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독립영화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독립영화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슈 인 시네마]극장개봉 잇달아 성공하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

(전문) 지난 한해는 유례없이 많은 한국독립영화가 일반극장에서 개봉한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 중 일부는 주목할 만한 상업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국독립영화의 상업적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기 시작한 건 그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독립영화의 앞날은 예전에 비해 훨씬 장미빛이 된 걸까? 우리 영화문화가 이제 균형점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일까. 그 해답을 찾아 본다.

1960년대 미국의 독립영화인들은 마침내 인디영화의 극장 배급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너 브라더스, 20세기 폭스, MGM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의 틈바구니에서 작은 영화들이 활로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스타가 나오는 대작 영화와 경쟁하기엔 미국의 극장은 지나치게 상업적인 구역이었다. 관객들 역시 아직 인디영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의 독립영화인들은 스튜디오의 지배를 받지 않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공개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고 애썼다. 이른바 '인디영화 배급 운동'이었다.

2005년은 분명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독립영화들의 극장 개봉이 두드러지게 많았던 해였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배급위원회를 따로 두고 〈다섯은 너무 많아〉와 〈안녕, 사요나라〉를 일반극장에서 개봉했다. 두 편의 영화는 멀티플렉스 CGV가 마련한 인디영화 전용관에서 일반 관객들에게 공개됐다.

물론 김동원 감독의 〈송환〉과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네레이션〉이 일반극장에서 개봉된 바 있다. 2004년의 일이다.

2002년에는 〈둘 하나 섹스〉가 일반극장에서 개봉됐다. 독립영화계가 자생적으로 배급사업체를 설립하고 극장에 영화를 내건 것은 처음이었던 셈이다. 마침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독립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도 극장 개봉한 때였다. 〈목두기 비디오〉나 〈거칠마루〉, 〈8월의 일요일〉 같은 독립영화들도 상업 극장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들 중 일부는 일정한 상업적인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독립영화의 다수가 일반극장에서 상영된 것을 계기로, 바야흐로 영화계는 저예산 영화들의 시장배급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했다.

***독립영화의 배급은 사업이 아니라 운동**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원승환 사무국장은 "지금 한독협이 추진중인 독립영화 배급 사업은 1960년대 미국 독립영화인들의 '배급 운동'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원승환 사무국장은 "독립영화 배급은 사업이라기 보다는 운동의 측면이 강하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독립영화의 배급에 대해 아직 상업적인 가능성을 논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라며 "오히려 상업영화와는 다른 잣대에서 비상업적인 독립영화가 관객에게 보여질 수 있는 여지를 찾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다.

독립영화가 상업 극장에서 상영된 편수는 분명 늘었다. 하지만 독립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상영될 만한 상업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보긴 아직 어렵다. 2005년 개봉한 영화를 봤던 관객은 멀티플렉스를 즐겨 찾는 '일반 관객'이라기 보단 평소 독립영화를 찾아 보던 적극적인 소수 관객일 가능성이 크다. 이건 결국 볼 사람들이 본 셈인데, 그 볼 사람들이 예전보다 다소 늘어났다는 얘기다. 독립영화의 저변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관객들까지 독립영화를 찾아서 볼만큼 시장이 형성된 건 아니다.

더구나 실제적인 의미에서 '일반극장'들이 독립 영화에 문호를 개방한 것도 아니다. 사실 2005년에 개봉된 독립영화들의 대다수는 CGV의 인디영화전용관이나 필름포럼, 아트플러스 체인 같은 예술영화 전용관에서만 제한적으로 개봉됐다. 아직 반쪽 짜리 극장 개봉인 셈이다.

독립영화계가 운동의 개념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독립영화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기획된 상업영화와는 다르다. 한 달에 한 편씩 영화를 보는 관객이 독립영화를 선택하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그 대신 독립영화를 보기를 원하는 일정한 소수 관객들이 영화를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게 급하다.

