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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일정 중 업무는 딱 사흘… 의원외교는 '관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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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일정 중 업무는 딱 사흘… 의원외교는 '관광 中'

30억대 예산 쓴 59건 중 27%가 '외교활동 〈 관광'

외교를 표방한 의원들의 해외시찰이 외유(外遊)에 그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04년 9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방문외교활동 보고서 59건을 분석해 2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외교방문활동의 27%인 16건에서 외교활동 일수보다 관광일수가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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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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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위 남미시찰, 1억800만원 쓰고 공식일정은 사흘뿐 **

경실련이 목적이 모호하거나 일정이 관광 위주로 짜여져 '문제 의원외교 사례'로 꼽은 11건 중 최악은 지난 5월 9일부터 9박 13일 일정으로 페루,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방문했던 건설교통위원회의 해외 시찰.

여기에는 열린우리당 이강래, 정장선, 주승용, 한나라당 허태열, 정갑윤, 무소속 최인기 의원 등 6명이 참여했고 총 경비는 1억791만원이 소요됐다.

이들은 방문목적을 '우리나라의 미주 개발은행 가입과 관련해 주요 신흥시장인 남미의 건설업 현황과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경실련 시민입법국 강지형 부장은 "9박 13일 중 공식일정은 3일이 전부였고 그나마 공식일정에 임하는 태도에도 매우 성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면담 시간 지연되자 6명 중 3명, '샛길' **

실제 이들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주로 방문국 정부․국회 관계자들과의 면담으로 이뤄진 공식일정에서 시찰단이 보여준 성의 없는 태도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10일 페루 의회의 교통통신위원장 면담에는 방문단 6명 중 이강래, 주승용, 최인기 의원만 참석했다. 페루 교통통신위원장이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하자 나머지 의원들은 본회의장 견학을 하러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이강래 의원은 페루 측에 "우리 일행에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계신데 장시간 기다리다 지쳐서 본회의장에 갔다. 한국에선 회의가 오래 지연되면 야당이 퇴장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도 면담에 불참하긴 마찬가지였다.

30분간의 면담도 무성의하기 짝이 없었다. 지각이 미안했던 탓인지 페루 교통통신위원장이 "내일 오전에 시간을 내주신다면 행정부측 또는 다른 국회의원들과의 면담을 주선해 보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 의원은 "내일은 우리에게 예정된 일정이 따로 있으므로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거절했다. 사실 다음 공식일정은 13일에나 잡혀 있었다.

***브라질에선 삼천포로 빠져 '지역구 관리법','축구 얘기'… **

16일 브라질 상원 건설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브라질 위원장이 철도건설 등 브라질 인프라 구축 현황을 자세히 설명하려 들자 이강래 의원이 "오전에 충분히 들었으므로 사양하겠다"며 중간에서 이를 끊었다.

이 의원이 설명 대신 질의응답을 요구해 면담 형식이 즉석에서 바뀌었지만 정작 시찰 목적과 관련된 질문은 짧은 문답 두어 가지뿐으로, 최인기 의원이 브라질 인프라 구축에 한국 기업 진출 가능성을 물었고 브라질 측은 "관련 세미나 초청창을 보내겠다"고 답한 정도다.

그 뒤 문답은 본론과 동떨어진 쪽으로 흘러갔다. "지역구 관리는 어떻게 하냐", "지역구 활동에 후원회가 있냐" 등의 질문으로 샛길로 빠진 면담은 "축구 좋아하냐", "브라질 대표팀의 노란색 유니폼은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등의 '잡담'으로 끝을 맺었다.

이날 면담이 시찰단의 마지막 공식일정이었지만 의원들이 미국을 경유해 한국에 돌아온 날은 21일이었다.

***매년 30억대 예산, 제재․감시 기구 없이 '쌈짓돈' **

이처럼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의원외교 활동의 예는 건교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운영위원인 한나라당 김덕룡, 남경필, 유기준 의원은 '아프리카의 의회․정치제도 변천 실태를 살핀다'며 남아공, 케냐, 이집트 등을 방문했으나 이 중 공식일정은 5시간에 불과했다. 그 대신 남아공 케이프타운 명소,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 이집트 룩소 등 유적지 관광에만 나흘이 소요됐고, 특히 남아공에선 의원과의 면담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이들은 10박 13일간 6018만 원을 썼다.

열린우리당 문석호, 한나라당 이윤성, 박재완 의원이 참여한 〈국회개혁특위 시찰단〉은 영국과 프랑스의 의회를 방문한다며 경유지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닷새나 체류했다. 프랑스에서도 하원의원 1명과 1시간 면담 후 나머지 3일은 공식일정 없이 보냈다. 11박 13일간 소요된 경비는 모두 4848만 원이었다.

이 같은 '외유 백태'에 경실련 강지형 부장은 "전체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방문외교 목적이 모호하고 관광 위주로 일정을 짜는 경향이 강해 국회 차원의 강력한 제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올해에 이어 내년 몫으로도 '의원외교활동' 명목으로 30억 대의 예산을 청구해 놓은 상태고, 의정활동지원비․특수활동비 등에서 충당하는 의원외교비까지 합치자면 이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허술한 의원외교에 쓰이지만 현재까지는 의원외교를 감시․제재할 내부 위원회조차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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