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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핵폭탄 '원천기술'은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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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핵폭탄 '원천기술'은 보유"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116〉

30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전쟁이 자칫 핵전쟁으로 확산될 뻔했던 비화가 공개되어 화제다.

정통성이 결여된 아르헨티나 군부는 반정부 시위에 앞장선 민간인들과 벌인 '더러운 전쟁'으로 인해 악화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영국과 벌인 말비나스(포클랜드)전에서 핵폭탄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1982년 발발한 포클랜드전이 핵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 있었다는 것은 일부 언론들도 조심스럽게 지적했으며 영국 정부도 이를 의식, 핵잠수함 컨쿼러호를 남극해에 급파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었다.

8일 아르헨 현지 일간 〈끌라린〉은 지난 76년 뻬론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한 군부는 물리학 박사 리까르도 라빠시올리 중령을 책임자로 한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팀을 극비리에 설립하고 금속플루토늄 및 폭발력을 극대화시키는 중성자 반사체까지 개발, 핵폭탄 제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군부 최고실력자였던 네오뽈도 갈띠에리 장군의 특명에 의해 극비로 추진된 이 프로젝트를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에세이사(아르헨 국제공항 주변도시)시 원자력연구소에는 200여 명의 과학자들이 엄선되어 77년부터 본격적인 핵무기 제조작업에 들어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아르헨 군부가 핵폭탄 제조를 확신하게 된 건 아르헨티나가 미주 대륙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의 플루토늄생산국이라는 사실과 1951년부터 유럽 물리학자들을 주축으로 원자력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튼튼한 과학기초를 다졌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지난 1976년 군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되기 전 뻬론은 아르헨티나를 공업과 원자력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망한 독일의 과학자들과 고위급 장교들에게 국경을 열어 그들을 아무 제한 없이 받아들이고 국립원자력연구소를 세워주는 등 연구환경을 제공했다. 그러나 뻬론은 핵무기 분야보다는 원자력 기술을 의학에 접목시키고 우주과학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뻬론에 의해 설립된 원자력발전소와 연구소 등에서 플루토늄 추출기술 등을 전수받은 군부는 2차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과 동일한 재래식 핵폭탄 제조를 위해 12Kg의 플루토늄 확보 및 설계, 마지막 단계인 폭탄 제조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영국과의 전쟁준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 연구소의 책임자인 라빠시올리 중령은 2계급 특진되어 장군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그만큼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끌라린〉은 갈띠에리 장군의 이 프로젝트는 핵폭탄 제조 명령서에 서명을 하기 위한 마지막 자리에서 아르헨 국립원자력위원회와 마리오 메넨데스 장군 등 온건파 장교들의 강력한 반대에 밀려 최종 명령이 전달되지 못하는 미완성 프로젝트로 막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핵무기 제조에 반대한 메넨데스 장군 등은 "만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전에서 한 개의 핵폭탄을 발사한다면 영국은 열 개 이상의 핵폭탄을 우리의 머리 위에 터뜨릴 것"이라며 핵무기 기술에 관한 한 영국이 아르헨티나보다 몇 수 위임을 지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정말 미련한 짓"이라고 갈띠에리 장군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연구원들과 온건파 장교들에 의해 갈띠에리의 불장난 시도는 불발로 막을 내렸지만 이와는 별도로 아르헨티나 군부는 이집트에 핵무기 판매계약을 하기도 해 당시 아르헨티나 기술진은 핵무기 제조를 실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린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포클랜드전 패배로 군부가 몰락하고 민간정부가 들어서면서 에세이사 원자력연구소와 핵폭탄 제조 프로젝트는 책임자가 민간인으로 교체되는 등 지원중단과 감시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이집트와의 핵폭탄 판매계약은 성사되지 못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1993년 친미파인 메넴 정권이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권고를 받아들여 완전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95년 핵무기 개발의지가 없음을 천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아르헨티나의 원자력 개발분야에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필자가 지난해 9월 20일 '남미 리포트'에서도 언급했지만 미국은 천문학적인 경비를 들여 아르헨 전역에서 사용하고 폐기되는 사용후 핵연료봉을 전량 수거해가고 있다. 혹시라도 갈띠에리 장군과 같은 인사가 다시 나타나 핵무기를 앞세워 서방세계를 향해 엉뚱한 불장난을 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아르헨티나가 핵무기제조에 관한 '원천기술'은 보유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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