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접으면서 올해는 무엇이 이루어졌는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이가 없을 겁니다. 희망했던 것이 결국 신기루로 끝나고 의지를 가지고 밀고 나갔던 바가 결실을 보지 못하고 허탈감만 남긴 채 그 사이 어느덧 노쇠해져버린 육신만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면 마음이 무척 무거울 것입니다.
인생이란 지나고 보면, 정말 빠르게 흐르는 물살 위의 일엽편주(一葉片舟)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는 애는 많이 썼지만 운이 닿지 않아 거의 잡을 듯하다가 놓치고 만 순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깊으면, 찾아오는 밤은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不眠)의 고역이 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새벽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피할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숙제들은 제출마감 일자를 엄중하게 정해 놓고 있는데, 정작 이 모든 것을 풀 능력과 기회와 조건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인생은 실로 괴로운 바다가 되고 말 겁니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는 판국에 다른 이들의 삶이나 고뇌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면 그 역시 결코 가벼운 일상은 아닙니다. 부모와 자식과 형제, 그리고 주변의 가까운 이들의 삶조차 자신이 홀로 버티어나가 주어야 하는 현실에 있는 이 또한 부지기수입니다.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면서, 때로는 자기를 실현시켜 나갈 수 있는 자산의 박탈을 뼈아프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안에 쌓이는, 자기도 모르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인생에 대한 허물어지는 기대는 누구도 구출해줄 수 없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이러면서 살다가 늙고 죽어가는 것인가 하는 암담함은 재물과 권력,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그 입에 물고 태어나는 특별한 종족들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 그리고 자신에 대한 열등감으로 번지게 되면 의미 있게 살아갈 용기와 꿈을 잃어버리게 되는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생에 대한 꿈과 용기를 상실하는 순간, 우리는 도태되어가는 겁니다. 성장을 스스로 중지하고 마는 자가 됩니다. 생명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삶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늙기 전에 먼저 늙고, 죽기 전에 먼저 죽는 자가 되어가는 겁니다. 그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저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떤 인생에도 기회는 주어집니다. 우리가 그야말로 어리석은 것은, 그 기회를 감사할 줄 모르고, 또 대체로 탕진하고 만다는 겁니다. 아낄 줄 모르고 함부로 써버린 끝에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되풀이한다는 점에 우리의 슬픔은 깊어집니다.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이며, 그 시간을 탕진하는 자에게 돌아갈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1년의 시간, 그 끝에 서 있는 우리. 그러나 그것은 달리 보면 새로운 시간의 출발점 바로 앞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살아왔든 간에 이미 주어졌던 시간에 감사하고, 앞으로 올 시간에 충실하자는 다짐과 기원이 절실한 순간입니다. 거기에서 꿈과 용기, 그리고 희망이 다시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진정한 새것이 주어지면 지나갔던 것들은 모두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옛이야기가 됩니다.
힘들었던 순간들에 위로들 드리며, 새로운 시작에 희망이 넘쳐나기를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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