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EBS에서 알라를 하나님으로 번역한 〈이슬람 문화 기행〉 다큐를 방송하자 모 기독교 단체에서 항의전화가 왔습니다. 하나님이란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시청자들이 대혼란에 빠진다며 '알라신'이라고 표시하지 않으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더군요. 알라가 신이라는 뜻이니 알라신이라고 하면 '신신'이 되는데… 이건 결국 알라가 마치 아랍의 지역신인 양 여기는 서구적 시각이었죠."
10일 서울 동소문동 인권연대 교육센터에서는 40여 명 청중의 눈이 반짝이는 가운데 〈이슬람 세계의 이해〉라는 강좌의 강사로 나선 이희수 이슬람문화연구소장이 이야기 보따리를 펼치고 있었다.
***"알라신이라고 부르는 건 '신신'이나 마찬가지라니까요"**
이 소장은 "기독교 단체의 흥분은 제가 '서울 양재동의 성경박물관에 가보시라. 세계 유수의 성서들이 모두 아랍 번역판에서 하나님(God)을 알라로 번역하고 있다'고 하자 겨우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의 호전성을 상징하는 "한 손엔 칼, 한 손엔 코란"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도 설명했다.
이슬람이 등장한 시기는 페르시아와 비잔틴제국이 300여 년 넘게 전쟁을 벌이던 6세기경으로, 당시 마호메트는 한창 횡행하던 약탈경제에서 정치적 질서를 회복해 가는 과정이었다는 것. 바로 그같은 과정을 가리켜 이 말이 나왔지만, 당시 마호메트가 제일 먼저 내세운 조세정책은 양민들로부터 크게 환영을 받았다. 주민세(Jizya)와 토지세(Khara)를 합쳐봐야 수입의 20~25% 정도여서 무자비하게 약탈대상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슬람을 믿으면 세금감면의 '옵션'까지 주어졌는데, 당시 사람들이 어찌나 이를 선호했는지 이슬람이 세력을 한창 뻗어나갈 즈음엔 '조세수입 감소'를 우려해 '개종 금지' 정책까지 폈을 정도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번 이슬람화된 지역은 지배세력이 바뀌어도 다 이슬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이 '인종청소'를 단행한 이베리아 반도만 제외하구요. 무력적인 전파였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요?"
***팔레스타인이 계속 버틸 수 있는 이유**
이슬람 사회의 '부에 대한 인식'도 나왔다. 아랍인들의 부 관념은 "무한히 벌되, 네 가족의 몫을 제외하고는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라"는 것이다.
아랍 국가의 와까프(宗敎省)는 국민들이 내는 종교세(전체 수입의 2.5%)를 쓰는 부처로 대부분의 아랍 국가에서 가장 돈이 많은 부처라고 한다. 이 돈으로 정부가 복지사업을 펼치는데, 이는 이슬람의 경제적 관습을 국가가 흡수한 것이다.
"근대화로 이러한 관념이 좀 약화됐지만 이슬람에서는 여전히 '부(富)는 공동체가 만들어준 것'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상부상조의 근거이기도 하죠. '마을에 한 톨의 양식이 남아 있는데 그 마을에 굶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을 주민 전체가 지옥으로 직행하리라'는 꾸란의 말씀을 따르는 신앙공동체 전통입니다."
이 소장에 따르면, 분리장벽 설치 등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고립화 정책에 고통받으면서도 팔레스타인이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랍 국가에서 팔레스타인으로 흘러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막대한 돈이 작용하고 있다.
***"공동체의식의 음지, 명예살인"**
이슬람 사회의 '야만적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명예살인, 손목절단형, 간통죄 투석형, 참수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소장은 '공동체의식의 역기능'이 바로 명예살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슬람의 특징이라기보다 요르단, 터키 등 일부 유목민족의 관습인데, 명예살인이란 아버지 혹은 형제가 간통을 저지른 (혹은 그렇게 추정되는) 아내나 딸, 혹은 누이를 죽이는 것이다.
"간통 혹은 성폭행이 벌어지면 '우리 공동체'에 흠집이 생겼다고 보는 인식 때문입니다. 그 흠결을 제거하고 그게 또 복수의 이유로 성립하는 건데 가문 간의 악순환이 벌이지죠. 그러나 요르단에서도 최근 '명예살인'을 치상죄가 아닌 살인죄로 재정의하는 등 인식이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태형이나 참수형은 여전히 사우디 등 일부 아랍지역에 남아 있지만 손목 절단형, 투석형 등은 근대화를 거치면서 거의 사라졌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날 강의에 나선 이슬람 강사들은 특히 일부 부족, 권위적인 정부의 문제인 인권 문제를 결코 전체 이슬람의 문제로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우리가 '한국은 개고기 먹는 나라, 끝' 이렇게 정의되고 말면 개고기에 대한 찬성 여부와 상관없이 얼마나 불쾌하겠습니까?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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