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가 '징병제'를 흔들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양심적 병역거부' 가 '징병제'를 흔들어?

대체복무도 쉽지 않아…기간은 1.5배, '양심' 빙자하면 '징역'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국가인권위의 26일 권고에 따라 1년이 넘게 국회서 잠자고 있던 병역법 개정안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개정안이 규정한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는 신념을 지키면서도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희망이지만, 병역거부 양성화가 혹여 병역기피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일각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징역 대신 '대체복무'를… **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작년 9월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은 징집대상자 중 종교․양심 상의 이유로 집총이 수반되는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징역을 사는 대신 보충역인 '사회복지요원'으로 대체 복무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와 대동소이하지만 현재 복무 중인 군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면 '대체복무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돼 있다.

두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권위의 결정을 통해 양심의 자유는 국가비상사태에서도 유보될 수 없는 최상급의 기본권임이 재확인됐다"고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하며 "오는 2월 임시국회 중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우리 국회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분단 상황에서 사회적, 법률적 문제와 함께 국방 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포함해 시간을 갖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4대 의무인 병역의무를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게 할 수는 없다"며 인권위의 결정을 "통일 이후에나 검토해봄직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종교계, 그 중에서도 기독교 쪽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중에는 기독교 쪽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많기 때문이다.

***복무기간 1.5배, '고된 일' 떠맡는게 병역기피? **

'누가 아들을 군대 보내려 하겠나', '징병제 근간 흔들' 등 인권위 권고 결정에 대한 일부 언론 기사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데 대한 거부감은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가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는 것이 오랜 기간 대체복무제 도입을 추진해 온 두 의원과 시민단체 측의 설명이다.

우선 대체복무를 하게 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총을 잡지 않는 대신 복무기간이 길다. 임 의원의 법안은 이들의 복무기간을 육군 현역병의 1.5배로 정했다. 현 기준으로는 36개월, 꼬박 3년이다. 맡게 되는 일은 현 공익근무요원들의 업무부터 소방업무, 벽지 교사 등 사회에서 꼭 필요로 하지만 대다수가 기피하는 업무들이다.

이처럼 대체복무는 병역의무를 완전 면제 받거나 편한 자리로 빠지는 게 아니라 '더 고된 일'을 '더 오래' 해야 하는 만큼 병역 기피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받는 절차도 엄격하다. 병역법 개정안은 병무청과 지방병무청 산하에 '양심적 병역거부 판정위원회'를 둬 양심을 빙자한 병역 기피자를 가려내도록 했고, 복무 중인 사회복지요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아니라고 판단될 때에는 지방병무청장이 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심사 결과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받지 못할 때에는 1년 이상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짐과 동시에, 사회복지요원의 소집이 취소되고 현역병으로 입영하거나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된다.

〈박스 시작〉

***"이미 교도소 '잡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도맡아"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2004년 8월 구속됐다가 올 9월 가석방된 나동혁 씨는 "개인적으로 법적 변화를 몸으로 겪은 사람으로서 인권위의 결정이 매우 기쁘다"며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시민단체 연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나 씨는 "수형시설에서도 병역거부자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50년간 검증이 돼 신뢰를 받고 있다"며 "현재 복역 중인 병역거부자들도 수형시설의 비용을 아끼기 위한 잡일은 물론 문서를 관리하는 보안 업무와 영치금을 관리하는 업무 등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나 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대체복무제가 어떤 험한 형태라도 무기만 들지 않는다면 감수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병역기피자들과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나 씨는 "이같은 우리의 진심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반대하는 언론사에서 자료를 왜곡 인용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병역기피자들로 몰아가고 있다"며 27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지목하기도 했다.

=======

〈사진 1〉 〈도표 1〉

=======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2000년부터 입영 거부자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동아일보〉의 도표(〈사진 1〉)는 사실 〈표 1〉을 도표화 한 것이다. 〈표 1〉에서는 집총 거부자와 입영 거부자를 합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최근 들어 증가 추세에 있긴 하지만 90년대부터 꾸준히 300~400명대 수준을 유지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임종인 의원은 이를 "군법원보다 유연한 민간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보자는 시도가 2000년에 처음 있었다"며 "일률적으로 3년형을 내던 군법원에 비해 민간법원은 2년 이하의 형을 선고했고 이에 민법상 판결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집총거부 대신 입영거부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