CGV인디영화관은 독립영화들이 멀티플렉스를 통해 '개봉'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사실 멀티플렉스를 찾는 가족이나 연인 단위의 관객과 독립영화 관객이 겹쳐질 것이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원승환 사무국장은 "한독협 배급위원회가 먼저 해결하려는 것은 독립영화가 상업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것보다도 인터넷을 통해 독립영화DVD와 비디오를 보급하고 영화진흥위원회의 도움을 얻어 독립영화전용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극장이 아닌 대학교나 문예회관 같은 비극장 상영 공간에서의 상영 기회를 늘리는 것도 독립영화 배급의 현안이다. 오히려 상업영화관에서의 개봉은 나중 문제인 것이다.

***독립영화 발전, 메이저 자본이 좌지우지?**

사실 독립영화들이 일반극장에 배급되고 독립영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발견된 건 독립영화에 멀티플렉스가 문을 열어주면서 촉발됐다. 서울 종로에 자리한 필름포럼이나 광화문에 위치한 씨네큐브 같은 소수 상영 공간에 국한된 환경이 넓어졌던 셈이다.

결국 독립영화의 시장 배급에 있어서도 그 열쇠는 오히려 독립영화계가 아니라 메이저 자본이 쥐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CJ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수년째 독립영화진흥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사실 그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미국 영화계는 이미 할리우드가 인디영화계의 콘텐츠를 포괄하는 단계까지 진화해 있다. 폭스나 소니, 워너브라더스 같은 할리우드 메이저 자본들은 일찍부터 전형적인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배급회사말고도 폭스서치라이트나 소니클래식, 워너 인디 같은 저예산독립영화 전문 배급사까지를 설립했다. 전형적인 상업영화 이외에 비영어권 영화, 미국 인디영화를 흡수해서 콘텐츠를 다각화하고 이를 좀더 수직계열화하겠다는 의지다.

본래 목적이야 어찌 됐든 그 과정에서 인디영화들의 대규모 극장 개봉이 이루어졌고 〈블레어 위치〉 같은 예상 밖의 흥행작도 생겨난 바 있다. 결국 국내에서도 독립영화의 일반극장 개봉이라는 것도 결국 주류 상업영화를 좌지우지해 온 메이저 자본에 의해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원승환 사무국장은 "상업 메이저 자본들이 장차 할리우드에서처럼 인디배급사를 만들고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독립영화 배급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1960년대 미국의 인디영화 배급운동은 결국 독립영화에 기반한 제작 배급사가 설립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라이온스 게이트나 미라맥스 같은 영화사들이 그런 경우다. 또한 지금도 인디영화인들의 자생적인 배급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상당 기간에 걸쳐 인디영화 콘텐츠가 형성되고 시장의 필요에 따라 배급사가 생겨난 경우다.

그 안에선 미국 영화인들과 메이저 스튜디오의 전략적인 인디영화 육성책이 있어 왔다. 한국독립영화는 지금 바로 그런 흐름의 초기 단계와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술영화전용관보다는 독립영화전용관으로**

현재 한국 독립영화계는 아트플러스 같은 예술영화 전용관을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전용하는 방안을 거부했다. 그 대신 명실상부한 독립영화 전용관을 만드는 방식을 영화진흥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원승환 사무국장은 "독립영화를 상업영화와 같은 잣대로 보고 앞날을 설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독립영화만의 최소한의 상영 공간과 배급 환경을 갖는 것을 바란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또 "1990년대 독립영화계는 독립영화의 배급이냐 보급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여야 했다"며 "그런데 2005년과 2006년에는 배급에 관한 논의가 좀 더 구체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중점을 둬야 할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고 말한다.

2005년은 분명 일반 관객들에게 상영될 기회조차 없었던 독립 영화들의 개봉 기회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한 해였다. 하지만 더 큰 의미는 어쩌면 개봉 횟수나 관객이 아니라 장차 독립영화의 극장 배급이 어떤 모델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에서 찾아진다.

독립영화계로서는 지난 한해보다 올 한해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