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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지금 등원은 항복…역사의 평가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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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지금 등원은 항복…역사의 평가 믿는다"

"국회 외면한 부담 커" vs "등원해봤자 與 들러리"

한나라당은 28일 의원총회를 열어 사학법 개정안의 무효화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장외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던 '등원 요구'는 "지금 국회로 들어가면 항복"이란 박근혜 대표의 강경한 한 마디에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박근혜 "민생 논하는 與, 얼굴엔 철판 깔았냐" **

박 대표는 이날 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장외투쟁 하고 다음날 상임위를 하는 게 무슨 투쟁이고, 상대에게 무슨 압박이 되겠냐"며 등원과 장외투쟁을 병행하자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장외투쟁을 시작한 후 여당 쪽에선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우리만 들어간다는 것은 항복이고, 날치기를 인정하는 것이고, 이 법이 시행돼도 상관없다는 것"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민생을 논할 자격이나 있냐. 얼굴에 어떤 철판을 깔았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호남 폭설피해, 새해 예산안 등 현안을 이유로 등원을 압박하는 여권을 향한 강한 적개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박 대표는 사학법과 국가 정체성을 연계한 자신의 투쟁 논리가 당 내에서도 '낡은 이념싸움'이란 비판을 받는 것이 못내 섭섭했는지 사학법의 심각성과 자신의 진정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눈시울을 붉혔다.

박 대표는 "사학법 투쟁이 필요 없는 이념 싸움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는데 이것이 쓸 데 없는 일이냐"고 따져 물은 뒤, 한 동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곧 감정을 정돈한 박 대표가 "우리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이기에 우리는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역사에 옳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나가야 한다"고 일갈하자 대다수 의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박형준 "여론 무시했던 탄핵 결과 기억해야…" **

결국 박 대표의 단호한 의지에도, 한나라당의 투쟁 전략에도 변화가 없었지만 회의에선 등원론과 등원거부론이 팽팽하게 맞서 분명한 당내 의견차를 입증했다. 이날 연단에 선 의원 15명 중 7명이 "등원"을, 8명이 "등원 거부"를 주장했다.

전재희 의원은 "대통령이 사학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의사가 없는 것이 뚜렷한 상황에선 다양한 투쟁방법을 사용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 상황에서 국회를 내버려 두고 밖에서만 투쟁하는 것이 능사인지 지도부가 고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의원은 "원칙의 문제라서 여론은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원칙대로 한다고 한 탄핵을 해 놓고 결국 결과가 어땠냐"며 "40%의 지지율을 너무 단단한 것으로 여겨서 '마이웨이'만 고집한다면 그 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쟁이 장기화될 것이 뻔한데 국회를 계속 마비시켰다가는 여론의 외면을 받기 쉽다는 우려인 것이다. 협상도, 투쟁 방식의 선회도 없는 지도부의 강경일변도식 방침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왔다.

김명주 의원은 "사학법이 무효로 될 때까지 계속 국회에 들어가지 않겠다면 우리의 투쟁방법은 결국 계속 단계가 높아져 국회의원 사직서를 내는 상황까지 올 것"이라며 "사학법은 잘못됐고 고쳐야 할 법이지만 우리가 국회의원을 그만둬야 할 정도로 비상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재섭 "내가 다 짊어진다…강행하자" **

그러나 강경파들은 "중간에 그만두면 아니 한 만 못하다"며 막무가내였다.

박재완 의원은 "지금 와서 선회를 하면 처음부터 순응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오히려 '투쟁 강화'를 주장했다.

경제학 박사인 박 의원은 "양 당이 얻을 게 없는 치킨게임을 한다고 해도 책임은 국정을 파탄낸 여당에 90%, 우리에게는 10% 정도밖에 귀착되지 않을 것"이라며 '게임이론'까지 들어 등원을 거부했다.

이에 한선교 의원은 "지금 들어가면 여당이 만들어 놓은 법에 손들어 주는 역할 밖에 더 하겠냐"며, 안상수 의원은 "남은 사흘을 못 참고 들어가면 여당 들러리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며 가세했다.

토론 말미에 마이크를 잡은 강재섭 원내대표도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우리를 파트너로 인정치 않는 여당과 논의해 무엇하냐"며 이들의 입장에 동조했다.

강 대표는 "원내 대책은 내가 희생하고 다 짊어지겠다. 나는 다 포기하고 여러분과 함께 나갈 각오가 돼 있다"며 "기왕 강경투쟁이니 좌고우면하지 말고 강행하자"고 '일치단결'을 호소했다.

***장외투쟁은 계속되지만…**

한나라당은 이날 의총을 통해 기존 투쟁 방침을 재확인함으로써 등원거부와 장외투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사학법은 이미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표 단계에 있는 만큼 '사학법 무효화'란 한나라당의 조건은 정치권의 손을 떠났다. 사학 측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린다면 박 대표의 말대로 "꽃피는 봄이 와도" 한나라당의 등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기간을 '무기한'으로 잡은 만큼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여론의 호응과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한나라당 투쟁의 관건이다. 지난 보름간 투쟁도 정치적 부담과 여론의 무관심으로 힘겹게 진행돼 온 만큼 낙관은 어렵다.

우선 주목을 끌기 위해 홍보를 강화하고 투쟁 방식을 다양화하기로 했으나 이미 시작한 신문광고와 장외집회 외에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연말이 지나면 어차피 국회는 한달간 휴회에 들어가기 때문에 등원거부에 대한 비난 여론은 무마되리라는 것이 당내 판단이다.

한나라당은 이날도 대전에서 집회를 예정하고 있고 1월에는 의원들이 지방으로 흩어져 시국강연회 등을 통해 주민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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