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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장외투쟁 한달…이명박 의식해 집권전략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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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장외투쟁 한달…이명박 의식해 집권전략 역행

〈진단〉 점증하는 우려…"대권경쟁 급급해 '레드오션' 자초"

9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꼭 한 달, 13일이면 한나라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장외투쟁 나선 지도 한 달을 채운다.

'거리로 나서자'는 첫 결단 이후 한나라당이 강추위, 호남폭설, 새해예산안 처리, 당내 반발 등 여러 가지 변수를 뛰어넘고 '꽃 피는 봄이 올 때까지' 투쟁 장기화를 기약케 한 동력이 박근혜 대표에게서 비롯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제17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장외투쟁을 벌인 지난 한 달간 박 대표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어머니의 리더십'에서 '투사의 리더십'으로?**

박 대표 측근들은 요지부동한 박 대표 행보의 실체를 '신념'이라고 부른다. "사학법은 사악한 법"이고 이 법을 막는 일은 "한나라당이 분명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박 대표 스스로의 강고한 신념에 다른 정치적 산술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얻는 게 없지만 옳기 때문에 한다'는 식의 답변은 현실 정치판에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더구나 박 대표는 당 안팎의 다른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대권주자인지라, 결정적 행보에 손익계산이 게재되지 않았다는 설명에는 고개를 끄덕이기가 쉽지 않다.

친박(親朴) 진영에선 사학법 무효화 투쟁을 통해 박 대표가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이번 투쟁을 통해 박 대표는 필요하다면 극약 처방도 마다하지 않는 결단력과 변수가 생겨도 한번 세운 원칙은 지켜내는 강단을 보여줌으로써 대통령감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2%를 채워 넣었다는 것이다.

이를 김재원 기획위원장은 "민생을 돌보는 '어머니의 리더십'으로 대표되던 박 대표가 이번 투쟁을 통해 역사적 소명을 다하는 '투사의 리더십'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부차적인 얘기지만, 강추위에도 카랑카랑하게 연설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약골' 이미지의 탈피에 성공했다는 자체분석도 있다.

사학법 투쟁 과정에서 박 대표와 각을 세웠던 소장파 의원들까지 "'공주님' 박근혜가 '대처'로 인정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일각에선 박 대표가 장외투쟁을 한 '덕'에 연말 정국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로선 영락없는 3등이었지만 적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칼바람을 맞으며 여권과 강하게 날을 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직된 이념 투쟁은 '전통적 지지세' 결집 전략**

친박 진영의 이런 분석은 박 대표의 사학법 장외투쟁이 이명박 서울시장을 겨냥한 '보수층 끌어들이기'의 성격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대번 반대 진영에선 전통적 지지기반의 표심을 집중시켜 '당의 대권주자'라는 일차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데올로기적 접근법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날아온다. 이 시장의 뚜렷한 상승세와 박 대표의 '무리수' 강도는 정비례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박 대표가 강경파들의 입맞에 딱 맞는 투쟁의 선봉에 나선 데에는 당내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보수․영남파를 확실한 자기 세력으로 굳히려는 의도가 게재되었다는 해석이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재작년 국가보안법 저지와 강정구 교수 사건에서 촉발된 국가 정체성 투쟁 과정에서 차근차근 쌓인 박 대표와 보수․영남파 간의 신뢰는 사학법 투쟁을 통해 더욱 공고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 당내 '세(勢)'가 없는 것이 대권가도상 흠으로 꼽혔던 박 대표는 그간 이명박 시장과 TK(대구경북) 기반을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앞가림 급급해 '레드오션' 자초했다" **

하지만 친박 진영 내부의 이같은 자평과는 달리, 당내 대권 경쟁을 의식한 박 대표의 행보가 오히려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이라는 대명제에 역행한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반박 진영은 물론이고 상당수 의원들은 박 대표가 사학법 투쟁과정에서 자신의 지지율은 물론, 상승세에 있던 당 지지율까지 일정부분 '까먹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한 당직자는 지지율 추이와 관련해 "40%를 넘던 당 지지율은 연말을 기해 30% 중반대로 주저앉았고 박 대표의 지지율도 20%를 치고 나가는 데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원희룡, 김명주 의원 등 등원을 주장하는 소장파들을 '눈물'로 윽박지르는 감성 정치를 보여줌으로써, 이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당내 소장파들과도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 상황을 위태롭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잖다.

20명 안팎의 소장파들은 탈당해도 그만인 '소수'일지 몰라도, 이념보다 합리성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30~40대 유권자들이 사학법 반대 투쟁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은 장기적으로 한나라당의 집권전략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이에 한 소장파 의원은 "원래 한나라당을 찍던 보수층의 표 40%를 이명박과 박근혜가 갈라먹는 현 상태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표가 좋아하는 '블루오션 전략'에 따르더라도 한나라당은 중원을 공략하는 정책과 태도로 전체 지지율을 50~60%대로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블루오션'을 찾자던 박 대표가 제 앞가림만 하려다 결국 '레드오션'으로 빠져든 격"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 시장과의 당내 경쟁에서도 최근의 강경 드라이브가 반드시 득으로만 작용할지도 불투명하다. 박 대표가 이번에 보여준 '경직된 리더십'은 결국 자신의 발 디딜 곳을 좁히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대종이다.

이는 한 때 남북문제에 대한 유연한 접근으로 주목받았던 박 대표가 오히려 보수적이고 완고한 이미지로 회귀함으로써, 같은 보수지만 라이벌인 이명박 시장과 구별되던 지지세를 놓치게 됐다는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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