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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도 '인간'이 아닌 '인디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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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도 '인간'이 아닌 '인디오'인가"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113〉

지난 21일 교황청 소속 스페인 마드리드 라디오방송(COPE)의 장난전화로 스페인과 볼리비아를 긴장시켰던 로드리게스 사빠떼로 스페인 총리의 당선축하 사칭 코미디프로그램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스페인 정부와 교황청의 중재로 COPE 책임자가 볼리비아 정부에 공식사과를 하고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당선자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이 해프닝은 표면상으로는 무마가 된 모양새다.

그러나 일부 인디오 학자들이 "만일 스페인계 백인 후보가 볼리비아 대통령에 당선이 됐더라도 COPE가 똑같은 장난을 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문제"라고 주장하고 나서 여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인디오 역사학자들은 "지난 1500년대 초반 중남미에 들어온 유럽의 정복자들은 상당기간 동안 밀림 속에 생존해 있는 현지토착민들에 대해 이들을 짐승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인간으로 취급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논의할 정도였다"면서 "이는 백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들은 또 중남미를 지배하기 시작한 유럽계 정복자들과 함께 남미로 들어온 신부들과 철학자들은 "이 야만인들에게 양심이나 영혼이 있을까도 의심스럽다면서 인간취급을 하지 않았으며 노예로 부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주장했다.

"백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를 그들의 노예로 여기는 경향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목청을 높인 인디오 학자들은 "남미 토착인디오들에게 천주교를 전파하게 된 것도 1500년대 중반 로마교황 바오로 3세가 '인디오들도 동물이 아닌 '인간'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다음부터 시작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전까지 유럽 정복자들에게 있어서 남미 토착민들은 인간이 아닌 동물의 일종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천주교가 인디오 부족들에 전파된 뒤에도 유럽의 정복자들은 토착인디오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했으며 1821년 호세 산마르틴 장군에 의해 페루가 해방이 된 뒤까지 이런 경향은 계속 이어졌다는 게 남미인디오 역사학자들의 주장이다. 남미 전역의 인디오들은 아직까지도 백인들을 섬기는 노예생활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또 다수인 볼리비아나 페루의 토착인디오들에 반해 극소수 부족으로 내몰린 칠레 남부의 마뿌체 인디오와 아르헨 북부의 께란디, 때우웰체, 코자스, 위치, 또바스 등의 인디오부족들의 인권은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남미 인디오들은 신식민지주의의 피해자들"이라고 밝힌 이들 학자들은 "미주대륙에서 두 번째로 많은 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볼리비아에서 이 땅의 주인인 토착민들은 가스를 공급받지 못해 취사용 가스를 구입하기 위해 매일 가스통을 들고 수십 미터씩 줄을 서야 하는 것을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다시 말해서 '배는 내주고 배 속만 빌어먹는 꼴'이라는 얘기다.

일부 인디오 학자들 가운데는 "우리 조상들의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인디오라는 말부터 아보리헨(ABORIGEN. 남미대륙의 원주민)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볼리비아의 인구분포는 56%가 순수인디오 혈통이며 30%가 백인과 인디오 혼혈, 그리고 14%가 유럽이민 후손들인 백인들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 인구분포대로 순수인디오들은 모랄레스를 선택했고 혼혈과 백인들은 우파와 백인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을 확연히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아공의 경우처럼 백인구조의 경제체제 하에서 집권하게 될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가 점점 더 심각해져 가는 백인계와 토착민들 간의 갈등 구조 속에서 토착민 위주의 경제체제를 주장하는 유권자들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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