 가질 것 같은가?"라고 반문했다.

ID '웨더비'는 "솔직히 몰랐었는데, 이 특집기사 보고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한다고 꼬마애들을 징역살이 시킨다니 기자의 말대로 너무나 복종적인 국기에 대한 맹세는 폐지, 적어도 수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친일파인 박정희가 국기에 대한 맹세를 지시했다고 하니, 더더욱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댓글을 올렸다.

ID '라이'는 "익숙해져 있긴 하지만 그 문구를 하나씩 뜯어보면 폐지를 말하는 의미가 이해가 된다" 며 "편향적이고 획일적인데 우리가 자연스레 받아들였단 것이군요"라고 했다.

ID '정지혜'는 "관련 기사 내용을 보니 맹세가 만들어질 때의 (원래) 문구가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정의와 진실로써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였다"며 "(이 문구가) 지금의 문구보다야 훨씬 낫고, 현실과도 부합되지 않나요? 문구만 수정 찬성합니다"라고 답했다.

ID '박창훈' 역시 "개인 희생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문구 있어야"라는 댓글을 올려 "현 '국기에 대한 맹세'엔 개인의 가치, 정의 같은 개념이 없다"며 "국가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때 무조건 충성을 다해야 하는가. 6백만을 학살한 독일의 히틀러나 자칭 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 천황폐하께 충성을 맹세하고 전쟁터로 떠나는 일본군, 그리고 그 국민들이 겹친다면 지나친 공상일까. 무조건적인 충성이 아니라 정의 같은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는 문구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삐뚤어진 민족주의를 되돌아보자"**

누리꾼 중에는 애국가나 '국민교육헌장' 등으로 문제의식을 확장시키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국기에 대한 맹세'의 존속여부 논란의 의미를 짚는 댓글도 눈에 띈다.

ID '메신저'는 "애국가부터 바꿉시다.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데, 아니 내 기상과 내 맘으로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에 충성하라고? 이거 군국주의적인 발상 아닌가요? 애국가 바꿉시다" 라는 댓글을 달았다.

ID '김지현'은 "'국기에 대한 맹세'보다는 국민교육헌장이 더 문제 아니냐"며 " '민족 번영을 위해 태어나다"란 말은 듣기에는 화사해도, 생존의 이유를 결정해버리는 무서운 말"이라고 주장했다.

ID 'Fleet Commander'는 "여기서 다루는 문제는 비단 '국기에 대한 맹세'만이 아니라 우리의 삐뚤어진 민족주의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 마디로 어릴적부터 우리는 민족에 대해 끊임없이 강요된 의식을 가지도록 커왔다는 거죠. 건전한 민족의식과 애국의 정신은 단지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한다 해서 커지는 게 아닙니다. 민족에 대한 자긍심은 국가가 건전하게 운영될 때 자연스레 커져나가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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